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 봄.
남들처럼 나도 뭔가 외국어를 배워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뭘 배울까를 고민했다.
영어는 필수라고 하나 문화가 나랑 맞지 않는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고, 일본어는 전에 했었지만 일본과 일본인을 너무 싫어하는 관계로 아주 학을 떼는 정도임 ㅋ
게다가 일본여행사에 근무하면서 내 일본쪽으로는 오줌도 누지 않으리라는 결심까지 했음.
하여간에 제2외국어도 배우고 싶었지만 다들 중국중국하니까 안하면 큰일날거 같아서 중국어를 하기로 했다.
새벽에는 영어학원, 퇴근후 저녁에는 중국어 학원을 다녔다.
새벽5시에 일어나 영어학원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다녔다.
영어결론 : 영어는 참 편리한 언어, 하지만 나와 맞지 않음, 억지로 하긴 해야함.
중국어결론 : 세상에! 이렇게 재밌는걸 왜 이제야 했으까?
학원에 가는 것이 그렇게 재밌을수가 없었다.
당연히 기초반부터 들어갔는데 우리반은 특히 분위기가 좋았던것 같다.
나는 맨앞에 앉아서 항상 선생님을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공부를 했다.
쪽팔림은 집어던지며 알때까지 물어보고 시키는건 다 했다.
그때 그 선생님은 유학다녀온 한국인 선생님이었는데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됬다.
영어, 중국어 모두 기초반이었고, 한국인선생이었지만 너무나 달랐다.
영어선생은 캐나다 유학다녀온 20대초반 여자였는데 새벽반에 왜 그리 노출된 의상을 입고 오는지 아주 보기가 껄끄러웠음.ㅋ
하여간에 우리 중국어반은 나이도 직업도 다른 사람들끼리 참 재밌게 공부했다.
끝나고 우리끼리 술도 먹고 기초반 주제에 길바닥에서 서로 중국어로 대화를 하기도 하는 우스꽝스러운 풍경을 ^^
2개월을 들었을때, 쌤이 말했다.
이제 여러분은 중국에 가셔도 된다고, 이 정도 실력이면 중국여행 무리가 없다고.
기초반 2개월이라면..
단어를 겨우 나열하는 정도의 실력이다.
나는 한국인입니다.
이 음식은 맛있습니다.
커피를 주세요.
얼마입니까?
이 정도의 기초중의 기초레벨인 것이다.
게다가 중국어는 성조가 다르면 못알아듣는다.
중국한자는 한국한자와 다르다. 필담도 안통할수 있다.
하지만 난 용감하게 그 말을 듣고 중국으로 혼자 가고야 말았다. ㅡ.ㅡ
정말 말이 통할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퇴근후 중국시간 밤10시 중국에 도착해서 공항버스를 타서는...
표끊어주는 아줌마가 나에게 묻는 말 : 혼자야?
이 말을 못알아들었다.
옆에서 다른 중국인이 영어로 통역해주어 알았다.
증말증말 부끄러웠다.
짧은 중국여행 2박3일내내 맥도날드만 먹었다.
그 와중에 회화욕심을 부려 택시기사와도 말을 해보고 싶어서 택시를 탔다.
외국에서 택시를 탔다고 치자.
그냥 "명동" 또는 "명동가자"라고만 하면 된다.
기초였던 나는 "기사님. 이 택시는 명동에 갑니까?"라고 문법에 맞춰 말하려다 보니 기사가 오히려 못알아들었다.
기초2개월 들은 사람이 성조가 완벽히 잡혀있기는 상당히 어렵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미소가 지어지는 귀여운 에피소드였다.
그 여행 이후 나는 정말 중국이 좋다는 생각+중국어를 캡 열심히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런데 야근이 많으면 학원을 빠지고 레벨이 바뀌면서 선생이 바뀌었는데 그 선생과 도저히 맞지 않아서 그만두게 되었다.
외국어는 쓰지 않으면 후퇴할수 밖에 없다.
레벨이 올라가면 뭘하나.
일년 내내 한마디 할 기회조차 없다면 리스닝은 된다고 해도, 갑자기 단어나 기초문법도 생각나지 않을때가 있다.
그래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전화중국어를 시작했는데 이게 또 대박이었다.
지금 나는 전화영어/전화중국어 옹호론자가 되어 주위에서 외국어 공부한다고 하면 꼭 추천한다.
학원이 더 좋은 사람도 있고, 과외가 더 좋은 사람도 있고, 개인에게 맞는 방식이 따로 있을 것이다.
전화영어/전화중국어의 경우도 선생이 나랑 안맞으면 안하느니만 못하다.
전화영어는 선생과 잘 맞았는데 전화영어 회사가 갑자기 강사들을 모두 해고하고 다른회사랑 합작을 해서 그만두었고, 전화중국어는 1주일에 60분을 하고 있다.
혹시 전화로 외국어를 해볼까 하는 분들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시작하라고 하고 싶다->어쩐지 알바생 같은 광고글?
지금 전화영어/전화중국어 업체는 너무 많고 전화일본어와 전화프랑스어도 있다.
하루에 10분의 전화중국어를 한다고 치자.
10분의 전화로 효과가 있을까?
10분의 수업을 위해서는 1시간 이상의 예습이 필요하고, 그만큼의 복습이 필요하다.
그리고 쌤이 매일 묻는 말, 밥 먹었냐, 오늘 기분 어떠냐, 주말 계획 뭐냐 기타등등.
그런 말에 대답하려면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첫댓글 오호~~~ 중국어요~~ 중국어는 할수록 어렵고 발음이 너무 어렵다더라구요,,중국어가 잼있다고하신분 딱 두명 보앗음,, 우리 밤탱이와 루비님 ,,전 엄두도 안납니다...ㅠ.ㅠ
하루 10분 회화~~효과 많아여~~님말씀처럼 그로인해 준비하는 공부가 더 많거든요,,,그걸 샘과 통화하면서 사용하니,,효과는 200점이지요~~암튼 부럽네요~~/스펜 택시는 모두 네비로움직여서 주소만대면 어디즌,다가는데,,첫택시를 탈때,그걸모르고,,주소를 모른채 길만알아서,,한국처럼,,그냥 쭉가~~ 좌회전해~~사거리에서 우회전해~~하면서 갔던게 생각나네요~~ㅎㅎ
오! 중국어 너무 대단하세요! 전 한자가 너무 무셔워서 엄두도 못내고 있어요.
중국어는 배울수록 어렵다고 들었는뎅 루비님 대단하세용~^^ 외국어는 정말 안 쓰니깐 전혀 모르겠더라구요.. 한때는 일어 아주 기본적인거 쬐금은 했는뎅 이젠 인사도 못하겠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
와.. 루비님 대단하시네요. @.@ 직장인이서 뭘 배운다는게 너무 힘든데;; @.@ 특히나 밤엔 이런저런 유혹(?)도 많고. ㅎ~
자자~ 여러분 진정하세요^^ 저는 배운다는 것일뿐 결코 잘한다는게 아닙니다요. ㅡ.ㅡ
저두 전화영어 생각이 좀있었는데..겁나더라구요 ㅋㅋㅋ 이너넷으로 화상영어 하는것도 있던데..암튼 요즘은 외국어 하나는 필요한거같아욤...
전화영어 겁나져.. 저는 전화중국어 레벨테스트 받을때는 그래도 문법이랑 이런게 틀려도 말은 통하니까 괜찮았는데 전화영어는 당최 ㅡ.ㅡ 10분 레벨테스트하고 겨드랑이가 홀랑 젖었어요. 너무너무 긴장되고 지금도 전화영어는 겁나요^^ 근데 쌤들이 수강생 수준에 맞춰서 I'm a boy~ 부터 시작하니까 넘 걱정마세요. 이래놓고 정작 영어울렁증이 있는 1인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