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2015트렌드와 프랜차이즈 글로벌 전략’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김난도 교수 ⓒ천지일보(뉴스천지)
매년 발표하는 소비트렌드 10대 키워드
올해 ‘Count Sheep’… 작은 꿈들 챙겨라
“변화 진폭 짧아, 대박보다 중·소박 기대”
소비자들의 행동 패턴 읽어야 변화 적중
셀카 SNS서 보여주는 ‘우회적 자랑’ 시대
[천지일보=김지연 기자] “지하철에서 돈을 달라고 구하는 사람들도 스마트폰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합니다. 사람들과 눈을 마주칠 수 없기 때문에요. 4~5년 전엔 예상치 못한 변화죠.”
김난도 교수는 소비자들의 트렌드 흐름을 읽어야 자신이 변화할 방향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흔들리는 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12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2015트렌드와 프랜차이즈 글로벌 전략’ 강의에 나온 김난도 교수는 작년 히트상품(작품)들을 분석하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소속인 김 교수는 2007년부터 매년 10대 트렌드 키워드를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올해 을미년에도 10대 키워드를 내놨다.
그가 지난해를 비롯해 최근 가장 중요한 변화로 꼽는 현상은 한국인의 소비가 ‘소유’에서 ‘경험’으로 바뀌고 있는 점이다. 과거에는 위시리스트에 갖고 싶은 물건을 적었다면, 이제는 버킷리스트에 하고 싶은 일을 적는다.
“세월호 참사까지 겹쳐 경기가 어렵다 하지만 인천공항은 이용객 수가 연일 신기록을 세웁니다. 그만큼 사람들이 ‘경험’에 가치를
두게 된 것이죠.” 대표적인 현상이 케이블에서 큰 인기를 끈 ‘꽃보다 할배’ 같은 여행 프로그램이다. 사람들은 이제 ‘여행가고
싶다’ ‘카레이싱을 하겠다’ 등 경험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해 나타난 또 하나의 히트작은 ‘빙수’다. 김 교수는 “소비 가치의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현상”이라며 “여행은
1년에 2~3번이지만, 맛있는 음식은 매일 할 수 있는 경험”이라고 분석했다. 밥보다 비싼 디저트에도 기꺼이 지갑을 열게 된 것
역시 소유에서 체험·경험으로 소비 트렌드의 이동을 보여준다.
젤 네일 등 약간 사치스러운 듯한 ‘자잘한 소비(small market)’가 성장하고 있는 점도 중요한 포인트로 꼽았다. 그는
“명품백 하나 포기하고, 대신 ‘작은 사치’를 충분히 누리자는 소비경향도 주목해야 할 점”이라며 “원대한 목표를 바라보던 성장의
패러다임을 벗어나 지금 이 순간 행복을 누리자는 생각으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다양한 유통채널이 더욱 활발해지고, 진정성이 핵심 화두로 떠오른 점도 트렌드다.
해당 상품의 특성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유통채널에 전념하는 전략이 중요해졌다. ‘의리 캠페인’은 특히 김보성이라는 모델의 진정성이 맞아 떨어져 효과를 배가시켰다는 분석이다.
또 해외직구의 폭발적인 증가는 지난해 빼놓을 수 없는 이슈이면서 앞으로도 계속될 트렌드가 됐다. 김 교수는 “놀랄 만큼 빠른
급부상”이라고 평가하면서 “합리적인 구매가 중요해지고, 국산에 대한 애국심은 없어졌다”고 짚었다. 작년 가장 유행한 ‘호갱’이라는
말은 가격을 꼼꼼히 따져 국산이든 외산이든 가리지 않는 소비 트렌드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예전엔 2~3년에 걸쳐 트렌드를 잘 겨냥하면 초대박이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그 폭이 몇 개월로 줄어듭니다. 초대박을 노리기보다 중박이나 소박을 꾸준히 찾아내려는 노력이 중요해진 시대입니다.”
이 같은 포인트는 김난도 교수가 꼽은 2015 트렌드 키워드 ‘Count Sheep’으로 이어진다.
큰 대박을 노리기보다 양을 한마리 한마리 세듯이 작은 꿈들을 하나씩 챙기고 성취하라는 뜻이다. 그게 바로 ‘대박’이라고 그는 말한다.
올해 10대 키워드 중 몇 가지를 살펴보면 ▲결정이 어렵다(Can't make up my mind) ▲감각의
향연(Orchestra of all the senses)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Tail wagging the dog) ▲일상을
자랑질하다, 셀피(Showing off everyday in a classy way) ▲숨은 골목 찾기(Playing in
hidden alleys) 등이다.
하나씩 살펴보면, 소비자들은 맥주 하나를 마시려고 해도 각종 넘쳐나는 브랜드 속에서 결정을 내리기 힘들어한다. 이에 소비자가 정말 원하는 것을 분석해 제안해주는 ‘큐레이션’이 갈수록 중요해진다.
사람들의 ‘후각’을 중요하게 생각할 때다. 요즘은 향초 가게가 중요 상권에 속속 들어선다. 특히 후각은 기억에 깊이 각인될 수
있는 특징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난도 교수는 “공간을 꾸미고 관리하는 사람들에게 이는 굉장히 중요한 사실”이라며
“프랜차이즈도 점포 특성에 맞는 시그니처향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결국 매장을 들르는 것도 고객에게는 하나의
‘경험’인데 가격이나 품질을 넘어 얼마나 좋은 경험을 제공하느냐가 경쟁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것은 사은품이나 서비스 때문에 본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패턴을 의미한다. 슈퍼마리오 피규어를 받기
위해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는다든지, 다이어리를 얻으려고 스타벅스 커피를 마신다든지 하는 것이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고 베끼기가
심하기 때문에 본품으로는 차별화가 잘 이뤄지지 않고 부수적인 사은품으로 고객의 구매 순위를 바꿔놓는 전략이다.
셀카(셀피)와 SNS는 ‘과시 3.0’ 시대의 가장 중요한 도구가 됐다. 여기서 핵심은 얼마나 우회적으로 과시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의 식품전문관 ‘고메이494’가 음식보다 셀카에 가장 적합한 조도를 유지하는 것이 바로 이 같은 현대
소비자의 특징을 보여준다.
이와 비슷하게 지역의 골목에만 숨어있던 맛집도 인증샷이나 블로그를 통해 전국에 입소문이 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한편 김난도 교수는 이날 프랜차이즈의 해외 진출에 대해서 타깃을 좁혀 분명하게 목표를 잡고 해당 지역의 특성과 소비자의 특성을 잘
분석해야 필패를 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서강대 경영학과 임채운 교수 역시 “글로벌화라는 것은 그 지역에서 현지기업 못지않게
밀착해서 뿌리를 내리는 게 성공의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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