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증과 종기에 좋은 민들레
옛날 어떤 사람이 말을 타고 험한 산길을 가다가 말과 함께 높은 절벽에서 굴러 떨어졌
다. 기절해 있다가 한참 뒤에 깨어나 보니 다행히 많이 다치지는 않았다. 말은 틀림없이 죽
었으려니 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더니 죽기는커녕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태연하게 민들레
잎사귀를 뜯어먹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사람도 민들레가 다친 데에 좋은 줄 알고 민
들레 잎을 뜯어먹고 상처를 빨리 치료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일화는 동물에게는 스스로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본능이 있으며, 민들레가 옛날부터 중요한 약으로 쓰여 왔다는 단서
를 준다.
민들레는 우리나라에서뿐 아니라 중국, 일본, 인도, 유럽, 아메리카의 인디언들까지도 중요
한 약으로 썼다. 옛 의서를 대강 찾아봐도 밀들레에 대한 기록이 적지 않을 만큼 여러 질
병에 효과가 뛰어난 약초이다. 민들레는 맛이 조금 쓰고 달며 약성은 차다. 독이 없으며 단,
위에 들어간다. 열을 내리고, 소변이 잘 나오게 하고, 염증을 없애며, 위장을 튼튼하게 하고,
젖을 잘 나오게 하며, 독을 풀고 피를 맑게 하는 등의 작용이 있다. 여성의 유방에 종기 멍
울이 생겨 염증이 된 것과 종기가 나서 쑤시고 아픈 것을 치료한다. 종기를 치료하고 열로
인한 독을 풀어 주며 땀을 잘 나게 하고 변비를 치료한다. 또한 흰머리를 검게 하고 뼈와
근육을 튼튼하게 하고 갖가지 눈병에도 효과가 있다. 각기, 수종, 천식, 기관지염, 임파선염,
늑막염, 위염, 간염, 담낭염에도 좋으며 식도가 좁아 음식을 먹지 못하는 것, 요로감염, 결핵,
소화불량에도 좋은 효과가 크다.
민들레는 맛이 짜다. 그런 까닭에 병충해의 피해를 거의 받지 않고 생명력이 몹시 강하여
도시의 시멘트 벽틈에서도 잘 자란다. 맛이 짠 식물은 어느 것이나 뛰어난 약성을 지니고
있다. 민들레는 옛부터 동서양 어디에서나 먹을 거리나 민간약으로 널리 다양하게 써 왔다.
이른봄 풋풋한 어린 잎은 국거리로도 쓰고 나물로 무쳐서 먹는다. 쓴맛이 나는데 이 쓴맛이
위와 심장을 튼튼하게 하며 위염이나 위궤양도 치료한다. 뿌리는 가을이나 봄에 캐서 된장
에 박아 두었다가 장아찌로도 먹고 김치를 담가서도 먹는다. 우엉과 함께 조려 먹어도 맛이
있고 기름에 튀겨 먹어도 일품이다. 민들레 꽃이나 뿌리는 술을 담근다. 꽃이나 뿌리에다
2~2.5배의 소주를 부어서 20일쯤 두면 담황색으로 우러난다. 여기에 설탕이나 꿀을 넣고 한
두 달 숙성시켰다가 조금씩 마시면 강정.강장제로 효과가 있다.
민들레를 유럽에서는 채소로 많이 먹는다. 프랑스 요리에 민들레 샐러드가 있다. 민들레를
밭에 가꾸어서 이른봄이나 가을에 뿌리를 캐내어 상자 같은 곳에 밀식한 다음 캄캄한 동굴
같은 곳에 두어 싹을 키운다. 우리나라에서 콩나물을 기르는 것과 비슷하다. 이렇게 해서 자
란 하얀 싹을 날로 샐러드로 만들어 먹는데, 쓴맛이 거의 없고 향기가 좋아 인기다. 서양에
서 민들레로 만드는 요리가 열 가지도 넘는데 이중에서 민들레 커피는 오래전부터 인기가
좋다. 민들레 뿌리를 말려 볶아서 가루를 내어 물에 타서 마시는 것인데, 맛과 빛깔은 물론
향기까지 커피와 비슷하여 민들레 커피라고 부른다. 커피처럼 자극적이지 않고, 카페인 같은
유해물질도 없으며, 습관성.중독성도 없을 뿐더러 영양이 풍부하고 몸에 매우 유익하므로 한
번 널리 마셔 봄직하다.
민들레는 세계 도처에 2~4백 종류가 있으나 국내에서 자라는 흰민들레가 가장 약성이 뛰
어나다. 우리나라의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민들레는 서양에서 건너온 서양 민들레가 대
부분이다. 서양 민들레보다는 토종 민들레, 흰 꽃이 피는 흰민들레가 제일 약효가 좋다. 민
들레를 약으로 이용하는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한다.
위염, 위궤양 등의 위장병
민들레 생잎을 깨끗하게 씻어서 씹어 먹는다. 쓴맛이 나지만 습관이 되면 그런 대로 먹을
만하다. 뿌리째 캐서 그늘에 말렸다가 진하게 달여서 먹어도 좋다.
만성간염, 지방간 등의 간질환
민들레를 뿌리까지 캐서 그늘에서 말린 것 30~40그램에 물 1되(1.8리터)를 넣고 물이 반으
로 줄어들 때까지 달여서 하루 3~4번에 나누어 마신다. 황달이나 간경화증 환자가 치유된
보기가 더러 있다.
변비, 만성장염
4~5월에 민들레 뿌리를 캐서 말렸다가 가루 내어 한번에 10~15그램씩 하루 세 번 밥막기
전에 먹는다. 같은 양의 꿀과 섞어서 알약을 만들어 먹어도 좋고 더운물에 타서 먹어도 된
다.
천식, 기침
민들레를 생즙을 내어 한번에 한 잔씩 하루 세 번 마신다.
산모의 젖이 잘 안 나올때
민들레 뿌리를 물로 진하게 달여서 마시거나 생잎을 무쳐 먹는다.
신경통
민들레의 꽃, 잎, 줄기, 뿌리를 달여서 차처럼 수시로 마신다.
생명력 질긴 만능의 약초 질경이
옛날 중국 한나라에 마무라는 훌륭한 장수가 있었다. 마무 장군은 임금의 명령을 받아 군
사를 이끌고 전쟁터로 나갔다. 마무 장군의 군대는 산을 넘고 강을 건너 풀 한포기 나지 않
는 황량한 사막을 지나게 되었다. 황야에서 여러 날을 지내다 보니 말도 사람도 지친 데다
가 식량과 물이 부족하여 많은 병사들이 굶주림과 갈증으로 죽어 갔다. “장군님, 양식이 떨
어져서 군사들이 죽어 가고 있습니다.”,“안되겠다. 이러다간 모두 다 죽고 말겠다. 회군하
자.” 마무 장군은 병사들을 이끌고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그러나 사막을 지나기에는 많은
시일이 걸렸고 굶주림과 갈증으로 죽는 병사들의 수도 점점 늘었다. 병사들은 수분이 부족
하여 아랫배가 부어오르며 눈이 쑥 들어가고 피오줌을 누게 되는 ‘습열병’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사람뿐만 아니라 말도 피오줌을 누면서 하나 둘씩 쓰러져 갔다. 마무 장군 밑에서
말을 돌보는 병사가 있었다. 그는 말 세 마리와 마차 한 대를 관리하는 책임을 맡고 있었는
데 그가 돌보는 말도 피오줌을 누고 있었다. “만들이 지쳐 있는 데다가 먹이도 없고 피오
줌을 누고 있으니 이러다간 이 말들도 곧 죽겠군.”. 병사는 말이 굶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
서 말이 스스로 먹이를 찾도록 말고삐를 풀어 주어 마음대로 뛰어다니게 했다. 그런데 이틀
이 지나자 말이 생기를 되찾고 맑은 오줌을 누는 것이 아닌가.
“대체 무엇을 먹었기에 말의 병이 나았을까?” 병사는 말 주변을 서성대면서 말이 무엇을
먹는지를 살폈다. 말은 마차 앞에 있는 돼지 귀처럼 생긴 풀을 열심히 뜯어먹고 있었다.
“맞아! 이 풀이 피오줌을 멎게 한 것이 틀림없어.” 병사는 곧 그 풀을 뜯어서 국을 끓여
먹었다. 첫날은 별 변화가 없었으나 계속해서 며칠 먹었더니 오줌이 맑아지고 퉁퉁 부었던
아랫배가 본래대로 회복되었다. 병사는 곧 마무 장군한테 달려가 보고했다. “장군님, 병사
들과 말의 병을 고칠 수 있는 약초를 발견했습니다.” 마무 장군은 모든 병사와 말에게 그
풀을 뜯어먹게 하였다. 과연 며칠 뒤에 병사와 말의 병이 모두 나았다. 장군은 몹시 기뻐하
며 말을 돌보는 병사를 불렀다. “과연 신통한 약초로구나. 그런데 그 풀의 이름이 무엇이
냐?”“처음 보는 풀이라 이름을 모릅니다.”“그러면 그 풀을 수레바퀴 앞에서 처음 발견
했다고 하니 이름을 차전초라고 부르면 어떻겠느냐?” 그 뒤로 그 풀은 차전초라 불리게
되었다. 차전초를 우리나라에서는 질경이라고 부른다.
질경이는 흔한 풀이다. 사람과 우마의 통행이 잦은 길 옆이나 길 가운데 무리 지어 자란
다. 그러나 별로 쓸모없이 보이는 이 풀이 인삼.녹용에 못지않은 훌륭한 약초이며 제일 맛있
는 산나물의 하나임을 누가 알랴. 질경이는 생명력이 대단히 강하다. 심한 가뭄과 뜨거운 뙤
약볕에도 죽지 않으며, 차바퀴와 사람의 발에 짓밟힐수록 오히려 강인하게 살아난다. 얼마나
질긴 목숨이기에 이름조차 질경이라 하엿을까. 질경이는 민들레처럼 뿌리에서 바로 잎이 나
는 로제트 식물이다. 원줄기는 없고 많은 잎이 뿌리에서 나와 옆으로 넓게 퍼진다. 6~8월에
이삭 모양의 하얀 꽃이 피어서 흘갈색의 자잘한 씨앗이 10월에 익는다. 이 씨를 차전자라고
한다. 질경이 씨를 물에 불리면 끈끈한 점액이 나오는데 예부터 한방에서 신장염.방광염.요
도염 등에 약으로 쓴다. 민간요법에서 만병통치약으로 부를 만큼 질경이는 그 활용 범위가
넓고 약효도 뛰어나다. 질경이를 민간에서는 기침.안질.임질.심장병.태독.난산.출혈.요혈.금창.
종독 등에 다양하게 치료약으로 써 왔다. 이뇨작용과 완화작용.진해작용.해독작용이 뛰어나
서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데.변비.천식.백일해 등에 효과가 크다. 천식.각기.관절통.눈충혈.위
장병.부인병.산후복통.심장병.신경쇠약.두통.뇌질환.축농증 같은 질병들을 치료 또는 예방할
수 있다. 옛 글에는 질경이를 오래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며 언덕을 뛰어 넘을 수 있을 만큼
힘이 생기며 무병장수하게 된다고 하였다. 질경이에 대해서 임상실험한 것을 보면, 기관지염
환자에게 한번에 40그램씩 하루 세 번씩 먹여 1~2주 만에 77퍼센트의 치료 효과를 보았으
며, 질경이 침출액을 피하주사하였더니 열흘 안에 해소와 객담이 현저하게 줄고 30일 지나
자 완전히 나았다고 나와 있다.
급.만성 세균성 이질에는 질경이를 달여 한번에 60~2백 그램씩 하루 3~4번 일 주일쯤 먹
으면 대개 낫는다. 또 질경이는 피부 진균을 억제하는 효능도 있어서 피부궤양이나 상처에
찧어 붙이면 고름이 멎고 새살이 빨리 돋아나온다. 질경이 씨앗은 간의 기능을 활발하게 하
는 작용이 있어 황달에 효과가 있으며, 최근에는 질경이 씨앗이 암세포의 진행을 80퍼센트
억제한다는 연구 보고도 나와 있다. 옛 차력약으로 구리가루를 먹다가 구리에 중독되어 피
오줌이 나 피똥을 누는 사람이 더러 있었는데 그럴 때는 반드시 질경이를 먹어서 해독하였
다.
질경이는 기침,위궤양.심이지장궤양.동맥경화.당뇨병.백일기침.신장염.신장결석.이질.장염.암
등 갖가지 질병에 효과가 있다. 질경이는 훌륭한 약초일 뿐만 아니라 무기질과 단백질.비타
민.당분 등이 많이 들어 있는 나물이기도 하다. 옛잘부터 봄철에 나물로 즐겨 먹고, 삶아서
말려 두었다가 묵나물로도 먹었다. 소금물에 살짝 데쳐 나물로 무치고, 기름에 볶거나, 국을
끓여도 맛이 괜찮다. 튀김으로도 먹을 수 있고 잎을 날로 쌈을 싸 먹을 수도 있으며, 질경이
로 김치를 담그면 그 맛이 각별하다.
흉년에는 질경이 죽이 중요한 구황식품의 하나였다. 질경이 씨앗으로 기름을 짜서 모밀국
수를 반죽할 때 넣으면 국수가 잘 끊어지지 않는다. 질경이 잎과 줄기, 씨앗 등 어느 것이나
차로 마실 수 있다. 질경이 씨앗에는 신통력이 있어 저승에 있는 사람도 볼 수 있다는 전설
이 있다. 옛날에 어떤 효자가 아버지를 여의고는 몹시 슬퍼하여 다시 한 번 아버지의 모습
을 보기를 소원하여 백일 동안 기도를 드렸더니, 그 마지막 날 밤에 비몽사몽 간에 백발 노
인이 나타나서 질경이 씨로 기름 짜서 불을 켜면 아버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 효자는 질경이 씨를 열심히 따모아 기름을 짜서 제삿상을 차리고 질경이 기름으로 불
을 켰더니 과연 죽은 아버지가 퉁퉁 부어서 썩어 가는 모습으로 나타나 제삿상 머리에 앉는
것이었다. 이를 본 아들은 기겁을 하고는 두 번 다시 죽은 아버지 보기를 원치 않았다 한다.
대개의 사람들이 참 가치를 모르고 있지만 질경이는 약초로도 매우 훌륭하고 무, 배추처럼
채소로도 한번 활용해 볼 만한 식물이다. 갖가지 공해와 질병으로 찌든 사람들에게 많은 도
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질경이를 약으로 이용하는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한다.
만성간염-질경이 씨 한 숟가락에 물 200밀리리터를 넣고 물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달
여서 그 물을 하루 세 번에 나누어 마신다. 고혈압-그늘에서 말린 질경이 10~20그램에 물
반 되를 붓고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달여서 하루 세 번에 나누어 마신다. 기침, 가래-질경
이 씨 10~20그램이나 말린 질경이 10~20그램을 물 반 되를 붓고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달여
서 수시로 차 대신 마신다. 어린아이의 기침에 잘 듣는다.
설사, 변비, 구토-질경이를 날것으로 생즙을 내어 마신다. 미나리를 같이 넣어도 좋다.
늑막염- 말린 질경이와 창포 각 10~15그램에 물 반 되를 넣고 달여서 마신다. 질경이 생잎에
소금을 약간 넣고 짓찧어 즙을 내어 밥먹기 전에 먹어도 좋다.
급.만성 신장염-질경이 뿌리와 오이 뿌리를 3:1의 비율로 섞은 다음 물을 반 되쯤 붓고 물이 반쯤
줄 때까지 달여서 체로 걸러 찌꺼기는 버리고 한번에 한잔씩 하루 세 번 빈 속에 먹는다.
부종-질경이 씨와 삽주 뿌리 각각 50그램에 물 한 되를 붓고 물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달여서 하루 세 번 밥먹고 나서 30분 뒤에 마신다.
두통, 감기-진경이를 진하게 달여서 하루 세 번 밥먹기 전에 마신다. 하루 20~30그램을 쓴다. 2~3일 마시면 대개 낫는다.
관절염-무릎관절에 물이 고이고 퉁퉁 부어 오르며 아플 때 질경이 20~30그램에 물 1되를 붓고 달여
서 차 대신 수시로 마시면 좋은 효험이 있다.
숙취나 알코올 중독-질경이 뿌리와 이질풀 각 10그램에 물 반 되를 붓고 달여서 마신다.
간암.백혈병에 좋은 노나무
노나무는 그 열매에 특징이 있다. 열매가 노끈처럼 가늘고 길게 늘어진다. 그래서 이 나무
를 노끈나무라고도 부른다. 꼬투리 열매가 아카시아나 회화나무 열매처럼 주렁주렁 달리는
데 그보다 더 길다. 길이가 보통 30센티미터쯤 된다. 잎이 다 져버린 겨울에도 노나무는 길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어 쉽게 찾아낼 수 있다. 잎은 오동 잎을 닮아 크고 시원스럽다. 가
지는 굵고 수가 적어서 우직하고 단순한 아름다움이 있으며 빨리 자라고 또 굵게 자라는 나
무다. 꽃이나 잎에서 좋은 향기가 난다. 중국이 원산지라고 하나 확실하지는 않고 한자로는
재백목이라고 쓴다. 중국에서는 추수.의수.목왕이라고 부르며 <본초강목>에서는 백 가지 나
무 중에서 으뜸이라 하여 목왕이라 부른다고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노나무를 매우 신성하게 여겼다. 이 나무에는 벼락이 떨어지지 않으므로
뇌신목 또는 뇌전동이라 불렀고, 궁궐이나 절간을 지을 때 노나무 목재를 즐겨 썼다. 노나무
는 땅속이나 물 속에서도 수백 년 동안 썩지 않는 성질이 있다. 그래서 나막신이나 다릿발
의 재료로도 널리 썼다.
꽃은 한 여름에 핀다. 나팔처럼 생긴 희 꽃이 송이송이 모여서 피는데 꿀이 많아 벌들이
많이 모여든다. 긴 꼬투리 열매는 이듬해 봄까지 매달려 있다가 봄바람을 맞아서 나뭇가지
에 이리저리 부딪혀서 씨앗이 땅에 흩어진다. 노나무 열매를 한약재로 쓴다. 열매가 완전히
익기 전에 따서 그늘에서 말린 것을 목각두라고 하여 신장염.복막염.요독증.부종 등에 쓰고
이뇨제 원료로도 많이 쓴다.
어린 열매를 따서 먹기도 하는데 구연산과 알칼리염이 들어 있어서 맛이 시고 떫으며 약
간 독이 있다. 민간에서 노나무 잎은 무좀에 효과가 있다 하여 찧어 붙이기도 한다. 노나무
는 간암.간경화.백혈병 등 갖가지 간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 잎과 줄기.가지.뿌리 등 어느 부
분이나 약으로 쓸 수 있으며 하루 30~40그램을 푹 달여 두고 아침 저녁으로 그 물을 마신
다. 체질이 민감한 사람, 곧 소양체질인 사람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므로 처음에는 조금씩
마시다가 차츰 양을 늘려 가는 것이 안전하다. 백혈병에는 노나무 말린 것 1200그램, 다슬기
9리터, 산머루 덩굴이나 뿌리 말린 것 1200그램을 한데 넣고 오래 달여서 그 탕액을 하루 2
번 아침 저녁으로 밥먹기 전에 먹는다. 노나무는 약화된 간세포를 되살아나게 하여 본래의
기능을 되찾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신부전증 치료에도 노나무를 쓸 수 있다. 노나무 잎과 접골목, 옥수수 수염을 같은 양으로
한데 넣고 달여 마시고는 어떤 방법으로도 낫지 않던 신부전증 환자 몇 사람이 완치된 일이
있다. 노나무는 목재로나 약재로나 쓸모가 많은 나무이지만 유감스럽게도 큰 나무가 별로
남아 있지 않다. 재목으로 쓰기 위해 마구 베어 버린 까닭이다. 경복궁 안에 큰 노나무가 몇
그루 있다. 노나무는 정원수나 가로수로도 쓸 만하다. 빨리 자라고 잎이 널찍하여 그늘이 많
으며 잎에서 좋은 향기가 날 뿐만 아니라 꽃에 꿀이 많으므로 밀원식물로도 각광받을 만하
다.
번식도 어렵지 않다. 긴 꼬투리 씨앗을 따서 봄철에 땅에 뿌리면 싹이 잘 나고 가꾸기도
쉽다. 자람이 빠르고 땅을 가리지 않고 아무 데서나 잘 자란다. 노나무와 비슷한 나무로 미
국에서 들여온 꽃개오동나무가 있다. 꽃개오동나무는 노나무와 매우 흡사하여 구별이 어렵
다. 다만 꽃이 약간 더 붉은빛을 띠고 잎이 약간 더 크다는 특징이 있다. 한때 미국에서 꽃
개오동나무를 들여와 황금수니 영목이니 하고 선전하여 널리 심은 적이 있다. 재질이 단단
하고 내구성이 강하므로 철도 침목으로 쓸 계획이었으나 하늘소의 피해가 심하고 바람에 쉽
게 넘어가 버려 재배에 실패했다. 노나무는 앞으로 그 가치와 쓰임새가 무한히 늘어날 것으
로 보인다. 노나무는 건재 한약방 같은 곳에서 구하기 어렵다. 간혹 시골 노인들한테 물으면
아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산삼 못지 않은 약초 참마
옛날 중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큰 나라와 간은 나라가 전쟁을 벌였다. 크고 힘센 나라에서
작고 약한 나라를 쳐들어가 땅을 점령했다. 작은 나라의 병사들은 큰 나라의 병사들에게 밀
리다가 어느 산밑에까지 쫓겨 갔다. 그들은 산속으로 들어가 숨었다. 큰 나라 병사든은 산을
겹겹이 포위하고 그들이 산속에서 먹을 것이 떨어져 굶어 죽거나 항복하기를 기다렸다. 그
러나 1년을 기다려도 산으로 도망간 작은 나라의 병사는 한 사람도 산에서 내려오지 않았
다. 큰 나라의 병사들은 그들이 모두 산속에서 굶어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경계를 태만
히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산속에 숨어 있던 작은 나라의 병사들이 왕성한 기세로 산을 내려
와 습격을 했다. 1년 동안이나 쉬고 있었던 강대국의 병사들은 별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패
하여 달아나기에 바빴다. 반대로 산속에 있던 병사들은 모두 힘을 합쳐 용감하게 싸워 마침
내 잃어버린 땅을 되찾았다. 뒷날 싸움에 진 큰 나라 사람들은 작은 나라 병사들이 산속에
서 무엇을 먹고 어떻게 몸을 단련했는지를 알아보았다. 산에는 덩굴식물이 많이 자라고 있
었는데 여름에 하얀 꽃이 피고 굵고 긴 뿌리가 있었다. 작은 나라의 병사들은 산속에서 이
식물의 뿌리를 캐 먹고 줄기와 잎은 말에게 먹이며 힘을 길렀던 것이다.
병사들은 이 뿌리를 산속에서 먹을 것을 찾다가 우연히 만났다 하여 산우라고 불렀다. 그
뒤로 이 식물은 식량으로 쓰게 되었고 허약한 몸을 튼튼하게 하는 데 좋은 약이 된다는 것
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 후로 ‘산에 있는 약’이라 하여 ‘산약’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고 한다. 산약을 우리말로는 참마라고 부른다.
산약에 대한 다른 전설도 있다. 본디 중국에는 산약을 ‘서여’라고 불렀는데 지금부터
1500년전인 수나라 때에 ‘서여’라는 임금이 있었다. 뭇사람들이 산약을 부를 때 거침없이
임금의 이름을 사용했기 때문에 신성한 임금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못하도록 이름을 ‘산
에서 나는 귀한 약재’라는 뜻에서 ‘산약’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그 뒤로는 서여를 산약,
서사, 산서, 회산약, 불장서 등으로 바꾸어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참마’는 덩굴성 초본식물로 우리나라 아무 곳에나 난다. 대개 햇볕이 잘 드는 야산이
나 들에 많이 자란다. 4월 말이나 5월 초에 싹이 나서 7~8월에 연한 녹색의 작은 꽃이 피고
가을에 3개의 날개가 달린 바람개비 모양의 열매가 달린다. 참마의 뿌리는 둥근 기둥 모양
으로 땅속을 깊이 파고 들어간 것도 있으며 이 뿌리를 감자나 고구마처럼 쪄서 먹거나 약으
로 쓴다. 한방에서 참마는 뼈와 살을 튼튼하게 하고 정력을 강하게 하며, 오래 먹으면 귀와
눈이 발아지고 오래 살게 하는 보약으로 이름이 높다. 그러나 이 식물의 기이하고 신비스러
운 생태에 대해서는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오랜 채약 경험으로 알아낸 야생 참마의
기이한 생태를 처음으로 밝힌다.
해마다 이사를 다니는 식물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수백 년 묵
은 산삼이 부정한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고 자취를 감추어 버린다는 이야기는 전설처럼
전해 오지만, 손도 발도 없는 식물이 어떻게 옮겨 다닐 수가 있겠는가. 그러나 야생 참마가
해마다 이사를 다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는 야생 참마를 캐러 다니면서 그 생태를
세심하게 관찰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자연계의 한 비밀이다.
참마는 5월 초 새싹이 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 뿌리가 물렁해지고 쭈그러들기 시작한다.
뿌리에 있던 영양 물질을 줄기로 올려 보내기 때문이다. 그렇게 차츰 영양 물질을 위로 올
려 보내서 꽃필 무렵인 8월쯤 되면 뿌리에 있던 영양분이 모두 줄기로 올라가서 줄기는 4~5
미터씩 길게 뻗지만 뿌리는 마치 바람 빠진 풍선 모양으로 겉껍데기만 땅속에 남아 있게 된
다. 그래서 한여름철에 야생 참마를 캐보면 굵은 뿌리가 있어야 할 자리에 구명만 뻥 뚫려
있을 뿐이다. 뿌리에 저장애 두었던 영양분을 줄기로 다 끌어올림 참마는 원래 있던 뿌리
옆에 새로운 뿌리를 만든다. 그리고는 줄기로 끌어 올렸던 영양분을 내려 보내는 것이다. 그
리하여 가을철 잎이 누렇게 마를 때쯤에는 이 새로운 뿌리로 영양분을 고스란히 옮겨오게
되는 것이다.
이때에 뿌리를 캐보면 원래 뿌리가 있던 곳에는 빈껍데기와 함께 뿌리 모양과 크기 그대
로의 빈 구멍이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주변을 넓게 파보아서 빈 구멍이 어느
방향으로 몇 개가 있는지를 확인하면 그 참마가 몇 해 동안에 어느 방향으로 이동해 왔는지
도 알 수 있게 된다.
참마가 해마다 이처럼 이사를 다니는 것은, 참마가 땅의 기름기를 먹고 사는 식물이 아니
라 땅 기운을 흡수하여 사는 식물이기 때문인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밭에서 재배하는 것
은 이처럼 옮겨 다니지 않는다. 더 놀라운 것은 참마가 수백 년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풀
가운데서 수백 년을 사는 것은 산삼을 빼고는 없다. 그런데 참마는 수백 년은 물론 수천 년
도 살 수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야생참마를 잘 관찰해 보면 뿌리가 웨만큼 굵어진 뒤로는
더 자라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는 자라지 않으면서 해마다 조금씩 옮겨 다니기만
하는 것이다. 그렇게 수백 년 동안 이사를 다니면 이쪽 골짜기에서 저쪽 골짜기까지 옮겨갈
수 있는 것이다. 생태가 이처럼 신비스러우니 그 약효도 뛰어날 것임에는 틀림없다.
야생 참마를 쪄서 잘 말리면 흑갈색으로 굳어 단단하기가 마치 유리알 같아 잘 깨어지지
않으며, 아린 맛이 난다. 그러나 재배한 참마는 아린 맛이 없고 쉽게 잘 부러진다. 글쓴이가
아는 사람 중에 어려서부터 참마를 늘 먹어 온 사람이 있다. 그는 젊어서 씨름판에 나가 황
소를 몇 마리 타기도 한 장사이다. 건축 공사장의 인부로 일하는데 보통 인부들의 서너 곱
절 일을 해도 거의 피곤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체력이 왕성하다. 그의 건강과 힘의 비결
은 해마다 10월 말쯤 산으로 들어가서 한달 동안 참마를 캐서 그 자리에서 우둑우둑 씹어
먹는 것이라고 했다.
참마는 특이한 상태와 약성이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신비한 풀이다. 야생 참마는 당
뇨병, 갖가지 암 치료에 효과가 있고 허약한 몸을 튼튼하게 해주는 보약으로서의 효능 또한
뛰어나다. 야생 참마야말로 산삼 이상의 신비를 간직한 약초이다. 야생 참마와 재배한 참마
를 구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재배한 것은 뿌리가 굵고 몽톡하지만 야생은 뿌리가 가늘고
길고 단단하다.
참마는 ‘산의 뱀장어’라고 부를 만큼 자양강장에 뛰어난 효과가 있다. 참마는 소화불량
이나 위장장애, 당뇨병, 기침, 폐질환 등에 효과가 두드러진다. 특히 신장 기능을 튼튼하게
하는 작용이 강하여 원기가 쇠약한 사람이 오래 복용하면 좋다. 참마는 영양이 풍부하다. 녹
말과 당분이 많고 비타민 B, B2, C, 사포닌 등이 들어 있다. 끈적끈적한 점액질은 무친으로
단백질의 흡수를 돕는 물질이다.
참마는 소확가 매우 잘된다. 참마에는 디아스타제라는 소화 효소가 들어 있는데 이 효소
는 음식을 3~4배 빨리 소화되게 한다. 그러므로 소화불량이나 위장장애, 위가 약한 사람에게
좋다. 또 장 속 세균의 활동을 왕성하게 하므로 만성 장염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 당뇨병의
혈당을 낮추는 데에도 효과가 있고 가래를 없애고 염증을 삭이며 머리를 맑게 하는 작용도
있는 참마는 날것으로 그냥 먹거나 생즙을 내어 먹을 수도 있지만 쪄서 먹기도 하고 쪄 말
려 가루를 내어 먹기도 한다. 꾸준히 오래 먹는 것이 좋다. 날것을 강판에 갈아서 종기에 붙
여도 잘 낫는다. 특히 유선염에 찧어 붙이면 잘 낫는다. 참마는 재배한 것은 약효가 신통치
않다. 야생이라야 효과가 제대로 난다.
부러진 토끼허리 고친 새삼
옛날 어느 마을에 토끼를 매우 좋아하는 부자 할아버지가 있었다. 그는 온갖 종류의 토끼
를 키우면서 토끼를 돌보는 하인들을 엄하게 다루었다. 어느 날은 하인이 실수로 몽둥이를
토끼 우리에 떨어뜨려 토끼 한 마리가 다쳤다. 그는 들킬 것을 걱정하여 다친 토끼를 콩밭
에 숨겼다. 그러나 주인은 3일 뒤에 토끼 한 마리가 없어진 것을 알아냈다. 하인은 어쩔 수
없이 콩밭에 가서 토끼를 데려왔다. 그런데 토끼가 다친 데가 다 나았는지 더 팔팔해졌다.
하인은 이상히 여겨 일부러 토끼 한 마리를 몽둥이로 허리를 때려 뼈를 부러뜨린 뒤에 다
시 콩밭에 놓아 두었다. 사흘 뒤에 가보니 역시 토끼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건강하게 뛰
어다니고 있었다.
하인은 집에 가서 몇 년 전에 주인하테 몹시 맞은 뒤로 허리를 못 쓰고 누워 있는 아버지
한테 그 이야기를 했다. 아버지는 “토끼가 골절을 고치는 약초를 뜯어먹은 것이 틀림없
다.”면서 토끼가 무슨 풀을 뜯어먹는지 자세히 알아보라고 했다. 하인은 다시 토끼를 몽둥
이로 때려 허리를 다치게 한 뒤에 콩밭에 갖다 놓고는 숨어서 지켜 보았다. 토끼는 처음에
는 잘 움직이지도 못하다가 차츰 몸을 움직여 콩밭에 난 잡초를 뜯어먹기 시작했다. 3~4일
뒤에 토끼는 건강하게 회복이 되었다. 하인은 그 잡초에 달린 열매를 따다가 아버지에게 보
였다.
아버지는 그 열매를 끓여서 부지런히 복용하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허리의 아픔이 없어
지고 두 달쯤 뒤에는 밭일을 할 수 있을 만큼 몸이 튼튼해졌다. 그 후 하인은 주인 집에서
토끼 키우는 일을 그만두고 그 약초의 열매를 따서 요통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 소문이 점점 퍼져 많은 사람들이 그 약초의 씨앗을 구해 먹고 허리 아픈 것이
낫게 되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 약초의 이름을 몰랐다. 이름이 없었던 것이다. 그들은 한참
을 생각하다가 토끼 허리를 고쳤다고 해서 토끼 토자와 그 풀이 실처럼 엉켜 있다하여 실
사자와 씨앗 자자를 합쳐 ‘토사자’라 이름 지었다.
토사자는 우리말로 새삼 씨라고 부른다. 칡덩굴이나 콩밭에 많이 기생하는 식물로 잎이
없고 누런색이나 누런 밤색의 덩굴이 다른 식물을 감고 올라가며 자란다. 여름철에 줄기에
서 희누른 색의 작은 꽃이 모여서 핀다. 열매는 들깨만하고 빛깔은 갈색이다. 열매는 보약으
로 귀하게 쓴다.
새삼 씨는 맛은 달고 매우며 성질은 평하다. 주로 간과 신장에 들어가 간과 신장을 보호
하며 눈을 밝게 한다. 새삼 씨에는 칼슘, 마그네슘, 나트륨, 니켈, 라듐, 철, 아연, 망간, 구리
등 광물질과 당분, 알칼로이드, 기름 비타민 B1,B2등이 들어 있다. 새삼 씨는 양기를 돕고
신장 기능을 튼튼하게 하는 약재이다. 신장이 허약하여 생긴 음위증, 유정, 몽설 등에 효과
가 좋다.
또 뼈를 튼튼하게 하고 허리 힘을 세게 하며 신장 기능이 허약하여 허리와 무릎이 시리고
아픈 것을 치료한다. 또 오줌소태와 소변을 잘 보지 못하는 것, 설사를 낫게 한다. 간을 보
하여 눈을 밝게 하고 태아를 보호하는 작용도 있다. 새삼 덩굴과 씨는 당뇨병 치료에도 좋
다. 새삼 덩굴을 즙을 내어 한잔씩 마시거나 씨앗을 달여 차처럼 자주 마시면 당뇨병에 효
험이 있다.
또 밤눈이 어두울 때는 새삼 씨 120그램을 술에 3일 동안 담갔다가 햇볕에 말려 달걀 흰
자 위에 개어 알약을 만들어 빈 속에 따뜻한 술과 함께 먹으면 매우 좋다. 심신이 쇠약하여
정액이 저절로 새어 나오거나 허리와 무릎이 아프고 힘이 없을 때에는 새삼 씨 40그램과 쇠
무릎지기 80그램을 한데 넣고 달여서 차처럼 수시로 마신다. 과민성 장염에는 삽주 뿌리, 오
미자 등을 섞어 가루 내어 알약을 만들어 막으면 좋고, 오줌소태에는 새삼 씨와 용골, 모려
분, 감국, 구기자, 황백, 두충 등을 각각 같은 양으로 달여서 마신다.
새삼 씨를 술에 담가서 먹으면 효능이 더 좋다. 가을철에 새삼 씨를 따서 깨끗이 씻어 햇
볕에 2~3일 말렸다가 항아리에 넣고 새삼 씨 분량의 2~3배쯤 되는 술을 붓고 뚜껑을 잘 덮
은 다음 어둡고 서늘한 곳에 두었다가 3~4개월 뒤에 조금씩 마신다. 새삼 술을 마시면 피로
가 없어지고 양기가 좋아진다. 또 짝사랑으로 괴로워하다가 신경쇠약이 되어 헛것이 보이는
데, 자위행위를 지나치게 해서 몸이 약해지고 정액이 새어나오는 데에도 효험이 크다. 오래
먹으면 몸이 따뜻하고 여성의 냉증이 없어진다. 얼굴에 여드름이 많을 때 새삼 술로 세수를
하면 얼굴이 깨끗해진다.
허약체질 개선하는 개별꽃
중국 명나라 때의 명의 이시진은 평생 동안 약초를 연구하여 <본초강복>이라는 의학책을
펴냈다. <본초강목>은 중국에서 나는 약초, 약동물, 약광물 등의 효능과 성분 등을 집대성
한 책으로 그 내용이 매우 자세하고 친절하여 후세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이시진이
<본초강목> 원고를 들고 남경에 있는 친구 집으로 가다가 날이 저물어 한 자그마한 주막에
서 묵게 되었다. 잠을 자려는데 안에서 아낙네의 신음소리가 들리므로 주인을 불러 누가 아
픈가 물었다. 주막 주인은 자기 아내가 병이 들었는데 집안 식구가 많아 먹고 살기도 힘들
어서 의사를 부를 형편이 못 된다고 털어 놓앗다.
이시진이 안방에 누워 있는 환자를 살펴보니 환자는 맥이 좀 약할 뿐 이렇다 할 병은 없
었다. 무언가 약을 쓰고 있을 것이라고 짐작한 이시진은 오늘 낮에 먹은 음식이 어떤 것인
지 가져와 보라고 했다. 주인은 며칠 동안 양식이 떨어져 풀뿌리를 캐먹고 산다면서 나물
광주리를 들고 왔다. 이시진이 보니 광주리에 담긴 풀뿌리는 처음 보는 약초였다. 그는 그
풀을 잘라 맛을 보고는 주인에게 돈을 주면서 부인에게 쌀을 사서 밥을 지어 먹이고 그 풀
을 달여 먹이면 병이 곧 나을 것이라고 일러 주었다.
이시진이 풀뿌리를 어디서 캐왔는지 물었더니 주인은 명나라 주원장의 아들인 태자의 무
덤 주위에서 캐 왔다고 대답했다. 과연 이튿날 태자 무덤에 가보니 그 풀이 무덤 주변에 양
탄자처럼 널리 퍼져 자라고 있었다. 이시진은 이 약초를 <본초강목>에 넣으려 했지만, 이
약초의 효과가 좋다고 하면 사람들이 몰려들어 태자 무덤 주변을 파헤칠 것을 염려하여 빼
기로 했다. 그 뒤로 이 풀은 태자 무덤 주위에서 자라났다 하여 태자삼이라 불렀다고 한다.
태자삼은 우리말로 들별꽃 또는 개별꽃이라고 부른다. 꽃 모양이 마치 별과 같다 하여 그런
이름이 붙었다. 태자삼은 우리나라 전역의 산속 나무그늘 밑에 흔히 자란다. 여러해살이풀로
키는 10~15센티미터쯤 되고 인삼 뿌리를 닮은 작은 뿌리가 있다. 꽃은 5월에 하얗게 피고
열매는 6~7월에 익는다.
개별꽃은 민간에서 기를 보충하고 위장을 튼튼하게 하며 양기를 좋게 하는 보약으로 더러
쓴다. 병을 앓고 나서 허약한 사람이나 몸이 약한 어린이, 노인들이 먹으면 몸이 튼튼해진다
고 한다. 개별꽃은 인삼과 효력이 비슷한데 인삼을 먹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이 나타
나지 않는다. 개별꽃은 맛은 달고 약간 쓰며 성질은 평하다. 폐와 위를 튼튼하게 하고 진액
을 늘려 준다. 정신적 피로, 저절로 땀이 나는 증상, 건망증, 불면증, 입맛 없는데, 입 안이
마를 때, 가슴이 두근거릴 때 등에 약으로 쓴다. 가을에 뿌리를 캐서 그늘에 말려 두었다가
하루 5~15그램을 물로 달여서 하루 3~4번 복용한다.
개별꽃을 닮은 풀로 덩굴개별꽃, 큰개별꽃, 참개별꽃, 긴개별꽃, 술개별꽃 등이 있는데 모
두 인삼을 닮은 작은 뿌리가 있고 모두 약으로 쓴다. 봄철에 어린순을 나물로 먹으면 태자
삼과 비슷한 효과가 있다. 개별꽃이 위암, 폐암 같은 암 치료에 좋은 효과가 있다는 얘기도
있다. 암 치료에 쓸 때는 가을철에 캔 뿌리를 하루 30~50그램씩 진하게 달여 수시로 차처럼
마신다. 여기에 겨우살이, 느릅나무 뿌리껍질 등을 함께 넣어 달이면 효과가 더 크다고 한
다.
결석 녹이고 소변 잘나오게 하는 금전초
옛날 금실이 아주 좋은 한 젊은 부부가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갑자기 옆구리가
몹시 아프다고 하더니 며칠 뒤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아내는 몹시 슬퍼하여 의원에게 남
편이 왜 갑자기 죽었는지 조사해 달라고 부탁했다. 의원이 남편의 시체를 해부하자 쓸개에
단단한 돌맹이가 가득 들어 있었다. 남편은 담석 때문에 죽은 것이었다. 아내는 담석을 실로
꿰어 목에 걸고 다니면서 남편을 그리워했다. 어느 날 산에 땔감을 구하러 올라갔다가 풀을
베어 묶어 집으로 가져왔다.
그런데 집에 와서 보니 목에 걸린 담석이 녹아서 반쯤으로 줄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
내는 이 사실을 만나는 사람마다 얘기했고, 이 소문은 전에 남편의 시체를 해부했던 의원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의원은 담석을 녹인 풀을 가르쳐 달라고 하여 아내를 데리고 산으로 올
라가 여러 가지 풀을 베어 한 종류씩 따로 묶어 묶음마다 덤석 덩어리를 넣어 보았다. 그랬
더니 과연 그중 한 다발의 묶음에서 담석이 녹아 없어졌다. 의원은 그 풀을 뜯어 많은 담석
환자를 치료하였다. 그러나 그때까지 그 풀의 이름이 없었으므로 풀잎의 모양이 동전을 닮
았다고 하여 이름을 금전초라 지었다고 한다. 금전초를 우리말로는 긴병꽃풀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자라는데 대개 물기 많고 햇볕이 잘 드는 양지 쪽에 흔하다.
여러해살이풀로 키는 5~25센티미터쯤 자라고 잎은 신장 모양으로 마주 난다. 꽃은 연한
보라색으로 6~8월에 피고 달고 단단한 열매는 9월에 익는다. 꽃에 꿀이 많아 벌들이 많이
모인다. 활현단, 연전초 등의 다른 이름이 있다. 금전초는 소변을 잘 보게 하고 황달을 고치
며 몸이 붓는 것을 낫게 하는 작용이 있다. 맛은 맵고 쓰며 성질은 약간 차다고 한다. 열을
내리고 독을 풀며 염증을 삭이고 어혈을 없애는 효과도 있다. 또한 방광과 요도, 담낭의 결
석을 녹이는 효과가 있으며 기침을 멎게 하고 가래를 삭이는 효과도 크다. 습진, 종기 같은
피부병에도 날것을 짓찧어 붙이면 잘 낫는다. 금전초는 약리 효과가 매우 다양하면서도 뛰
어나다. 생즙을 내어 먹거나 달인 물을 마시면 간염에도 좋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최근에는 간암에도 상당한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에서는 금전초를 거의 만병통치약처럼 쓴다. 결막염을 비롯한 온갖 눈병에는 달인 물
로 눈을 씻고 중이염, 축농증, 임질, 백대하에는 달여서 먹으며 타박상, 화상, 옴, 피부병에는
날것을 짓찧어 즙을 바른다. 또 통풍, 뼈가 부러진 데, 근육통, 치통, 위장 질병에 달여서 마
시거나 달인 물로 목욕을 한다. 감기, 기침, 기관지 천식, 각혈, 폐렴, 기관지염, 폐결핵, 늑막
염에도 달여서 마시고 두통에는 생것을 짓찧어 즙을 콧속에 한 방울씩 넣는다. 또 소변이
잘 안 나올 때. 밥맛이 없고 소화가 잘 안 될 때, 간암, 황달, 변비, 비염, 생리가 없을 때,
기생충을 없애는 데, 납중독 등에도 달인 물을 마시거나 말린 것을 가루 내어 먹는다. 당뇨
병에는 금전초 달인 물과 함께 우무를 한 그릇씩 먹으면 매우 효과가 좋다고 한다.
신장결석이나 방광결석, 요로결석에는 말린 것으로 하루 30~50그램쯤 많은 양을 달여서
수시로 물 대신 마신다. 금전초 달인 물을 먹으면 오줌이 산성으로 되어 알칼리성인 결석을
녹인다. 금전초는 가을에 베어 그늘에서 말렸다가 하루 15~30그램쯤을 달여 3~4번 나누어
마신다. 독이 없으므로 오래 복용해도 나쁘지 않다.
목수의 약초 톱풀
톱풀은 봄철에 흔히 먹는 푸성귀 중의 하나다. 잎이 톱니처럼 생겨 톱풀이라고 부르는데
옛날에는 흔히 가새풀이라고 불렀다. 찢어진 잎 모양새가 가위처럼 갈라졌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이 밖에 오공초, 지네풀, 지호 등의 여러 이름이 있다. 톱풀은 봄철에 어린 잎을
뜯어다 살짝 데친 뒤 무쳐서 먹는다. 널리 먹는 봄나물은 아니지만 그런 대로 맛은 괜찮은
편이다. 맛이 약간 쓰므로 소금물에 담가 우려 내거나 기름에 볶아 먹으면 맛이 더 훌륭하
다. <신농본초경>이라는 중국의학책에 보면 톱풀을 신초라 하여 오래 먹으면 신선이 될 수
있는 약초라고 적혀 있다. 허약한 사람이 톱풀을 오래 먹으면 기력이 회복되고 살결이 옥처
럼 고와지며 신의 세계와 통하게 되어 앞일을 내다보는 예지력이 생기고 두뇌가 명석해지며
음식을 먹지 않아도 배고프지 않게 된다고 하였다.
서양에서도 톱풀을 약초로 매우 귀히 여겼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트로이 전쟁 때 아킬
레스가 부상한 병사들의 상처를 이 풀로 고쳤다는 전설이 있으며, 고대 그리스에서는 이 풀
을 거의 만병 통치약으로 여겼고 전쟁의 상징으로 삼기까지 했다. 프랑스에서는 지금도 톱.
대패.칼.낫 같은 것에 다친 상처에 잘 듣는다 하여 '목수의 약초‘라고 부른다. 톱풀에는 강
한 살균 작용과 수렴 작용, 지혈 작용이 있어서 상처를 치료하는 효과가 탁월하다.
1차 세계대전 때에도 부상병들을 치료하는 데 풀을 날로 짓찧어 붙이거나 말려서 가루 내
어 쓰거나 고약을 만들어 붙이거나 달인 물로 상처를 소독했다. 차로 늘 마시면 몸에 힘이
나고 밥맛이 좋아지며,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다. 류머티스성 관절염이나 고혈압에도 효과가
있고 치질로 인한 출혈, 장출혈, 코피, 기타 여러 출혈에도 신통하리 만큼 잘 듣는다. 타박상
에는 날것을 짓찧어서 소금을 조금 섞어 아픈 부위에 붙이고, 관절염에는 말린 것 10~15그
램을 달여서 하루에 3~4번 나누어 마시는 동시에 날것을 짓찧어 아픈 부위에 붙인다.
갖가지 위염, 통풍, 자궁출혈, 장출혈, 코피, 치질출혈 등에는 말린 것을 하루 10~15그램을
달여서 3~4번 나누어 복용한다. 톱풀은 성질은 따뜻하고 맛은 약간 쓰다. 심경, 간경, 폐경에
작용한다. 피를 잘 돌게 하고 풍을 없애며 아픔을 멎게 하고 독을 푼다. 특히 뱀에 물렸을
때 날것을 짓찧어서 물린 부위에 붙이면 부기가 내리고 독이 빠진다. 서양에서는 톱풀을 말
려서 담배처럼 말아 불을 붙여서 그 연기를 들이마시는데 담배 대용으로 아주 좋으며 온갖
뱃속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믿어 왔다.
상처를 치료하는 효과가 몹시 뛰어나서 중세 유럽에서는 이 식물이 악마를 쫓아내는 효력
이 있다고 믿어 부적처럼 몸에 지니고 다니기도 했다. 또 아기의 요람에 붙여 두기도 했으
며 마녀의 침입을 막기 위해 문간에 뿌리기도 했다. 이 밖에 결혼식의 꽃다발을 만드는 데
도 썼는데, 이 풀로 꽃다발을 만들면 이 풀의 위력 때문에 적어도 7년 동안은 행복이 보장
된다고 믿었다. 갖가지 사랑점을 치는 데에도 이 풀을 많이 이용했다.
톱풀은 키 35~50센티미터 자라는 풀로 우리나라 각지의 산기슭, 길섶, 개울가, 풀밭에서
흔히 자란다. 분홍색 또는 흰색 꽃이 6~8월에 가지 끝에 모여서 피는데 향기가 좋아 다른
나라에서는 드라이플라워로도 흔히 쓴다. 꽃이 피어 있는 기간이 50~60일쯤으로 상당히 긴
것도 특징이다.
병든 간 치유하는 어린 보릿잎
겨울은 지난 어린 보릿잎을 동맥이라고 한다. 이 동맥을 예전부터 한방이나 민간에서는
귀중한 약으로 써 왔다. 어린 보릿잎에는 비타민, 효소, 엽록소 등 온갖 영양소가 풍부하게
들어 있을 뿐 아니라 몸 안에 쌓인 독을 풀어 주는 효과도 있다. 간염이나 간경화증에는 어
린 보릿잎을 뿌리째 캐어 그늘에서 말린 것 1킬로그램과 오리나무 껍질 1킬로그램, 도토리
200그램을 물로 6시간 이상 달인 물을 수시로 차 마시듯 마시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보릿잎은 간의 열을 내리고 독을 풀며 간의 기능을 크게 도와주고 소화를 잘되게 하므로 간
병 환자의 치료에 크게 도움이 된다. 그러나 보릿잎은 성질이 차가우므로 몸이 찬 환자, 곧
소음이나 태음체질의 환자는 성질이 더운 약재, 이를테면 인삼이나 꿀 등과 함께 쓰는 것이
좋다.
보릿잎을 생즙을 내어 마시는 것도 좋다. 미국의 유명한 배우가 간암에 걸려 온갖 좋다는
치료법을 다 써 보았으나 효과를 못 보던중에 보릿잎과 밀싹을 녹즙을 내어 3개월 동안 먹
고 암을 고친 일이 있다. 그러나 보릿잎은 맛이 쓰고 떫을 뿐만 아니라 독특한 냄새가 있어
마시기가 좀 거북스런 단점이 있다.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어린 보릿잎을 동결건조하여 가루
로 만들어 건강식품으로 개발,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
보릿잎에는 온갖 미네랄과 비타민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보릿잎 말린 것 100그램에는 나
트륨 775밀리그램, 칼륨 0.88밀리그램, 칼슘 1,108.02밀리그램, 마그네슘 224,7밀리그램, 철
15.8밀리그램, 구리 1.36밀리그램, 인 594.3밀리그램, 아연 7.33밀리그램, 바나듐 5.6밀리그램
등 갖가지 미내랄과 카로틴 52아이유, 비타민 B1 1.29밀리그램, B2 2.75밀리그램, B6 0.34밀
리그램, C 328.8밀리그램, E 51밀리그램, 클로로필 1,490밀리그램이 들어 있는 것으로 나타
났다.
보릿잎의 미네랄은 채소 중에서 미네랄이 가장 풍부하다고 하는 시금치와 견주어 보더라
도 칼슘이 11배, 마그네슘이 3배, 칼륨은 18배나 많이 들어 있다. 이들 미네랄은 신경 계통
의 기능과 근육을 원활하게 하는 데 꼭 필요한 요소이다. 또 호르몬을 생성하는 데도 중요
한 역할을 한다. 이들 미네랄이 부족하면 몸에 큰 탈이 생긴다. 예를 들어 칼슘이 모자라면
골다공증을 비롯, 치아와 관절에 이상이 생기고 칼륨이 모자라면 변비가 오고 몸이 쉬 피로
해진다. 또 철분이 모자라면 빈혈이 생기고 망간이 부족하면 현기증이 오고 머리칼이 빠지
면 운동신경 실조증 등이 생기게 된다.
보릿잎에 효소 성분도 많이 들어 있다. 어린 보릿잎에 들어 있는 효소는 소화를 잘되게
하고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작용이 있다. 보릿잎에는 엽록소인 클로로필도 많이 들어 있다.
천연 엽록소는 혈액의 혈색소와 비슷한 분자 구조식을 갖고 있어서 녹색의 혈액으로 부를
정도로 증혈 작용이 높다. 보릿잎은 빈혈이나 갖가지 염증, 상처로 인한 출혈 등에 효과가
높다.
어린 보릿잎에는 비타민도 매우 풍부하다. 비타민 B1은 우유의 30배, 비타민 C는 시금치
의 33배, 카로틴은 시금치의 6.5배나 들어 있다. 비타민은 신진대사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어서 그중 한 가지만 모자라도 병에 걸리기 쉽다.
어린 보릿잎은 인체에 꼭 필요한 영양소가 고루 들어 있는 이상적인 식품인 동시에 만능
에 가까운 약초이다. 그러나 반드시 겨울을 지난 것이어야 제대로 약효가 나타난다. 보릿잎
은 가장 흔하면서도 거의 쓰지 않고 놀랍도록 다양한 효과를 지닌 약초이다.
오줌소태 고치는 배롱나무
배롱나무는 꽃이 여름철 내내 핀다. 여름내 장마와 무더위를 거뜬히 이겨 내면서 꽃을 피
워내므로 나무백일홍이라는 이름으로도 부른다. 화무십일홍이라 하여 열흘 가는 꽃이 없다
하지만 배롱나무는 백일 동안이나 꽃을 피운다. 하지만 배롱나무의 꽃은 한 송이가 피어 그
토록 오랫동안 버티는 것이 아니고 수많은 꽃들이 차례로 피어나는데 그 기간이 100이리은
지난다. 배롱나무는 낙엽성 교모이다. 그러나 아주 크게 되지는 않고 대개 3~4미터쯤 자라고
간혹 10미터쯤 되는 것도 있다.
배롱나무는 여름내 빨갛게 피는 꽃도 좋지만 매끄러운 줄기가 인상적이다. 중국에서는 이
나무를 파양수라고 부르는데 이 이름에 대해서 <군방보>라는 책에는 “매끄러운 중기를 긁
어 주면 모든 나뭇가지가 흔들리면서 간지럼을 타기 때문에 파양수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적혔다. 우리나라에서도 충정도에서는 ‘간지럼나무’라 하고 제주도에서는 ‘저금 타는
낭’이라고 부른다. 배롱나무는 본디 중국이 원산이다. 중국에서는 당나라 때부터 관청의 뜰
에 흔히 심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래 묵은 절간이나 사당 무덤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배롱나무는 사람이 일부러 심지 않으면 스스로 번식할 수 없는 나무다.
배롱나무는 여성들한테 흔한 병인 방광염, 곧 오줌소태에 특효가 있다. 방광염에 동쪽으로
뻗은 배롱나무 가지 1냥(대략 35~40그램)을 달여서 한번에 마시면 즉효를 본다. 왜 동쪽으로
뻗은 가지를 쓰는가? 이는 해가 뜨는 동쪽으로 뻗은 가지에 약효 성분이 가장 많이 모여 있
기 때문이다. 붉은 꽃 피는 나무보다는 흰 꽃이 피는 나무가 약효가 더 높다. 이 나무는 심
은 사람이 죽으면 3년 동안 꽃이 하얗게 핀다는 속설이 있다.
배롱나무 꽃은 먹을 수도 있다. 그늘에서 말려 차로 달여 먹거나 기름에 튀겨 먹거나 국
을 끓여 먹는다. 배롱나무의 잎은 자미엽, 뿌리는 자미근이라 하는데 모두 약으로 쓴다. 배
롱나무 뿌리는 어린이들의 백일해와 기침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 배롱나무 뿌리를 캐서 그
늘에서 말려 두었다가 1냥쯤을 달여서 하루 세 번으로 나누어 먹는다. 여성들의 대하증, 냉
증, 불임증에도 배롱나무 뿌리가 좋다. 몸이 차서 임신이 잘 안 되는 여성은 배롱나무 뿌리
를 진하게 달여서 꾸준히 복용하면 몸이 차츰 따뜻해지고 혈액순환이 좋아져서 임신이 가능
하게 된다.
배롱나무 뿌리는 지혈작용도 있으므로 자궁출혈이나 치질로 인한 출혈 등에 효과가 있다.
배롱나무는 꽃도 좋거니와 약으로도 쓰임새가 많고 목재로도 쓰임새가 많다. 매끄럽고 윤이
나는 껍질이 아름답고 나뭇결이 곱고 재질이 단단하여 여러 가지 세공품을 만들기에 좋다.
고급 가구나 조각품, 장식품을 만드는 데 귀하게 쓰인다.
배롱나무에 대해서는 옛날 의학책에는 이렇다 할 기록이 없다. 민간요법으로 널리 쓰이지
도 않았으나 방광염 치료에 거의 백발백중의 효과가 있으므로 꼭 기억해 둘 만한 약나무다.
이 나무의 꽃말은 ‘떠나간 벗을 그리워함’이다. 백일홍 꽃이 지면 이미 가을이 와 있으므
로 지난 여름의 추억을 그리워하고 때문인가?
신장병.고혈압에 좋은 패랭이꽃
패랭이꽃은 산과 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들꽃이다. 한자로는 석죽, 또는 구맥이라 쓰며
꽃패랭이또는 참대풀이라 부르기도 한다. 패랭이꽃은 석죽과에 딸린 여러해살이풀이다. 우리
나라의 어디에서나 자라며, 대개 나지막한 야산의 약간 건조한 땅이나 냇가의 모래밭, 산비
탈이나 길가 바위틈 같은 데서 잘 자란다. 키는 30센티미터쯤 크며 한 포기에서 여러 개의
줄기가 나와서 곧게 자란다. 가지와 잎이 분을 바른 듯 흰빛이 돌며, 꽃은 6월부터 8월까지
줄기 끝에 핀다. 꽃은 대개 붉은빛이지만 희거나 연분홍빛인 것도 있고 원예종으로 개량된
것은 꽃 빛깔이 여러 가지다.
9월이면 종자가 익어서 끝에서 네 갈래로 갈라지고 꽃받침으로 둘러싸인다. 서양에서 들
여 온 카네이션도 패랭이꽃을 개량한 것이다. 패랭이꽃의 씨앗을 한방에서는 구맥자라 하여
이뇨제나 통경제로 쓴다. 민간에서는 부종이나 신장결석, 요로감염, 방광결석, 신장염 등에
달여 먹는다.
하루 5~8그램쯤을 물 1리터에 넣고 물이 반쯤 될 때가지 달여서 그 물을 하루 세 번 나누
어 마신다. 패랭이꽃 씨는 딱딱한 것을 무르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목구멍에 생선뼈가
걸렸을 때 패랭이꽃 씨를 달여 먹으면 곧 생선뼈가 부드러워져서 내려간다. 패랭이꽃은 성
질이 차다. 그러므로 열을 내리고 소변을 잘 누게 하며 혈압을 낮추는 데에도 효과가 있다.
패랭이꽃의 잎.줄기.열매를 달여서 복용하면 대장염, 위염, 십이지장염 등에 효험이 있고, 여
성들의 생리불순이나 자궁염에도 효과가 있다.
치질에는 패랭이꽃잎과 줄기를 짓찧어 붙이고, 상처나 종기에는 패랭이꽃 달인 물로 씻는
다. 결막염이나 갖가지 눈병에는 패랭이꽃 씨 달인 물로 눈을 씻거나 눈에 넣는다. 패랭이꽃
잎과 줄기 달인 물로 늘 얼굴을 씻으면 주근깨나 기미가 없어지고 살결이 매우 고와진다고
한다. 패랭이꽃의 약서에 대해 <동의학사전>에는 이렇게 적혔다.
“맛은 맵고 쓰며 성질은 차다. 방광경, 심경에 작용한다. 열을 내리고 소변을 잘 보게 하
며 혈을 잘 돌게 하고 달거리를 통하게 한다. 달인 약이 이뇨작용과 혈압을 낮추는 작용을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습열로 인한 임증, 소변을 보지 못하는 데, 붓는 데, 부스럼, 달거리
가 없는 데, 결막염 등에 쓰다. 하루 12~16그램을 달인 약, 알약, 가루약 형태로 먹는다. 외
용약으로 쓸 때는 가루내어 기초제에 개어 바른다. 비기와 신기와 허한 데와 임산부한테는
쓰지 않는다.” 패랭이꽃은 민간에서 암 치료약으로도 쓴다. 방광염이나 신장암에 효과를
본 사람이 있다. 패랭이꽃은 우리나라의 산과 들 어디에나 흔해 소박한 꽃을 피우는 까닭에
옛 사람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고려 의종 때의 시인 정농명은 패랭이꽃을 두고 다음
과 같은 시를 지었다.
세상 사람들은 모란을 사랑하여 동산 가득히 재배하는구나 거친 초야에도 좋은 꽃떨기가
있음을 누가 알았으리오 꽃잎은 마을 언덕 달에 밝고 그 향기는 바람 타고 언덕에서 흔들어
전하도다 땅이 편벽하여 귀공자가 적으니 다만 아리따운 맵시를 마을 늙은이에게 자랑하는
구나 패랭이꽃은 민간약으로서도 훌륭하지만, 정원에 심어도 그윽한 아취가 있다.
신부전증에 좋은 동백나무 겨우살이
겨우살이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디에서나 신성하게 여겼던 나무이다. 모든 나무가 잎을
떨군 겨울철에 홀로 높은 나뭇가지 위에서 푸르름을 자랑하니 이를 다들 신경스럽게 여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겨우살이는 동.서양의 어느 민족에게건 하늘이 내린 영초로 대접받
았다. 겨우살이는 대개 참나무, 떡갈나무, 밤나무, 자작나무, 버드나무, 오리나무 등에 기생하
는데 옛날에는 주로 뽕나무에 많이 기생했던 것 같다. 그러나 요즘엔 뽕나무에 난 것은 보
기가 극히 힘들고 참나무에 난 것이 제일 많다. 옛사람들도 참나무에서 자란 겨우살이가 제
일 신통력이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겨우살이에는 종류가 꽤 많아서 전세계적으로 1천5백여 종의 겨우살이가 있는데 우리나라
에는 ‘겨우살이’와 ‘참나무 겨우살이’, ‘동백나무 겨우살이’의 세 종류가 있다. 겨우
살이에 대해서는 이책에 따로 적혀 있으므로 ‘동백나무 겨우살이’에 대해서 설명하려 한
다. 동백나무 겨우살이는 동백나무, 광나무, 감탕나무, 사스레피나무 같은 상록활엽수에 기생
하는 겨우살이다. 참나무와 오리나무 등에 자라는 겨우살이와는 생김새가 좀 다르다. 줄기가
가늘고 연약할 뿐만 아니라 잎이 퇴화되어 돌기처럼 달려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를 비롯 남해안 섬지방의 동백나무에 드물게 기생한다. 동백나무
겨우살이는 암을 비롯 간경화, 신부전증, 심장염, 심장병, 위궤양, 당뇨병, 고혈압 등 갖가지
탁월한 질병에 효과가 있다. 동백나무 겨우살이를 그늘에서 말려 하루에 10~30그램씩을 차
로 달여 마시면 된다. 실로 만병통치약이라 할 만큼 온갖 난치병에 잘 듣는다. 맛이 담담하
고 독성이 전혀 없으므로 누구라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이상적인 약초이다.
참나무와 팽나무 등에 기생하는 겨우살이 때문에 나무가 죽는 일은 거의 없지만 동백나무
겨우살이가 기생하면 그 나무는 3~4년쯤 뒤에 말라 죽는다. 겨우살이한테 물과 영양분을 몽
땅 빼앗기기 때문이다. 동백나무 겨우살이는 간과 신장을 보하고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하
며 풍습을 없애고 경련이나 마비를 풀어 주며, 경락을 통하게 하는 작용이 있다. 무릎이나
허리가 시리고 아플 때, 각기, 고혈압, 신장염, 당뇨병, 암 , 위장병, 간질, 신경쇠약 등에 두
루 치료 효과가 있으며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효력도 있다.
동백나무 겨우살이는 동백나무나 광나무에 자란 것이 약효가 높고 사스레피나무에 자란
것은 약으로 쓰지 않는다. 동백나무 겨우살이를 하자로는 ‘백기생’이라고 하며 우리나라
말고 일본, 대만, 중국,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멕시코, 브라질 같은 곳에도 자란다. 제주도의
민간에 전해 오는 얘기로는 동백나무 겨우살이가 바닷속에 자라는 미역이나 다시마, 톳 같
은 해초의 정기가 수증기가 되어 공중으로 올라갔다가 빗물에 섞여 동백나무 가지 위에 떨
어져서 생겨났다고 한다.
동백나무 겨우살이에는 해초의 정기가 가득 배어 있어서 신부전증이나 고혈압 같은 신장
과 관련된 질병에 특히 효과가 있다고 한다. 실제로 동백나무 겨우살이를 달인 물이나, 동백
나무 겨우살이 잎을 먹어 보면 해초와 비슷한 맛이 난다. 동백나무 겨우살이는 지금까지 아
는 이도 극히 드물고 약으로 쓴 일도 거의 없지만 병원에서 못 고치는 나치병들을 고칠 수
있는 귀한 약재다. 이 나무에 좀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