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여섯시엔 그믐달이 은행나무 사이에서 놀고 있지요
가져가지 말라는 남편 몰래 가져온 카메라로 한 장 찰칵
오늘은 홍콩 출장으로 회장님이 안 계시네요 38명 출발입니다
버스가 외곽순환 도로를 올라서니
아파트 위로 서광에 빛나는 구름이 얼마나 아름답던지요?
전광판 교통사고 소식으로 국도를 이용하며 수원을 거쳐 안성쪽으로
방향을 바꿨지요
새로 생긴 고속도로라서 차량 소통이 뜸한 남안성 톨게이트 한켠에
모처럼 내려서 흰구름 두둥실 흘러가는 걸 보며
아침은 정교장 선생님께서 손수 끓여 오신^*^ 미역국이랑
된장국에 김밥 그리고 산바우님께서 콩설기를 찬조해 주셔서
맛있게 먹었지요
괴산 직전의 연풍 나들목을 100M 쯤 지나쳐
버스가 조심조심 후진하여 다시 신선봉을 향합니다
고개를 깊이 조아린 조가 예쁘게 여물어가나 봅니다
수수는 아직 뻣뻣하게 서있고
벼도 잘 여물어가고 있기를 바라지요
예상보다 늦게 주차장에 도착하여 신선봉을 향해
자줏빛 물봉선이가 한창이고 수크령과 억새가 어우러진 시골길을 접어듭니다
풀에 사랑을 나누는 잠자리가 눈에 띄길래 찍다 보니
맨뒤의 나는 더 뒤쳐져 버렸습니다
약간은 불안한 맘으로 서두르는데 남편 혼자 저만치서 기다리고 있군요
얼른 카메라를 주머니속에 숨깁니다
안심입니다만
맨뒤에서 맘 편하게 피사체 고르며 찍으려던 바람은 물거품이 되었네요
자꾸만 빨리 가라고 지팡이로 찌르겠다고 하고 등을 밀기도 합니다
오늘따라 힘에 부쳐 하니까 별로 무겁지도 않은 제 가방을 매겠다고 해
벗어주고 나니 조금은 발걸음이 가벼워졌습니다
노란 꾀꼬리 버섯이 옹기종기 많아요
요건 먹는 버섯인데 따다가 어릴 적 버섯 따다 드리면
찌개를 끓여주셨던 친정 엄마께 드리면 좋겠다고 했더니
확실한 게 아니면 독버섯일 수 있다며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는 사위가
따온 버섯에 장모님 사망 기사라도 나면 큰일이라네요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가끔씩 멋진 자태를 뽐내기도 합니다
하얀 구절초가 여기저기 곱게 피었습니다
병풍바위인가요?
깎아지른 바위에서 자라는 소나무들
절경입니다
주로 능선을 타고 오르니 멀리 보이는 호수랑 경치가 쉬었다 가라 합니다
시원한 바람에 땀을 식히며 밧줄도 잡고 오르락 내리락
아주 조심스럽게 하산하는 바위에서 남들은 뒤로 내려오는데
앞을 바라보며 간단하게 안전 착지를 합니다
그리고는 비장의 카메라로 동영상을 찍기로 했지요
뒤늦게 발견한 남편의 목소리
"아니 저 아지매 카메라를..."
순서가 네 번째인 남편이 지팡이를 아래로 떨어뜨렸는데
그만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졌다네요
다행히 기다란 밧줄이 있어 남편은 지팡이를 포기하지 않고 집어왔어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잠깐새에 다녀온 것이지요
할미 바위도 지나고
드디어 967M 신선봉에 도착입니다
이제부터 하산길이네요
좀 더 내려가니 소나무가 길게 누워 의자가 된 곳이 좀 넓어
점심을 먹기로 합니다
호박잎 쌈이 인기 만점이었지요
일행들이 모두 마패봉을 가지 말자고 하시며 샛길로 빠지시는데
관리소장님께서 마패봉을 향하시네요
저는 얼른 소장님을 따라나서지요
남편이 자동으로 따라오네요
바위 틈에 정말 오래된 노송이 멋지더군요
소장님 걸음은 정말 빠르시네요
기운이 날 듯했는데 점점 멀어지시니 따라잡을 수 없게 되었어요
어사 박문수가 마패를 걸어놓고 쉬었다는 마역봉은 멀지 않았어요
고2 고1인 애들 생각하고 V자 그려보며 기념 촬영
그리고는 하산길이지요
도끼랑 망치랑 도구를 드신 분들이 올라오십니다
좀 무서운 생각도 들었는데 가지치기를 하신다거나 길을 정비하시는 분들
내려가다 보니 방금 전 손보신 듯한 깔끔한 계단이 보이더군요
엉거주춤 앉아 조심해 내려가는 길도 지나고
평탄한 길도 지납니다
좀 깊어 디딜 때마다 불편한 계단길이 많네요
중국 사람들이 만든 편안한 보폭의 백두산 계단길이 부러워집니다
"그만 좀 찍어 다른 분들이 우리 땜에 기다리시게 하면 안 되잖아!"
"버스가 바로 출발하지 않고 족발 파티 하실텐데....."
사진 찍어대는 철없는 아내 관리하느라 산행을 하는건지 뭔지 모르겠다는
남편은 격월제로 따로 다니든지 생각을 해봐야겠다고 합니다
사정을 알겠다는 듯이 주머니 속에서 밧데리 부족음이 울립니다
성터 흔적이 나타나고 조령관(3관문)이 멋집니다만 보기만 해야지요
꼬마 박문수 동상이 귀엽네요
주차장을 향하는데 계곡물에 발 담그신 일행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지요
맑은 물에 발도 담그고 얼굴도 씻고...
문경 새재 디카사진 공모가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다시 주차장을 향하니 자연휴양림 표석이 멋지네요
이런 곳에선 하룻밤이라도 묵어가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요
산바우님께서 백일홍 찍으실 때 커다란 검은 나비가 날아왔어요
무궁화에 앉아 잠깐 모델을 해주더군요
주차장 버스에 도착 기사 아저씨께서 준비해주신 누른 밥, 어묵
그리고 족발을 선물해 주신 분이 계셔 모두들 오후의 간식을 즐겼지요
처음처럼 인천 지부장님의 소주 선물도 한몫 했지요
돌아오는 버스는 성묘객 때문일까요 밀립니다
본스 치킨 사장님께서 찬조해 주셔서 아이스크림으로
지루함을 달래기도 했느데
9시가 다 돼서야 무사히 도착했답니다
2차로 본스치킨으로 옮기신 분들 대접 잘 받으시며
화기애애한 시간 이어지셨지요
중흥 산악회 발전에 도움주시느라 협찬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2007.9.8.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