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게요?
딸 아니고 남편입니다. 부끄러워서 눈을 가렸네요.
얼굴 팩을 붙인 이 남자 누굴까요?
남편 얼굴이 거뭇거뭇 검은 점도 생기고 피부도 예전 같지 않다. 헐~~ 이럴 수가!
"어쩐 일이여? 안 되겠다. 팩이라도 해야겠네. 얼른 누워요. 팩 해줄 테니..."
다행히 반항(?) 하지 않고 순순히 베개를 베고 눕는다.
못 이기는 척 누워서 서비스(?)를 받는 모습이 귀엽다. 좋아하는 눈치다.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 같은..
남편의 피부가 안 좋아진 것은 내 책임도 일부 있다.
취미와 소일거리로 텃밭 농사짓자고 땅을 산 것이 원인이다.
풀 뽑고 땅 파고 씨 뿌리고 모종 심고.. 한 여름 땡볕에 노출이 많이 된 때문이다. ㅠㅠ
남편 피부관리에도 신경을 써줘야 할 것 같다.
30년 가까이 살면서 서비스를 받은 쪽은 전적으로 나였다.
남편에게 서비스를 해 준 것은 그에 비하면 반의 반도 안된다.
마사지, 얼굴 팩은 내가 좋아하는 최애(最愛) 서비스다.
당연하다는 듯 그렇게 대접받고 살았다.
돈도 벌고 아들 둘 키우고 재테크도 하면서 고생하는 마누라를 위해 그 정도쯤은
남편은 당연히 해줄 수 있다고 주장(?) 해왔다.
선의가 반복되면 권리로 안다는 말이 맞다.
가끔 남편도 이런 나를 이기적이라고 했다. 받을 줄만 알고 줄 줄은 모른다면서.
세상만사가 기브 앤 테이크라고 하는데..
보살 같은 남편이지만.. 가끔은 서운함도 있었으리라.
(그러든지 말든지...) 나 같은 마누라 하고 살면서 그 정도는 해줘야지!
나를 공주로 마님으로 만든 것은 남편이니까.
그러면서 남편은 늘 자신은 괜찮다고 했다.
넉넉지 않은 집안의 5형제 중 장남으로 살면서 희생하고 양보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며 살아온 사람이다.
K-장남 콤플렉스에 빠진..
먹을 것은 마누라와 애들 입에 먼저 넣어줘야 하는 사람이고 동생들 안부도 늘 먼저 챙기는 남자다.
이제 더 이상 그러지 말라고, 당신부터 챙기라고 해도 잘 고쳐지지 않는다.
다정하게 손잡고 걸어가는 부부를 보면 마음이 좋다. 노부부의 그런 모습은 더 멋있고 부럽다.
우리 부모님도 저렇게 다정하게 사시면 좋을 텐데..
손을 잡기는커녕, 걸으실 때도 앞뒤로 거리를 두신다. 내외하시나?
자식으로서 안타깝다. 그런 모습이.
부부에게 스킨십은 꼭 필요하다.
스킨십은 관계를 더 좋게 만드는 윤활제고 사랑과 인정의 표현이다.
사소한 다툼이 있다가도 소소한 스킨십에 마음이 풀어진다.
어깨를 주물러주고 살짝 입맞춤해 주면 '사랑과 인정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는다.
상대에게 인정받고 존중받는 행복감이다.
나이가 들수록 부부사이에 권태기도 오고 스킨십도 많이 줄어든다.
불타던 신혼시절 눈만 마주쳐도 좋아죽던 그런 찐한(?) 스킨십은 아닐지라도
지금의 소소한 스킨십이 참 좋다.
팔짱도 끼고 손도 잡고. 가벼운 포옹과 입맞춤까지.. 피부 감촉이 좋다.
남편의 외도를 알고 이혼 직전까지 간 지인이 있다.
남편의 거부로 이혼만은 막았지만 그녀가 이혼하지 않는 조건으로 내건 것은
절대 자기 몸에 손대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 후 그렇게 살고 있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들으니 마음이 아팠다. 지인의 깊은 상처도 이해가 되고 그 남편의 처지도 안타까워서다.
살을 맞대고 사는 것이 부부라고 하는데.. 더 이상 살을 맞댈 수도 스킨십도 없다면 어떨까.
나이 들수록 사이좋은 부부로 살아가는 데 스킨십은 꼭 필요하다.
'우리 부부는 스킨십 없이도 잘 살아요' 그런 부부는 스킨십이 있다면 더 잘 살 수 있다.
두 사람이 결혼하면 사랑의 통장을 가진다는 말이 있고
사랑의 통장에 잔고가 많이 쌓이는 시점은 부부가 호감과 존중의 대화를 주고받을 때라고 한다.
여기에 스킨십이 더해진다면 사랑의 통장에 잔고는 더 많이 쌓일 것이다.
사이좋은 부부로 살아가는 모습이다.
표현도 습관이다.
스킨십도 습관이 되면 그리 어렵지 않다. 다만, 어색하고 쑥스러워서 시도를 하지 않을 뿐이다.
부모와 스킨십이 좋은 아이가 사랑과 안정감을 먹고 자라듯
어른들도 똑같이 사랑과 안정감이 필요하다.
남편에게, 아내에게 스킨십을 먼저 표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상대의 스킨십도 못 이기는 척 받아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