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히면 죽는다! 레이저 표적지시기
작성일: 2019-12-03 10:06:32
특수부대의 상징에서
미래 보병의 필수품으로
한빛부대 11진 소속 특전사 요원들이 국제평화지원단 훈련장에서 워리어 플랫폼을 착용하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표적을 제압하는 전투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사진 : 계동혁)
지난 6월 20일, 한빛부대 11진 소속 특전사 요원들이 국제평화지원단 복합사격훈련장에서 일명 워리어 플랫폼으로 불리는 미래형 전투체계를 착용하고 사격훈련 시범을 보였다. 이날 사격훈련 시범에서 한빛부대 11진 소속 특전사 요원들은 주야간 조준경, 확대경, 레이저 표적지시기 등 다양한 사격 보조 장비들을 활용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표적을 제압하는 놀라운 전투능력을 과시했다.
현재 육군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워리어 플랫폼은 전투복, 방탄복, 방탄헬멧, 조준경, 레일 시스템이 장착된 소총 등 33종의 전투 장비와 피복 및 장구로 구성된 육군의 미래 전투체계다. 특히 그중에서도 어떠한 상황에서도 정확한 조준 및 사격을 가능하게 하는 레이저 표적지시기(Laser target indicator)는 장병들의 전투력을 즉시 배가시킬 수 있는 사격 보조장비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레이저(LASER)는 ‘유도방출 전자기파에 의한 빛의 증폭(Light Amplification by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을 뜻하는 영문의 약자로 산란 혹은 굴절되지 않고 직진하는 단색의 인공 광선을 뜻한다. 1960년 미국 물리학자 시어도어 메이먼(Theodore Harold Maiman)이 루비를 사용한 최초의 레이저 실험에 성공한 이후 산업 및 의료분야를 중심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레이저는 1960년 최초의 실험이 성공한 이후 산업 및 의료분야를 중심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출처 : 위키미디어(https://en.wikipedia.org/)
군사 분야 역시 예외는 아니며 레이저를 무기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물론 공상과학영화에 등장하는 것과 같은 레이저 총이나 광선검과 같은 살상 무기는 기술력의 한계로 인해 아직 등장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지난 1998년 UN에서 발효된, 영구적인 시력 상실을 목적으로 하는 레이저 무기의 개발을 금지하는 ‘특정 재래식 무기 금지협약 제4의 정서’ 역시 무분별한 레이저 무기 개발의 안전장치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레이저는 주로 정밀유도무기의 조준이나 유도, 표적과의 거리 측정, 폭탄 탐지 등의 용도로 활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드론이나 UAV 같은 무인무기 혹은 박격포탄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레이저를 사용하는 방어무기의 개발 및 실전 배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레이저 장비의 크기가 작아지고 가격도 저렴해지면서 총기에 장착하는 레이저 표적지시기에 대한 활용 범위와 수요 역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시대를 너무 앞서간 레이저 표적지시기
어둠 속에서 갑자기 나타난 붉은 점이 천천히 움직이다 멈추고 잠시 후 총탄이 날아들어 주변 사물들을 파괴하기 시작한다. 총성이 멈추고 적막이 감도는 가운데 검은 옷을 입은 특수부대원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이들이 들고 있는 총기에서 붉은색 레이저 광선이 직선으로 쭉 뻗어 나간다. 누구나 한 번쯤은 영화나 TV 드라마에서 보았을 법한 이 모습은 특수부대 혹은 경찰특공대가 등장하는 액션 영화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레이저 조준사격 장면을 설명한 것이다.
다양한 영화와 TV 드라마에서 레이저 표적지시기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기 위한 소품으로 활용되고 있다.
출처 : 포커스포럼 홈페이지(Https://fourums.focus-home.com)
사실 총기에 장착되는 레이저 표적지시기는 가장 오래된, 레이저의 군사적 활용 사례 중 하나로 손꼽힌다. 레이저 표적지시기는 레이저의 직진성을 활용해 정확한 탄착점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며 조준선 정렬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레이저가 지시하는 탄착점을 육안으로 확인하고 신속한 지향 사격을 통해 이론상 조밀한 탄착군 형성이 가능하다.
하지만 방위산업체를 중심으로 야심 차게 개발된 총기 장착용 레이저 표적지시기가 처음 등장했을 때 군 혹은 경찰의 관심은 싸늘했다. 당시 군 혹은 경찰 관계자들이 보기에 레이저 표적지시기는 일단 가격이 너무 비쌌다. 부피도 상당히 컸고 중량도 꽤 무거웠다. 건전지를 사용해야 했는데 광학장비의 특성상 배터리의 수명이 짧아 오랜 시간 동안 사용할 수 없다는 문제도 있었다. 대박이 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처음 등장한 레이저 표적지시기에 대한 군과 경찰 실무자들의 반응은 냉담 그 자체였다.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등장한 초기형 레이저 표적지시기는 크고 무거우며 작동시간이 짧다는 단점이 있었다. 출처: 티비트룹스(Https:// tvtrops.org) 및 애시드카우(Https://acidcow.com) 홈페이지
하지만 최근 등장하고 있는 권총형 레이저 표적지시기는 우수한 성능과 긴 작동시간에 비해 매우 작고 가볍다는 것이 특징이다.
출처 : 크림슨 트래이스 홈페이지(Https://www.crimsontrace.com)
결국 방위산업체 관계자들이 눈을 돌린 곳은 1980년대 할리우드였고 부단한 노력 끝에 레이저 표적지시기는 영화와 TV 드라마에서 최첨단 무기의 상징으로 화려하게 등장할 수 있었다. 다만 영화나 TV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것과 군 혹은 경찰에서 레이저 표적지시기를 실제로 사용하는 사례는 큰 차이가 있다.
대테러 전쟁과 레이저 표적지시기
1990년대 미디어의 영향과는 무관하게 과학기술 발전과 시대 변화로 이제 군과 경찰에서도 레이저 표적지시기를 활용하는 사례가 꾸준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2000년대 초반 시작된 미국의 대테러 전쟁은 레이저 표적지시기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군이 막대한 수량의 레이저 표적지시기를 특수부대 요원들은 물론 일반 병사들에게까지 보급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성능개량과 기술발전을 통해 중량과 부피는 감소하고 성능은 더욱 강화된 레이저 표적지시기들이 속속 등장하게 되었다. 더욱이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고 야간투시경과 같은 광학장비를 사용해야만 보이는 적외선 레이저의 등장과 야간투시경 활용의 증가로 레이저 표적지시기는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적외선 야간투시경과 적외선 레이저 표적지시기의 조합은 특수전부대의 비밀작전은 물론 일반 보병의 야간전투 양상까지 완전히 변화시키고 있다.
(출처 : 미 국방성 홈페이지)
야간이나 어두운 실내에서 신속한 지향 사격이 가능하다는 레이저 표적지시기의 장점은 적외선 야간투시경과 짝을 이루면서 더욱 극대화된다. 필요할 경우 가시광선이 아닌 적외선 레이저로 표적을 손쉽게 조준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적의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어둠 속에서 공격당하게 되니 죽지 않으려면 항복하거나 도망치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지난 2016년 개봉한 영화 '13시간(13 Hours: The Secret Soldiers of Benghazi)'은 충실한 고증으로 미국의 특수부대가 적외선 야간투시경과 레이저 표적지시기를 실전에서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영화 '13시간'에서 주요 등장인물들은 레이저 표적지시기를 효율적으로 활용한다. 예를 들어 전투 직전 각 사수별로 표적을 지정해 주거나 사격구역이 중첩되지 않도록 레이저 표적지시기를 활용하는 것이다. 물론 적외선 레이저이므로 적들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적외선 야간 투시경을 착용한 아군에게만 명확하게 보인다. 복잡한 시가지에서 길을 헤매고 있는 지원 병력을 유도하기 위해 하늘로 레이저 표적지시기의 적외선 레이저를 쏘기도 한다. 육안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적외선 야간투시경을 착용한 지원 병력에게는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솟아오르는 적외선 레이저가 마치 등대의 불빛처럼 이정표 역할을 한다.
위 사진 : 영화 13시간에서 야간투시경과 레이저 표적지시기를 사용하는 모습은 실제와 같은 충실한 고증으로 찬사를 받았다.
아래 사진 : 야간투시경을 착용하고 사격 중인 모습. 야간투시경 때문에 조준선 정렬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적외선 레이저 표적지시기 덕분에 정확한 조준사격이 가능하다.
출처 : 파라마운트 영화사 홈페이지(paramount.com/movies/13-hours-secret-soldiers-benghazi) 및 미국 국방성 홈페이지
레이저 표적지시기가 만능은 아니다
모든 영화나 TV 드라마에서 레이저 표적지시기는 조준하는 대로 백발백중하는 만능 장비인 것처럼 묘사되고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잘못된 것이다. 직진하는 레이저와 달리 회전하는 탄환은 전면에서 보았을 때는 나선 운동을, 측면에서 보았을 때는 완만한 포물선운동을 하므로 당연히 오차가 발생하게 된다. 여기에 기압과 습도, 풍향 등 여러 변수가 더해지면 표적과의 거리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탄착점에 오차가 발생하게 된다.
또한 영화나 TV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것과 같이 비좁은 공간에서 여러 명이 동시에 레이저 표적지시기를 사용하는 경우도 드물다. 어떤 것이 자신의 레이저 표적지시기가 지시하고 있는 탄착점인지 혼동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이저 표적지시기가 단점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레이저 표적지시기는 가시 레이저를 선택해 주간 사격에도 활용 가능하다. '아미고' 육군 대학생 기자단이 레이저 표적지시기를 활용한 주간 사격을 직접 체험해 보고 있다.
(사진 : 계동혁)
미래 보병의 필수품, 레이저 표적지시기
지난 2003년 이후 레이저 표적지시기는 특수부대의 상징에서 현대 보병의 필수품 중 하나가 되었다. 현대 보병전투는 사실상 시가지에서 근접 전투의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실제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레이저 표적지시기는 적외선 야간투시경과 함께 야간전투, 실내 근접 전투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일례로 레이저 표적지시기는 정확한 조준선 정렬이 불가능한 야간이나 근접 전투에서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했다.
이러한 전장 환경의 변화에 따라 근거리에서 빠르게 조준하고 사격하는 것이 시가전 승패의 주요 변수로 인식되고 있다. 다양한 보조 장비가 등장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레이저 표적지시기는 미래 보병의 주요 발전방향과 정확히 일치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신속하고 정확한 조준을 보장하는 레이저 표적지시기는 현대 보병의 필수품으로 인식되는 것은 물론 미래 전쟁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레이저 표적지시기가 적외선 라이트의 기능까지 겸비하게 되면서 그 활용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현재 레이저 표적지시기를 가장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는 국가는 역시 미국이며, 지금까지 미군이 사용한 주요 레이저 표적지시기는 1993년 미군에 채택되어 1999년까지 약 60,000개 이상이 생산/보급된 AN/PAQ-4 IAL, 지난 1995년부터 보급이 시작된 AN/PEQ-2 ITPIAL, 지난 2005년부터 기존 AN/PEQ-2를 대체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급이 시작된 AN/PEQ-15 ATPIAL, 최신형 AN/PEQ-16 IPIM/MIPIM, AN/PSQ-23 등이 있다.
현재 육군은 정예 특수전 병력들이 사용하고 있는 레이저 표적지시기를 향후 워리어 플랫폼 계획에 맞춰 일반 보병까지 확대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사진 : 계동혁)
이처럼 장점이 많은 레이저 표적지시기는 미래 보병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육군 역시 워리어 플랫폼을 추진하면서 레이저 표적지시기를 모든 보병에게 지급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육군은 향후 1~2년 내에 기존의 모델보다 우수한 표적 지시기를 특전사 전원에게 지급할 예정이다. 확인한 바에 의하면 기존 모델에 비해 영점 조정이 가능하고, 거리가 향상되었으며, 레이저 순도 역시 향상되어 작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지속적으로 우수 장비를 획득하여 2024년까지는 육군 보병부대 전원에게 지급할 예정이라고 한다.
우수한 장비는 작게는 전투, 크게는 전쟁의 승리를 보장하는 주춧돌이기 때문이다.
글 : 계동혁 군사전문가 <육군 블로그 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