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연어르신댁 가는 길에 밭에서 나오시는 어르신을 뵙니다.
들깨, 옥수수 등이 심겨있는 밭입니다.
오늘은 쪽파를 심으셨나봅니다. 어르신의 보행보조차에 쪽파씨가 보입니다.
“밭에 뭐 하시고 나오는 길입니까?”
“파를 좀 심어봤는데 이제 집에 가려고. 아침에 김미라선생님 왔다 갔는데”
어르신은 예전 노인돌봄기본서비스 이용하실 때 다녔던 생활관리사선생님 이름을, 맞춤돌봄서비스 생활지원사선생님 이름을 다 기억하십니다.
집으로 가는길에 이야기를 해 주십니다.
“보건소에서 하는거 코로나 때문에 못한다고 연락이 왔는데 다른 사람들한테 코로나때문에 못한다는거 내가 전해준다고 했어.”
어르신은 보건진료소에서 하는 프로그램에 참석을 잘 하시고 솜씨도 좋으십니다. 최근 거창 확진자가 많아져 프로그램을 못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연락통을 자처하십니다. 적극적이십니다.
둘이 이야기를 나누다 이웃 어르신을 만납니다.
“손잔가베?”
“월평에서 내 보러 오는 사무실에 팀장님이라”
뭐하는 사람인지 설명하고, 인사하고, 또 집으로 갑니다.
도착해서는 마당 씽크대 개수대에서 손을 씻으십니다.
“쭈그려 앉아서 씻는게 불편한데 높이도 적당해서 좋아”
그러시고는 안으로 들어오라 하십니다.
며칠전 옥수수 잘 먹었다는 인사를 건네봅니다.
“주셨던 옥수수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모두 맛있게 잘 먹었다고 전해달라고도 했습니다.”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복숭아 두개를 내 놓습니다. 깎아주십니다. 접시에 담아주십니다.
“청도에서 보내 준 복숭아인데 많이 먹어요. 지난번에 준 책에 아는사람도 있던데 나도 일찍했으면 그림이라도 그렸을텐데”
소식지를 말씀하십니다. 재가지원서비스 이용하신지 얼마되지 않아 소식지에 참여하지 못했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지난번에 보지 못한것들을 자랑하십니다. 만들기를 보여주시고, 만보기 달력에 적어놓으신 00주년 국경일, 몇 주년이었는지 기억까지 하십니다.
마을에서 하는 프로그램을 좋아하신다고 합니다. 일상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시간이라서 기다려지고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신다고도 하십니다.
한시간반을 이야기나누고 잘 대접 받았습니다. 이제 나서보려 꾸물꾸물 해봅니다.
3년전 라면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어르신 예전에 먹었던 라면이 생각납니다. 다음번에 라면 끓여주세요.”
“얼마든지 끓여줄 수 있지. 나는 모르는사람도 우리집에 오면 밥도 먹이고 해.”
예전 있었던일을 말씀해주십니다. 잘 듣고 나서봅니다.
2021년 8월 19일 목요일, 이기승
첫댓글 어르신은 제 마당 제 삶터에서 잘 지내고 계시네요.
다른 사람과 잘 소통하고 팀장님을 복숭아로 대접하는 모습을 보니 평생을 그렇게 살아오신 것 같습니다.
어르신처럼 나이 들고 싶네요^^
어르신 집주인으로서의 당당함이 느껴집니다. 팀장님의 사람냄새 풀풀나는 글에 감동받습니다, 감사합니다.
정은주 선생님께도 그렇게 오라고, 나 한 번 보러 오라고 하신다더니..원래 정이 많으신가봅니다.
어르신의 일상도 정겹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