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 민지에게...
엄마, 아빠의 직장 때문에
첫돌 지나자마자 놀이방 보내서 미안해.
어릴 적 오빠가 다니는 유치원에
다닐 나이도 안되어 다니게 해서 미안해.
짧은 미국생활을 마치고 돌아와서
모든 것이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고생하게 해서 미안해.
오빠 사춘기에 가족이 힘들어 할 때도
같이 방황하지 않고 스스로 너 할 일을
성실하게 해줘서 고마워.
학원을 정하는 것도, 공부하는 장소도,
엄마아빠가 고민하고 신경쓰지 않게
스스로 정하고 열심히 다녀줘서 고마워.
새벽에 독서실에서 집에 올 때,
'나도 딸인데, 왜 나는 데리러 오지 않아.'
'누가 나 잡아가면 어쩔거야?'
그렇게 투정 부리면서도
'나는 밤에 후드티 덮어쓰고 집에 가면
덩치가 커서 여자인 줄 몰라'
매일 독서실에 데리러 가지 못하는
엄마아빠를 이렇게 위로했지.
샤브샤브집 아줌마들과 친해서
아줌마들이 알아서 너가 좋아하는
느타리 버섯 무한 리필해주고...
김밥집 가면 아줌마들이 너를 기억하고
너가 싫어하는 야채들 대신에 알아서
햄과 계란을 더 넣어 말아주시지.
콩나물국밥집에 혼자 밥 먹으러 가서도
공기밥도 오징어 젓갈 반찬도 더 달라고
당당하게 말할 줄 아는 우리집 둘째 딸...
오늘 하루,
수능시험도 별탈 없이 보고
저녁에 밝은 모습으로 만나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