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다 씨는 1일 재도쿄 주일한국문화원에서 열린 제101주년 관동대지진 한국인 순난자 추념식에 참석한 뒤 한국 기자들과 만나 일본 사람들은 안타깝게도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에 대해) 사실 잘 모른다고 밝혔다. 자민당 출신의 전직 총리가 관동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후쿠다 씨는 사실 이런 (추모식 참석) 기회가 없었다며 과거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이런 아픔을 앞으로 생각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91대 일본 총리를 지낸 후쿠다 전 총리는 재임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한일 간 셔틀외교 활성화 등에 합의하기도 했다.
1923년 9월 1일 도쿄 등 수도권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7.9의 대지진으로 10만 명 이상이 사망하고 화재로 30여만 채의 가옥이 전소됐다. 당시 '조선인이 방화하고 우물에 독을 넣었다'는 유언비어가 확산돼 6600명이 넘는 조선인이 무참히 학살당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지금도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기록은 찾아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이르면 올해 말까지 간토 대지진 피해 보고서를 발간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협력이 없어 작업은 난항을 겪고 있다. 후쿠다 씨는 간토 대지진의 조선인 희생자에 대한 한일 양국 조사와 관련해 역사적인 사실이기 때문에 그런 조사는 필요하다며 정확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본인을 위해 필요하다. 솔직한 각종 조사를 진전시켜야 한다고 답했다.
이날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紀夫) 전 총리는 추모문을 보내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 외국인 배척 운동이 일어난 것을 보면 두려움과 동시에 이런 역사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않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나라를 떨어뜨리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강하게 갖게 된다"고 전했다. 이날 추모식에는 제10호 태풍 '산산(SHANSHAN)'의 영향으로 비가 내리는 가운데 재일동포와 일본 정계 인사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일본 정계에서는 후쿠다 씨 외에도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와 일한의원연맹의 나가시마 아키히사 안전보장외교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박철희 주일대사는 있는 그대로의 과거를 기억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재일본대한민국민단 도쿄본부 단장 이수원 씨는 과거 사건에서 교훈을 얻어 민족 간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추모식에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음악감독을 맡았던 재일동포 2세 양방언 씨가 추모연주를 했다. 양 씨는 나는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할아버지와 아버지 모두 한국에서 태어났다며 어릴 때부터 관동대지진 얘기를 자주 듣고 자랐다. 그때 희생된 사람들을 생각하며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날 추도식에는 대지진 당시의 혼란 속에서도 수백 명의 한국인을 도운 당시 요코하마시 쓰루미경찰서장이었던 오카와 쓰네요시의 유족도 참석했다. 같은 날, 도쿄 스미다구 요코아미쵸에서도 추도식이 열렸다. 우익 성향의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는 이번 추모식에도 조선인 희생자를 위한 추모문을 보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