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우의 작품세계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강한 직시와 수용의 해학
이원우론
권대근
(수필가,문학평론가)
부산 문단에서 따따불 선생으로 통하는 수필가 이원우 선생이 『개가 들어도 웃을 일』이란 세상 풍자집을 내었다. 몇 년 전에 따따불 선생이 세상을 놀라게 할 베스트셀러를 쓴다고 하기에 어떤 책인가 매우 궁금히 여기고 있었는데 이번에 그가 공언한 대로 역시 놀라운 역작을 세상에 내어놓았다는 데 대해서 우선 축하를 보낸다. 필자는 문인이 되기 전부터 이 분이 대단한 분이라는 걸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막상 문단에 나와 같은 수필을 쓰면서 접해보니, 내가 들어온 그 이상으로 그는 훌륭한 일을 하고 있었다. 따따불 선생의 사는 모습은 사실 내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래서 나도 이 분처럼 세상을 바쁘게 살고 있는 편이다.
이 책 『개가 들어도 웃을 일』이란 세상 풍자집을 받고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몽테뉴의 말이었는데, 몽테뉴는 ‘나는 단지 재미를 보기 위해서 책을 읽는다’는 말을 한 바가 있다. 우리가 책을 읽는 목적은 다양하다. 그러나 한 가지 독자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무엇보다 읽는 책이 재미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비록 정보나 지식을 얻기 위해 독서를 해도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재미가 있어야 금상 첨화다. 지루하거나 무미건조한 글은 아무리 문예작품이라도 독자의 외면을 받기 십상이다. 책은 일단 재미가 있어야 한다. 재미는 독자를 끌어 당기는 첫째 요소다.
이런 측면에서 따따블 선생의 『개가 들어도 웃을 일』이란 세상 풍자집은 독자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의 영문 이름자 이니셜을 따서 닉네임을 따따블로 지은 것도 기발했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재미있는 일화를 『개가 들어도 웃을 일』이란 책으로 한데 묶은 일도 좋은 생각이었다.
이 책이 저급한 음담패설이 아닌데도 재미있게 읽히는 요인은 뭘까? 바로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진실의 글이기 때문이다, 억지로 웃기려고 꾸민 허구가 아니라는데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의 글이 예민한 감각과 신경에 호소하면서도 결국에 가서는 이성과 정서를 끌어들여서 독자를 흐뭇한 감동으로 이끄는 것은 수필을 쓰면서 닦은 탁월한 서술적 기교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저자 자신의 얘기를 들어보면 더욱 극명해진다 하겠다. ‘이 책은 거의 모두가 내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문자 그대로 개에 미친 사람으로서 개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교감이 되기까지 30여 년간의 교단 낙수도 1/3쯤 된다.
그리고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소재는 노인 학생들과의 생활이다. 물론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그야말로 개가 들어도 웃을 일들이다. 오늘 살아있다는 걸 새삼 감사할 정도로 죽을 고비까지 여러 번 넘기면서 스스로 만든 일화도 있다. 이 책을 내면서 궁극적으로 내가 바라는 것은 사회의 「작은 개혁」이다. 나름대로 목소리를 갖고 싶은 것이다‘.
저자 자신이 직접 집필 의도를 밝혔듯이 이 책은 독자를 단순히 웃기려고 쓴 책이 아니란 사실이다. 교육자로서 문필가로서 애견가로서 자원봉사자로서 살아오면서 느끼고 체득한 삶의 핵인 자신의 철학을 유머에 담아 보려 했다는 것이 특이하다. 세상풍자집은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모두 215토막의 일화가 소개되어 있다. 원고지 1천 매가 넘는 엄청난 분량의 글을 통근하는 버스 안에서 정리했다고 하니, 그 의사와 집념에 감복하게 된다.
수필가 이원우 선생은 부산 문단은 물론이고 교육계에서 너무 잘 알려져 있는 분으로서 다방면에 소질을 갖춘 그야말로 팔방미인이다. 자신의 연보가 여섯 페이지에 걸쳐 실려 있는데, 이는 그가 세상을 어떻게 살아 왔는가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해 준다. 그의 삶은 한마디로 치열하다. 각종 수상이나 표창을 받은 횟수가 무려 50여 차례나 되고, 신문방송 등에 출연한 횟수는 너무 많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83년도 노인학교 무료강사를 시작으로 사회봉사를 시작한 이래로 지금까지 어김없이 토요일은 자신이 설립한 노인대학으로 출근한다. 황금의 주말을 무보수로 남을 위해 반납한다는 일이 어찌 평범한 우리가 상상이나 해 볼 일인가. 생각해 보면,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이 책은 따따불 선생의 특유하고 예리한 감성과 지성을 바탕으로 생활 주변에 스며 있는 소박한 소제를 유머러스하게 해학으로 승화시켜 놓았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사회에 던지고 싶은 메시지를 풍자 속에 은근히 담고 있어 더욱 가치를 지니게 된다. 따따불 선생의 해학은 하나 하나에 따사로운 유머와 높은 교양을 깔고 있어, 감각적인 터치에도 결코 저속하다거나 난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는 데 장점이 있다고 하겠다. 사실 한국인의 정서에 맞는 해학은 다소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감각지향적 소재라야 될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는 이러한 한국인의 정서를 소홀히 다루지 않으면서 한국인의 정서에 부합하는 일화를 시원스럽게 터치하고 있는 것이다. 따따불 선생의 소재는 교육 현장에서 뿐만 아니라 생활 주변 등 전방위적으로 폭넓게 산재해 있으며, 특히 하나 하나에 철학이 담겨 있다. 철학은 고상한 철학자들의 사상에만 나타나 있는 것이 아니다. 보잘 것 없는 미물의 몸짓에도, 이름 없는 잡초에도 짓궂게 던지는 농담 한 마디에도 예리한 철학이 담겨 있을 수 있다. 그는 자신의 개혁의지를 독자들의 뇌리에 가장 쉽게 전달하는 방법이 뭘까 연구하다가 이런 유의 글을 구상했을지도 모른다.
글은 무엇보다도 재미가 있어야 하고, 많은 사람에게 읽혀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의 책에 나타나 있는 메시지는 현실에 대한 강한 직시와 적발의 모습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개에 얽힌 다양한 일화는 시사하는 바가 너무 많아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받아내리라 본다. 아마 이 책을 읽은 사람은 애완용 동물의 식용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 볼 것으로 보인다. 중광 스님이 이미 말한 바 있지만 ‘적어도 동심이 있는 사람은 개고기는 먹지 않는다.’ 그러나 따따불 선생은 글을 통해서 한국인의 문화와 정서를 적나라하게 거부하며 자신의 철학을 독자들에게 주입시키려하지 않는다. 설득하려 들거나 강요하지도 않는다. 꽁트식으로 풍자한 글에 문학적 향기를 불어넣고 있는 것은 역시 계간지 「한국수필」 천료 작가로서의 역량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따따불 선생의 「개가 들어도 웃을 일」은 해학적 소재를 저자의 인품이 감싸 안으면서 고차원의 품위를 지니게 하고 있어, 일반 시중에 나도는 유모어집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러. 콕 스테판의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그의 해학은 인생의 천태 만상의 부조리를 웃음으로 바라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가 쓴 일화들이 단순히 우스꽝스러운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세상의 모순을 깊은 통찰을 통해 바로 보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인생 철학을 담은 풍자라서 독자를 배꼽을 잡고 웃게 만들면서 동시에 감화까지 시킨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그가 베스트셀러를 꿈꾸고 낸 이번 세상 풍자집 <개가 들어도 웃을 일>은 오늘날 한국 사회의 비극적 일면을 희극적 음조로 전환하는 데 획기적 역할을 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기에 필자는 서슴없이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