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춘 대신 ‘뇌춘’… 뇌 젊게 만드는 비법 10가지
치매 예방하려면 이런 생활습관 만드세요
글 이규연 기자 2020-08-28
70대에 치매에 걸렸다면 실은 40대부터 이미 치매는 시작된 것이다"
미국의 저명한 정신과 전문의 저자 다니엘 G. 에이멘(Amen)은 자신의 저서 ‘뇌는 늙지 않는다’에서 위와같이 말한다.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레 뇌가 늙는 것이 아니라, 젊었을 때부터 지속해 온 나쁜 생활습관들이 뇌를 망가뜨린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번 망가진 뇌 건강은 두 번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것일까? 에이멘 박사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나쁜 습관만 고치면 나이가 들어서도 얼마든 뇌의 나이를 젊게 되돌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국내에서는 이를 회춘(回春)에 빗대 ‘뇌춘(腦春)’이라고 부른다.
뇌춘, 정말 가능할까?
나이가 들어 뇌가 망가진다는 건, 뇌에 베타아밀로이드·타우 단백질 같은 노폐물이 쌓이고 뇌 크기가 위축됨을 뜻한다. 뉴런이라고 불리는 뇌신경세포들간에 자극 전달이 잘 안되면서 뇌 기능 자체도 떨어지는 증상도 이에 포함된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뇌신경센터 장민욱 교수는 "찌꺼기가 쌓이고 작아진 뇌를 정상 상태로 되돌릴 수는 없지만, 노력을 통해 뇌 기능을 정상 생활이 가능한 정도까지 끌어올릴 수는 있다“고 말한다. 대한노인병학회 가혁 이사 역시 "뇌가 물리적으로 파괴된 사람도 노력을 통해 치매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뇌춘 비법’은 다음과 같다.
◇ 뉴로빅하기
뉴로빅(neurobics)이란, 뇌신경세포인 뉴런(neuron)과 에어로빅(aerobic)을 합친 합성어로, 뉴런을 단련시키는 훈련을 의미한다. 즉, 익숙하지 않은 것에 끊임없이 도전해 뇌에 새로운 자극을 준다는 뜻이다.
장민욱 교수는 "평소 안 하던 걸 수행할 땐 기억력과 관련 있는 전두엽이 활성화되고, 이를 통해 뇌 전반의 노화를 늦출 수 있다"고 말한다.
익숙지 않은 것에 대한 도전이라고 해서 거창한 무언가를 배울 필요는 없다. 일상에서도 ▲눈 감고 식사하기 ▲식사 때 음식 냄새 맡아보기 ▲평소 안 쓰는 손으로 머리 빗질·양치질·식사하기 ▲가족과 눈빛으로 대화하기 ▲눈 감은 채로 대·소변 보기 ▲뒤로 걷기 등을 통해 얼마든 뉴로빅을 실천할 수 있다.
◇ 그림 그리기
캐나다 워털루대 연구팀이 대학생과 노인 그룹에게 각각 단어 30개를 보여준 뒤 이를 여러 차례 써보거나, 이에 해당하는 그림을 그리는 등의 방식을 이용해 단어를 외우도록 했다. 그 결과, 대학생과 노인 모두 그림을 그려서 외웠을 때 더 많은 단어를 기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손으로 직접 그림을 그리면서 시간적, 공간적 요소뿐만 아니라 운동적 요소도 활성화되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소에도 새로운 정보를 얻으면 그림을 그리면서 기억하려는 습관을 들일 것을 권했다.
◇ 춤추기
독일 신경퇴행성 질병센터 연구팀 조사에 따르면, 사교댄스(연회에서 추는 왈츠·탱고·블루스 등을 총칭하는 말)를 추면 기억 통합력·학습력·공간지각력 등이 개선될 뿐 아니라, 신체 활동과 균형감각등을 담당하는 해마 기능이 활성화된다.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원장원 교수 역시 “댄스 파트너와 호흡한다는 데서 오는 정서적, 사회적 안정 역시 인지 능력 강화의 원인이 된다"고 말하며 사회적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원 교수는 매일 친구와 만나기만 해도 정서적 안정이 늘어 노화 방지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허브 향 맡기
영국 노섬브리어대 연구팀은 성인 8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생수와 (허브의 일종인) 로즈메리 차를 각각 마시게 했다. 그 결과, 로즈메리 차를 마신 그룹의 단어 암기력이 15% 더 좋았고, 뇌 혈류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 연구결과에 대해 장 교수는 “후각신경이 전두엽 바로 아래에 있어서, 익숙하지 않은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뇌 기능을 활성화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위와 같은 효과를 내는 데는 허브뿐만 아니라 각종 약재들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손주 (즐겁게) 돌보기
연세대 생활과학대 연구팀이 여성 노인 2300명을 조사했더니, 일주일에 손주를 10시간 이상 돌볼 경우 인지기능점수가 23.4점으로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1점 가량 더 높았다.
연세대 아동가족학과 전혜정 교수는 "아이들에게 놀이도 해주고 같이 책을 읽어주는 활동들이 할머니들의 두뇌 기능을 자극해서 도움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 교수는 육아가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경우 오히려 뇌 노화가 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눈 감고 식사하기
2. 식사 때 음식 냄새 맡아보기
3. 평소 안 쓰는 손으로 식사·빗질·양치질하기
4. 가족과 눈빛으로 대화하기
5. 뒤로 걷기
6. 새로운 정보 그림으로 표현하기
7. 춤추기
8. 친구 자주 만나기
9. 허브 향 맡기
10. 손주 즐겁게 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