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너의 이름은'을 보고
호기심에 찾아본 영화였습니다. 역시 수채화 같은 화면은 매력적이었어요.
디테일한 도시의 풍경, 풀과 나무의 모습.
심지어 비 내리는 모습도 각양각색, 어쩜 그렇게 다양하게 표현했을까요?
이 영화 한 편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비에 대한 연구를 했을까요?(?)
비 내리는 날을 좋아하는 나....
그래서 한겨울에도 눈보다는 비를 더 기다립니다.
비가 오면 온 몸이 축 가라앉아, 그동안 들떠 있던 마음을 잠재웁니다.
그동안 피곤했던 몸도 노곤하게 만들지요.
비 오는 아침이면 어김없이 오전 수업을 빼먹고 신주쿠 공원에 가는 다카오.
16살, 고등학교 1학년이지만 철이 들어 보입니다.
아빠는 돌아가셨고, 엄마는 띠동갑 연하 애인과 바람이 나서 나갔고
형도 역시 여자친구와 살기위해 독립했고....
다카오는 구두전문학교에 가기 위한 학비를 벌기 위해 저녁마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하지만 다카오의 얼굴은 절대로 어둡지 않습니다.
꿈이 있기 때문이었죠. 멋진 구두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꿈.
오전 수업을 빼먹고 간 그곳 정원에서 만난 이십대 중반의 유키노(나중에 밝혀졌지만 실제 나이는 28살)
천둥소리, 희미하게 울리네.
구름이 끼고, 비라도 내린다면, 당신은 여기 있어줄까?
일본 옛 시집 <만요슈> 에 나오는 시에서처럼, 비가 와야만 함께할 수 있던 다카오와 유키노.
이 둘을 이어주는 건 비, 비!
알고 보니 유키노는 다카오가 다니는 학교의 고전문학 선생이었고,
이상한 사건(고등학교니까 여교사를 사랑하는 남학생이 있을 테고, 이를 질투하는 아주 억센 여학생도 있는가 봅니다.)에 휘말려 학교를 그만두려고 하던 때였지요.
억울한 상황이었지만 유키노 선생은 대항하지 않고, 그저 피했던 것이에요.
학교에 가는 두려움을 피하려고 공원에 와서 맥주를 마시며 초콜릿을 먹었던 것.
결국 유키노 선생은 학교를 그만두고, 다카오는 열심히 일상을 영위합니다.
6월에 시작한 영화는 겨울이 되어 끝나지만,
감독은 결말을 열어두어 미래에 대한 가능성과 예감을 남겨두었네요.
영상 배경은 모두 손그림을 기본으로 했다하니
나같은 아날로그 사람은 빠지지 않을 수가 없네요.
아름답고, 조금 슬프기도 하고, 싱그럽기도 한 그런 여름 애니메이션을
추운 날, 안방에서 보다니......
아, 행복하여라.....
갑자기 비가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