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하지 마
이수익
나는 조금씩 조금씩 작아지고 있어
너와 나를 비교하지 마
너는 크니까 엄청 좋겠다 그런데
나는 볼품없이 작아져서 희미하게 보이는
여린 불빛 사이로 숨넘어간 바퀴벌레 자국처럼
잠적하고 있어 흐릿하고 흐릿하게 지워지고 있지
나의 키, 나의 몸무게, 나의 손과 발,
나의 심장과 폐까지 작아지고 작아져서
나는 숨 쉬는 조그만 난쟁이, 그러니까 나는 저 멀리 사라진
폐허의 집 거미줄이 얽히어 있는 멸망한 가문의 흔적처럼
형식적인 나는 이미 사라진 사람
과거에 사로잡힌 나를 불쌍하게 여겨줘 그러니까
나는 오늘도 점점 작아지고 있어
험악하게 나를 너와 비교하지 마, 너는 크니까 엄청 좋겠다
화사한 몸매로 하늘을 움켜쥐는 포오즈로 뛰어다니는 네 모습이
나를 설레도록 만들지 앞으로도 나는 얼마만큼 작아질지 모르겠지만
그렇지만 나에게도 숨겨둔 비밀병기가 하나 있지 비밀병기!
우습지만 내가 살아가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내 눈 속에 들어 있어
어두워지는 눈 속에 피어오르는 외줄기 파아란 분노의 빛이
내 몸이 작아질수록 그러나 형형하게 주위 사물을 기억하면서
오늘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는 거야, 몸이 작아지면 작아질수록
상대방의 내부를 꿰뚫어 볼 수 있는 거친 치열함이 바로 그것이지
세상에서 누구보다도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도 아마 그렇겠지
그래서 나는 내일도 모레도 조금씩 작아지고 있겠지만
내 몸이 하얗게 사그라질 때까지 눈부시게 피어오를 내 눈의 정령을
믿고,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