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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의 젖줄 금강.6
엄마오리와 새끼오리 아홉이 강에서 함께 노니는 모습은 가슴을 따스하게 한다. 강아지는 물론 돼지나 호랑이 새끼도 귀엽다. 온몸에 가시투성이인 고슴도치도 제 새끼가 가장 잘 생겼다고 여기듯 새끼는 예쁘다. 작은 들꽃이 숨었다 들킨 것처럼 수줍음을 드러낸다. 굳이 이름을 몰라도 꽃은 여전히 아름답다. 앙증스러운 모습이 그렇게 고울 수가 없다. 지나치다가 슬그머니 다시 한 번 돌아보며 중얼중얼 이름을 물어본다. 어디서 몸을 감추고 우는지 보이지 않아도 새소리는 감미롭다. 우렁찬 매미소리가 경쾌하고 간간이 들려오는 자연의 고상한 소리가 가슴을 파고든다. 무더위가 여전한데 눈치껏 가을을 여는 귀뚜리울음이 반갑다.
강물을 흔드는 데는 세찬 바람이 아니라도 족하다. 이마에 주름살 같은 물결을 만들어 출렁거린다. 따스한 햇살이 덧옷을 벗고 깊숙이 갇혔던 마음을 풀어내게 한다. 자연의 소리가 마음을 열고 세상을 열게 한다. 이처럼 자연은 작은 것이라도 살가움이 흘러나오기에 더 정겨움이 묻어나고 살며시 다가가서 스스럼없이 어울릴 수가 있다. 보일 듯 말 듯 발밑에 밟혔지 싶은 작은 것에서 생명의 존귀함이 느껴지면서 눈물겹다. 자연에서는 작은 생명 하나도 아주 귀중하다. 나무라거나 탓할 수 없다. 작은 것이 있어 큰 것이 존재할 수 있다. 오로지 크고 힘 있는 것들만의 세상이 아닌 제 분수에 맞게 각자의 영역에서 더불어 살아간다.
강물은 늘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지만 쉬지 않고 흘러간다. 뒷물이 앞 물을 밀면서 이미 저 멀리 흘러가고 새로운 물이 잇대어 채워가고 있다. 얼핏 보기에는 내내 그 물이 그 물 같아 보이지만 전혀 다른 물이다. 햇빛은 물과 곧잘 어울려서 속에까지 훤히 비춘다. 바람은 물을 밀쳐 물결로 일렁거리며 해찰한다. 물은 서로 밀고 끌고 흘러가면서 이물질인 찌꺼기 같은 앙금을 자꾸 내려놓아 가라앉히며 깨끗하고 투명해진다. 물의 속성은 빈 곳을 채우며 낮은 곳을 따라 흘러간다. 한 곳에 오래 고이거나 멎어있으면 부패하여 심한 냄새가 난다. 썩은 물에서는 산소가 부족하여 생명체가 살 수 없다. 해로움에 하나 둘 발길이 돌아선다.
물이 썩으면 지독한 냄새는 물론 자연환경이 급속도로 나빠진다. 그 썩은 물이 사람과는 직접적으로 아무런 관계가 없을 듯싶어도 그렇지 않다. 식수뿐 아니라 어느 형태로든 사람 곁으로 곧바로 다가올 수 있다. 공업용수와 산업용수가 되고 농업용수가 되어 농작물이나 과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해충이나 병균이 생겨 들짐승에게 옮겨지고 가축이나 사람에게도 전염될 수 있다. 동식물의 성장과정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 천리 충청의 젖줄 금강길이다. 사방팔방에서 물길이 멀리에서 가까이서 굽이굽이 모여들어 함께 흘러가면서 이어진다. 때로는 아주 험난한 길을 지나오기도 했겠지만 어떠한 공치사나 구시렁구시렁 뒷말은 없다.
또한 어디서 왔느냐고 묻지 않는다. 촌스럽고 지저분하다거나 지독스런 냄새가 난다고 따지지 않는다. 그냥 한 몸이 되어 흘러가다 보면 분노 같은 앙금은 시나브로 내려놓게 되고 같은 한 길을 가고 있음을 안다. 이 산골 저 계곡에서 처음에 불렸던 도랑이니 냇물이니 하천 같은 너덜너덜한 이름은 이미 깡그리 지워버리고 오직 하나 금강뿐이다. 금강이라는 깃발 하나 앞세우고 늠름하게 서해바다를 향해 달음질치고 있다. 산에는 산 맛이 있듯 강에는 강 맛이 있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맛이다. 꾸밈이 없기에 거짓 또한 없는 순수한 자연의 맛이다. 다만 찾는 사람들의 취향이나 개성에 따라 받아들임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 2016.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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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박종국 선생님의 글맛이 금강과 닮아있네요. 유장한 그 흐름에 잠시 쉬었다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