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시간
사피엔스는 자연의 변덕으로 인한 영향은 점점 더 적게 받게 되었지만
현대 산업과 정부의 명령에 점점 더 많이 복종하게 되었다.
산업혁명의 결과 사회공학적 실험이 계속해서 이어졌고,
일상과 인간 심리 면에서 예기치 못했던 변화는 더 길게 이어졌다.
많은 번화 중 한 예는 전통농업의 리듬이 신업의 획일적이고 정밀한 스케줄로 대체된 것이다.
전통 농업은 자연의 시간과 유기적 성장의 주기에 의존했다.
대부분의 사회들은 시간을 정확하게 측정하 능력이 없었으며
그런 측정을 하는데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도 않았다.
시계와 시간표 없이도 세상은 탈 없이 굴러갔으며,
이를 지배하는 것은 오로지 태양의 움직임과 식물의 성장주기뿐이었다.
일사불란한 근무일 같은 것은 없었으며 모든 일과는 계절에 따라 극적으로 바뀌었다.
사람들은 태양이 어디쯤 있는지 알고 있었으며 우기와 수확기가 시작되는 전조를 열심히 찾았지만,
시간은 알지 못했고 연도에도 관심이 없었다.
중세 마음에 시간 여행자가 갑자기 나타나 지나가는 사람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치자.
"올해가 몇 년도이지요?" 마음사람들은 질문하는 이방인의 우스꽝스러운 복장 못지 않게
질문의 내용에 어리둥절해할 것이다.
중세 농부나 구두공과 달리 현대 산업은 태양이나 계절을 거의 상관하지 않는다.
대신 정밀성과 획일성을 신성시한다.
중세 공방에서는 구두공 각자가 밑창에서 버클에 이르는 신발 전체를 만들었다.
한 명의 출근이 늦는다 해도 그 때문에 다른 사람의 일이 늦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오늘날 구두 공장의 조립 라인에서 노동자들은 각자 한 대씩 기계를 담당하는데,
기계들은 구두의 극히 일부분만을 만들어 그 제품을 다음 기계로 넘긴다.
만일 5번 기계를 조작하는 노동자가 늦잠을 자면 다른 모든 기계의 직동이 멈춘다.
이런 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이 정확한 시간표를 준수해야 한다.
모든 노동자는 정확히 같은 시간에 직장에 도착한다.
배가 고픈 사람이든 그렇지 앟은 사람이든 모두가 똑같은 점심시간을 준수한다.
근무시간이 끝났다는 호각이 울리면 모두 집으로 되돌아간다.
자기 일이 끝났을 때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산업혁명은 시간표와 조립 라인을 거의 모든 인간 활동의 틀로 변화시켰다.
공장이 자신의 시간표를 인간들의 행동에 강요한 직후부터
학교 역시 정확한 시간표를 채택했으며, 병원과 정부기관, 식품점이 그 뒤를 따랐다.
심지어 조립 라인과 기계가 없는 장소에서도 시간표가 왕이 되었다.
공장의 교대 근무 시간이 오후 5시에 끝난다면 동네 술집은 5시2분에 문을 여는 것이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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