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돼지 저금통의 추억 *
나의 첫 도둑질은
돼지 저금통에서 동전 꺼내기였다.
그 동전으로 사 먹는 눈깔사탕 맛이
어찌나 달콤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입구가 너덜너덜해지자
어머니가 눈치를 채 크게 혼났다.
하지만 사탕 맛을 포기할 수 없었다.
나는 급기야 어머니 지갑에 손댔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잠든 사이 몰래 바지 주머니를
뒤졌는데 남다른 감촉이 느껴졌다.
100원짜리 지폐였다.
당시엔 큰 액수였다.
다시 갖다 놓을 수도 없고
유혹을 뿌리지기도 힘들고ᆢ.
에라, 모르겠다 싶어
먹을 것을 사는 데 5원을 썼다.
문제는 나머지 95원을
어떻게 감추느냐였다.
나는 배추밭 돌 밑에 묻어 두고
태연하게 집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어머니가
나를 붙잡고 다짜고짜 물었다.
"너지?"
무척 당황해 기어가는 목소리로
"네ᆢᆢ."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어머니는 조용히 나를
내려다볼 뿐 아무 말이 없었다.
시간이 흘러,
아버지가 된 나는 돼지통 입구가 조금씩 벌어진 것을 보고 두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동전을 꺼내려면
무식하게 젖가락으로 휘젖지 말고
조금씩 흔들면서 걸리는 동전을 핀셋으로 잡아 잽싸게 빼.
그러면 흔적이 안남는다."
우리 셋은 뭐가 그리 웃긴지 서로 낄낄거렸다.
그러면서 이런 행동은
단순한 놀이로 끝내기로 약속했다.
그날 이후 텔레비젼 위에
돈을 한 웅큼 올려놓고
원하는 만큼 써도 좋다고 했다.
단 얼마를, 어떤 용도로 사용했는지
꼭 종이에 써 놓기로 했다.
그랬더니 아이들이
필요한 곳에만 돈을 썼다.
웃으면서 믿어준 덕분일까.어느덧 아이들이 훌쩍 자라
늠름한 사회인이 되었다.
김해 대추밭임한의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