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을 주는 리더십이 그리운 4월 |이상화
4월 10일은 제22대 국회위원 선거가 있는 날이다. 지역구 254명과 비례대표 46명을 뽑는 날인데, 나라가 온통 어수선하다. 누구를 뽑아야 할지 고민이 많아진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설익은 이들, 사심(私心)을 숨기고 뻔뻔하게 나서는 자들이 너무 많다. 우리에게 참된 지도자가 꼭 필요한 계절이다.
남을 세워주는 리더
짐 콜린스(미국 경영컨설턴트)는 "무엇이 한 기업이나 단체가 탁월한 리더가 무대에서 사라져도 계속 끊임없이 발전하고 성공할 수 있게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리더십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가 이런 연구를 하기 전만 해도, 한 기업이나 단체의 흥망성쇠는 한 사람의 걸출한 카리스마적 리더에 달렸다고 믿었다. 하지만 6년 동안 실제 기업들의 역사를 연구하면서 내린 결론은 의외의 결과였다.
지나치게 자기주장이 강한 카리스마적 지도자는, 장기적으로는 그 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오히려 저하했다. 그는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이란 책에서 미국의 1920년대 말에 TV나 라디오를 제작한 비슷한 규모의 두 회사를 예로 들었다.
유진 맥도널드(제니스의 창업주)는 머리가 비상해서 아이디어가 넘쳤고, 성미가 급하고 추진력이 강하여 직원들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폭풍처럼 몰아갔다. 이에 비해, 폴 칼빈(모토로라의 창업주)은 중간 리더들에게 주도적으로 일을 처리해 나가도록 파격적인 재량권을 주었고, 회의에서는 찬반 의견들을 활발하게 개진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는 스스로 탁월한 엔지니어는 아니었지만, 기꺼이 다른 일군들을 세워주는 리더였다.
처음에는 두 회사가 엇비슷하게 나갔다. 하지만 1950년대 말, 두 창업주가 세상을 떠난 뒤 다음 세대로 리더십이 옮겨가면서 두 회사는 판이한 길을 걷게 된다. 모토로라는 비퍼와 핸드폰을 비롯한 각종 최첨단 통신 장비를 생산해 내는 세계 최일류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제니스는 몇 번씩 경영 적자를 겪으면서 지금까지도 TV와 라디오만 만들면서 간신히 현상 유지나 하는 기업이 되고 말았다.
처음에 비슷한 규모로 시작한 이 두 회사가 왜 이렇게 다른 길을 걷게 되었을까? 제니스의 맥도널드는 군대 사령관 같은 강한 카리스마가 있었다. 모든 결정을 자기 혼자 다 내렸고, 자기가 없이는 버틸 수 없는 회사로 끌고 갔다. 그 결과 그가 사라진 때부터 회사가 휘청거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는 자기가 없는 회사를 준비하지 않았다. 이에 비해 모토로라의 칼빈은 자신의 재주는 그리 탁월하지 않았지만, 다른 이들의 리더십을 키워주고 세워주는 일을 했다. 이로써 자신이 없어도 더 발전해 나갈 수 있는 터를 닦았던 것이다.
지금 당장 내가, 나의 단체가 반짝 성공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다음 세대에도 계속해서 더욱 성장하고 발전해야 한다. 그렇다면 내가 사라진 다음 내가 이끌던 이 단체는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진정한 리더십이 아닐까.
예수님의 리더십
다음 세대 리더십을 키우자고 하면 많은 기존의 리더들은 겉으로는 동의하면서도, 속으로는 덜컥 겁부터 낸다. 젊고 능력 있는 다음 세대에게 힘을 실어주고 나면 나는 어떻게 되나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그러나 선수는 선수로서 아름답고 감독은 감독으로서 더욱 빛나는 법이다. 이는 지난 2002년 월드컵에서 4강 진출의 신화를 일궈낸 히딩크 감독을 보면 더욱 확연해진다. 히딩크는 결코 필드에서 뛰었던 스타 플레이어가 아니었다. 하지만 온 국민은 그에게 찬사를 보내고 열광하였다. 왜냐하면 그가 우리 선수들이 제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적재적소에 잘 세워주었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항상 자신이 없는 상황을 제자들에게 준비시키셨다. 열두 제자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으셨다. 그 어떤 교과서나 제도도 없었지만, 예수님이 남기셨던 오직 하나의 유산은 12그루의 장성한 겨자나무(마13:31,32)와 같은 사도들뿐이었다. 그들을 통해 교회가 시작되었고 수많은 새 떼(성도)가 그 나무들에 깃들 수 있도록 하셨다. 그리고 300년도 못 되어 세계에서 가장 강력했던 로마제국을 뿌리째 흔들어 놓았으며, 오늘날까지 수많은 사람이 그리스도의 사랑과 열정에 열광하도록 만드셨다.
주님은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너희 종이 되어야 하리라."하셨다(마20:26,27). 정말 강한 자는 남을 세워주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리더십의 정수는 다음 세대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그들에게 내 모든 것을 주는 것이다. 리더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썩어지는 밀알이요(요12:24), 밑거름과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리더는 감독이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배우나 스타 플레이어가 아니다. 리더십은 다음 세대를 키워주는 사명을, 이웃에게 나눔의 축복을 깨닫는 데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예수님께서는 3년의 생애 동안 인격과 말씀을 통하여 사람들에게 하나님을 나누어 주시고, 마지막 십자가 위에서는 목숨까지 내어주셨다. 그 결과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하나님께로 돌아올 수 있었는가. 이렇듯 성경은 나눌수록 더욱 풍성해지는 리더십의 진수를 제시해 주고 있다.
진정한 리더
진정한 리더가 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의 본성에는 온갖 죄악된 요소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육적인 애정과 욕망이 들끓고, 질투·아집·거짓·교만·포악·태만·음란 등이, 기회를 주면 사람의 말과 행동으로 흘러나온다. 하지만 이런 결점과 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포용하고 그가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섬기는 리더십만큼 그 가치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이웃과 사회에 많은 유익을 베풀면서도 스스로 낮아질 줄 알고 다른 사람을 포용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오늘날 우리에게 꼭 필요한 지도자가 아닐까. 우리의 사회와 각 공동체와 나라에서 이런 리더가 일할 수 있도록 하나님께 기도하자. 모두를 위한다는 선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은밀히 자기의 영욕과 사심을 채우려는 간사한 자가 세워지지 않도록 경계하자.
이상기후 현상으로 올여름 더위가 더욱 기성을 부린다는데, 우리가 세운 리더들이 시원한 사이다를 제공해 줄지, 아니면 폭탄을 안겨다 줄지 벌써 걱정이 앞선다. 다른 사람을 세워주는 리더, 원수까지 포용할 줄 아는 참 지도자가 그리워지는 4월이다.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닐까 싶지만 하나님은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시는 전능하신 분이다. 그러니 소망을 품고 간절히 기도하고 맡기자.
이상화 목사(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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