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화자는 지금 눈 덮인 길을 바라보고 있다. 오랜 방황 끝에 돌아와 보니 눈은 지나간 모든 것을 덮어 버려 경이감에 넘치는 낯선 세상을 연출한다. 지난날의 고통과 상처도 눈에 덮이고 세상은 묵념을 하듯 평화로움에 잠겨 있다. 나는 이제 마음의 눈으로 이 정화된 세상을 바라보며 위대한 적막 속에서 우주의 내밀한 고백을 듣기도 한다. '나는 처음으로 귀를 가졌노라'는 말은 처음으로 이 세상의 진리를 깨닫게 되었음을 나타내는 것이리라. 그깨달음의 내용이 이 시의 마지막 부분을 이루는데, 그 핵심은 '나의 마음은 밖에서는 눈길 / 안에서는 어둠이노라'이다. 나의 마음이 빛을 받아 밖으로 나타난 모습이 '눈길'이라면, 나의 마음이 아직 마음 속에 머물러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상태를 '어둠'이라고 한 것이다. '눈길'과 '어둠'이 동일시된 이 문장은 독자를 당혹스럽게 할지 모른다. 눈과 어둠은 얼핏 상반된 이미지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의 '어둠'은 글자 그대로의 무명(無明)이 아니라 혼돈과 갈등을 극복한 새로운 깨달음의 경지로 이해된다. 눈에 덮여 모든 것이 하나의 통일체를 이루었듯이 화자의 마음도 경이감에 넘쳐 이제까지 알지 못했던 어떤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하겠다. (현대시 목록, 인터넷)
* 이 시는 눈 덮인 길을 바라보며 오랫동안 계속된 방황과 고뇌를 가라 앉히고 명상에 잠겨 무념무상(無念無想)의 경지를 느끼게 된 체험을 노래하고 있다.
화자는 눈이 가득 내리는 한 겨울의 풍경을 보며 지난날의 고통과 번뇌가 정화된, 마음 속의 평화를 느낀다. 삶의 고통과 방황 끝에서 그러한 모든 것들을 덮고 있는 '눈길'을 보며 벅찬 감격과 설레임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정화된 세계의 발견으로 화자는 평화로운 무념무상의 경지를 느낀다.
이 시는 '눈'이라는 상징적 사물을 통해 마음 속의 평온을 노래한 명상적이고 관념적인 작품이다. 이 시에서의 '어둠'은 마음 속에서 느끼는 마음의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눈길'과 서로 조응되는 이미지이다. 즉 '어둠'은 절망적 암흑이 아닌, 평화의 경지에 도달한 상태에서 느끼는 감정의 상태를 말한다. '눈'은 '겨울', 즉 고통스러운 삶 속에서 방황을 거듭해 온 시인의 삶을 포근하게 감싸안아 주는 이미지이고, '어둠'은 '눈'으로 덮인 평화의 경지를 바라보며 느끼게 되는 평온하고 고요한 평정심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권에 잡히는 현대시)
* 색즉시공공즉시색(色卽是空空卽是色)
불교경전 ≪반야심경≫의 명구(名句). 물질적인 세계와 평등 무차별한 공(空)의 세계가 다르지 않음을 뜻함. 원문은 “색불이공공불이색(色不異空空不異色) 색즉시공공즉시색(色卽是空空卽是色)”이며, 이는 “색이 공과 다르지 않고 공이 색과 다르지 않으며, 색이 곧 공이요 공이 곧 색이다.”로 번역된다.
그리고 범어(梵語) 원문은 “이 세상에 있어 물질적 현상에는 실체가 없는 것이며, 실체가 없기 때문에 바로 물질적 현상이 있게 되는 것이다. 실체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물질적 현상을 떠나 있지는 않다. 또, 물질적 현상은 실체가 없는 것으로부터 떠나서 물질적 현상인 것이 아니다. 이리하여 물질적 현상이란 실체가 없는 것이다. 대개 실체가 없다는 것은 물질적 현상인 것이다.”로 되어 있다.
이 긴 문장을 한역(漢譯)할 때 열여섯 글자로 간략히 요약한 것이다. 따라서, 색은 물질적 현상이며, 공은 실체가 없음을 뜻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원래 불교에서는, 이원론적(二元論的)인 사고방식을 지양하고 이와 같이 평등한 불이(不二)의 사상을 토대로 하여 교리를 전개시켰다. 따라서, 중생과 부처, 번뇌와 깨달음, 색과 공을 차별적인 개념으로 이해하기보다는 대립과 차별을 넘어선 일의(一義)로 관조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이 명구 또한 가유(假有)의 존재인 색 속에서 실상을 발견하는 원리를 밝힌 것이다. 그리고 색과 공이 다른 것이 아니라고 하여 색이 변괴(變壞)되어서 공을 이루는 현상적인 고찰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색의 당체(當體)를 직관하여 곧 공임을 볼 때, 완전한 해탈을 얻은 자유인이 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불교의 전통적인 해석방법이다.
이 구절에 대한 고승들의 해석은 많지만, 가장 명쾌하고 독창적으로 해설한 이는 신라의 원측(圓測)이다. 원측은 그의 ≪반야바라밀다심경찬 般若波羅蜜多心經贊≫에서 유식삼성(唯識三性)의 교리에 입각하여 이 구절을 해석하였다.
원측은 색즉시공에 대하여, “변계소집(遍計所執)은 본래 없는 것이므로 공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의타기성(依他起性)은 마치 허깨비와 같은 것이어서 인연 따라 일어나는 까닭에 공이다. 원성실성(圓成實性)은 생겨나지 않는 것이므로 마치 공화(空華)와 같고 그 자체가 또한 공한 것이다.”하였다.
다시 말하면, 변계소집에 의하여 일어난 색은 본래 없는 것을 망념으로 그려낸 것이기 때문에 공하다는 것이고, 의타기성에 의하여 생겨난 색은 인연 따라 존재하고 멸하는 가유(假有)의 색이기 때문에 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며, 원성실성의 입장에서 보면 색이란 일어남도 일어나지 않음도 없는 공의 본질이기 때문에 역시 공하다는 뜻이다.
원측은 계속하여 색과 공이 하나인가 다른 것인가를 밝히면서, 만약 하나라고 하면 일집(一執)에 빠지게 되고 다르다고 하면 이집(異執)에 빠지게 되며, 하나이면서 다른 것이라고 하면 서로 위배되는 것이 되고, 하나도 아니요 다른 것도 아니라고 하면 희론(癰論)이 된다고 하였다. 따라서, 이 명구의 가르침은 색이나 공에 대한 분별과 집착을 떠나 곧바로 그 실체를 꿰뚫어보라는 데 있는 것이다.
<고 은(高 銀) : 1933 - >
* 1933년 전북 옥구 출생. 본명 고은태(高銀泰). 호는 파옹(波翁). 군산중학교 4학년까지가 공식적인 학력이다.
* 1952년 20세의 나이로 입산하여 승려가 되었다. 법명은 일초(一超).
* 1958년 조지훈 등의 천거로 [현대시]에 <폐결핵>를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하였다.
* 1960년 첫 시집 [피안감성(彼岸感性)]을 간행하였고,
* 1962년 환속하여 시인으로, 재야운동가로서의 길을 걷게 되었다.
* 1974년 시집 [문의 마을에 가서]를 출판하였다. 자유실천문인협의회, 민주회복국민회의, 민족문학작가회의 등에 참여하며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에 앞장서 왔다.
* 1983년 [고은 시 전집]1.2권을 간행하였다.
* 1986년 [세계의 문학]에 <만인보(萬人譜)>연재를 시작, 그 해 창작과 비평사에서 [만인보] 1.2.3권을 간행한 이후, 1988년에 4.5.6권, 1990년에 7.8.9권을 간행하여, 다음해 [만인보]로 중앙문화대상을 받았다.
* 1993년 <백두산> 연작을 완성하였고,
* 1999년 [머나먼 길]을 출판하였다.
* 시집으로 [해변의 운문집](1964), [신 언어의 마을](1967), [새노야](1970), [부활](1975), [제주더](1976), [입산](1977), [새벽 길](1978), [조국의 별](1984), [지상의 너와나](1985), [시여 날아가라](1987), [가야할 사람](1987), [전원시편](1987), [너와 나의 황토](1987), [네 눈동자](1988), [대륙](1988), [잎은 피어 청산이 되네](1988), [그 날의 대행진](1988), [독도](1995), [허공](2008) 등이 있으며, 다수의 소설집과 수필집 등이 있다.
한국문학작가상(1974), 만해문학상(1988), 중앙문화대상(1991), 은관문화훈장(2002), 노르웨이 국제문화제 비에른손 훈장(2005), 스웨덴 시카다상(2006), 영랑시문학상(2007)을 수상했다.
<전북 군산시 은파유원지 고 은 시비,시제는 '삶'>
* 삶/고 은
비록 우리가 몇 가지 가진 것 없어도 바람 한 점 없이 지는 나뭇잎새의 모습 바라볼 일이다 또한 바람 일어나서 흐득흐득 지는 잎새의 소리 들을 일이다 우리가 기역 니은 아는 것 없어도 물이 왔다가 가는 저 오랜 古群山 썰물 때에 남아 있을 일이다 젊은 아내여 여기서 사는 동안 우리가 무엇을 다 가지겠는가 또 무엇을 生而知之로 안다 하겠는가 잎새 나서 지고 물도 차면 기우므로 우리도 그것들이 우리 따르듯 따라서 無情한 것 아닌 몸으로 살다 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