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화 백내장 수술 1/2 (두려움) 230629
수술 전 두려움이 일어난다. 몸이 천 량이라면 눈이 구백 량이라고 눈의 중요성을 예부터 내려오는 이야기가 남의 일 같지 않다. 바로 나에게 다가온 것이니까.
작년 가을부터 주위에서 백내장 수술 이야기가 심상치 않다고 아내가 안과 한 번 가보란다. 9월 28일 등 떠밀리다시피 마지못해 동네에서 유명하다는 안과를 찾았다. 생각지도 않게 중증(重症)을 10~, 경증(輕症)을 1로 봤을 때 7 정도란다. 그러나 나는 앞이 뿌옇게 보인 적이 전혀 없었다. 집에서 걸을 때 방바닥에 있는 머리카락이 보일 정도로 잘 보인다고 하니 시력하고는 상관이 없단다. 은근히 약이 올랐다. 걸으면서 나무나 하늘을 쳐다보아도 전혀 백내장 같은 증세는 없는데도, 그렇다고 하니 의사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안과에서 시력을 재어보니 물론 0.6 정도이었다. 내가 시력에 관심 갖는 것은 작년 말까지 운전면허를 바꿔야 하는데 두 눈 중 한쪽 눈 시력이 0.8 이상 나오지 않아 바꿀 수가 없는 것이었다. 운전하지 않더라도 나이 여든 살에 면허를 바꾼다는 것은 어쩌면 내 인생에 자천 훈장을 하나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한 번 더 면허를 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 명의로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지만, 운전하지 않아도 매년 자동차보험을 들려면 소유자가 필히 보험에 가입해야 한단다(소유자가 보험 가입하지 않으면 보험 가입 불가능). 가입하면 노인이 운전하다 사고 날 위험이 커 보험료가 올라간다. 하지도 않을 운전에 높은 보험료까지 내기에는 너무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내가 운전을 안 하지만 옆 동에 사는 딸이 신나게 몰고 다니며 우리가 필요로 하는 물건을 사다 주기도 하고 또 병원에 갈 때나 나들이 나갈 때도 유용하게 사용하기 때문이다. 딸에게 명의 이전하면 딸네는 차가 2대가 되고 아파트에 주차비가 매달 나가고 내 차에 대한 보험료도 딸에게 내라고 하기도 싫었다. 내 차를 내 명의로 갖고 있어야 딸에게도 당당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딸과 같은 아파트에 사니까 각자 차 1대씩은 주차비가 없다.
보름쯤 지나 다른 안과를 찾았다. 그 안과에서도 백내장 소리가 또 나온다. 의정부 아니 대한민국 안과 협회에서 아마도 백내장 수술 많이 시켜 수입 올리자고 귓속말이라도 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운전 면허받자고 백내장 수술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올해 5월 마지막으로 다시 안과에 가기로 하고 내가 갔던 병원을 제외하고 다른 병원에 가자고 했더니 딸이 친구의 추천을 받아 ‘옥정(의정부 북쪽 신도시)’으로 데리고 간다. 차로 15분이면 갈 수 있다. 물론 이 병원에서도 백내장이란다. 친절하게도 검사 때 찍은 사진을 보여주는데 내 눈의 수정체가 검게 나온다. 백내장이면 뿌옇게 나올 줄 알았는데 아니다. 진료 중 수술을 권하면서 의사들이 하는 말은 ‘연세가 있으신데 더 이상 수술을 미룰 수가 없습니다.’
이 말을 다시 듣고는 새삼스러웠다. 내 나이가 어때서 80살이면 어때, 올 3월 말에 건강검진 받고 결과지를 우편으로 받아보니 17개 종목에서 12개 종목은 정상이고 5개도 전 단계이거나 의심일 정도이다. 특히 심뇌혈관질환 위험평가는 80세 남자 평균 대비 0.71배, 심뇌혈관 나이는 67세이고, 10년 이내 질환이 발생할 확률이 현재 상태 대비 67세에서 64세로 오히려 더 나아진다는 평가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5년, 더 나아가면 10년~15년은 살 것 같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러면 최대 15년 동안 백내장은 계속 나빠질 것이고 점점 보이지 않으면 그때 가서 수술하려면 너무 늦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더 나빠지지 않아 그런대로 볼 수 있다면 좋지만, 꼭 그렇게 낙관만 할 수 없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생각난 것이 바로, 미국에서 男兒가 태어나면 포경수술을 해준다는 속설이다. 갓난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20년 후에 사용할 수술을 미리 한다고 하니 내가 지금이라도 수술을 하고 15년 잘 사용하면 그렇게 손해 보는 일은 아니라는 생각에 5월 30일 수술하기로 예약했다. 수술은 상태가 나쁜 왼쪽부터 하기로 했다. 수술할 의사는 백내장 및 망막 수술을 지금까지 5000번 시술 경력이 있다고 병원 진료실 유리창에 써놓아 믿음이 갔다.
예약을 하니 수술 대비 사흘 전부터 넣을 안약, 수술 1시간 전에 5분 간격으로 세 번 넣을 안약(산동제)과 주의 사항까지 자세히 알려준다.
수술한다니 떨리는 마음을 산책과 운동을 하며 진정시키고 잘해보자며 일주일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