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규모의 온라인 서점이 미국의 Amazon.com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헌책이 아닌 새책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아마존닷컴은 경매 사이트인 미국의 eBay 등과 함께 대표적인 온라인 기반의 e-business 기업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새책이 아닌 헌책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세계 최대규모의 온라인 중고서점은 어떤 곳일까.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의 주도(州都) 빅토리아에 본사가 있으면서 독일 뒤셀도르프에 별도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Abebooks(www.abebooks.com)가 바로 세계 최대규모의 온라인 중고 서점이다.
이 회사는 세계적인 출판업계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매년 매출이 급신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헌책시장 위주에서 벗어나 새책 시장에도 본격 진출,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런가 하면 기존의 4개 북미, 유럽지역 주요 국가 외에 호주 뉴질랜드에서도 웹사이트를 새로 오픈, 보다 공격적인 글로벌 마케팅전략을 구사함으로써 전 세계 서적 유통업계는 물론 e-business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995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북미 지역에 있는 8천5백개 서점을 비롯하여 전세계 1만2천개 서점을 회원으로 끌어들여 이들이 확보하고 있는 5천만권 이상의 헌책을 웹사이트에 리스팅,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 회사 웹사이트에 등록된 회원고객은 1백25만 명에 달하며 하루 평균 2만권의 책이 이 회사 웹사이트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이 1억 달러에 달해 전년대비 30%나 증가하는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이 같은 매출규모는 전 세계 중고서적 온라인 판매량의 39.2%를 차지하는 규모다. 중고 서적 판매 실적은 Abebooks외에 아마존닷컴이 17.3%, Alibris가 12.9%, eBay가 9%를 각각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Abebooks는 이 같은 실적을 인정 받아 지난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서밋 어워드 (UN Summit awards)에서 ‘올해의 최고 e-business 사이트’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또 이 회사 한스 블럼(Hannes Blum) 사장(CEO)은 ‘캐나다 최고경영자 100인’에 선정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그러면 Abebooks가 이렇게 출판업계에서 일약 스타기업으로 부상한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책 판매 시스템이 매우 단순하면서도 비용절약형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즉 Abebooks는 전세계에 있는 중소규모 서점들을 회원업체로 끌어들여 그 서점들이 확보하고 있는 각종 중고 서적들을 Abebooks 웹사이트에 리스팅하여 온라인으로 판매한다. 회원 서점들이 Abebooks에 지불하는 월 회비는 리스팅하는 책의 숫자에 따라 25달러에서 300달러까지 각각 다르게 적용되며 책이 판매되면 책값의 8%를 별로도 수수료로 받는다.
따라서 자체 물류 창고가 필요 없다. 배송도 회원 서점들이 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비용이 들지 않는다. 글로벌 기업이면서 이 회사 직원수가 90여명에 불과한 것도 그런 배경에서 비롯되고 있다. 세계 각지에 자체 물류 창고를 확보하고 출판사들로부터 책을 공급 받아 소비자에게 책을 배달하는 아마존닷컴과는 매우 다른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Abebooks의 또 다른 성공비결은 타겟 시장이 확실했다는 점이다. 즉 새책을 파는 서점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책을 판매함으로써 필요한 책을 찾는데 애를 태우는 소비자들을 확실하게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던 것이다.
Abebooks가 판매하는 서적은 일반 헌책은 물론, 희귀 서적, 더 이상 인쇄가 안 되는 품절된 책, 학교 교재, 소장용 책, 어린이 도서, 선물용 서적 등으로서 이러한 책들은 소비자들이 아무데서나 구할 수 없다는 한계를 안고 있는데 바로 Abebooks 웹사이트에서 그런 문제를 해소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중고서적 시장을 타겟으로 삼아온 이 회사가 최근 새책 시장으로 마켓을 확대하고 있어 일부에서는 이 회사의 독창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훼손되는 것 아니냐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새책 시장 진출에 대한 이 회사의 전략은 매우 구체적이고 객관적이어서 우려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이 회사 경영진의 주장이다.
즉 이 회사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이미 50개의 독립 출판사와 100개의 새책 판매 서점들이 회원으로 가입했다는 것이다. 또 이 회사 웹사이트를 통해 판매되는 책의 약 10%가 새책이며 그 비중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 회사는 앞으로 3년 안에 웹사이트에 리스팅 되는 책의 3분의 1이 새책으로 채워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도 하다.
또 이 회사 자체 분석 결과 중고서적을 구입하는 고객 중 97%가 새책도 구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배경에서 새책 시장에 새로 진출하지만 Abebooks의 전략은 기존의 온라인 서점들과는 분명하게 차별화 되어 있다.
즉 이 회사는 CD등 일반 제품 시장까지 진출한 아마존닷컴 등과 달리 책 외의 제품에는 절대로 손을 대지 않겠다는 것이 기본 전략이다. 물류 창고를 갖지 않겠다는 것 역시 이 회사의 기본 방침이다. 이는 책 이외에는 한눈을 팔지 않고 비용을 최대한 절감하여 회사 재무구조를 견실하게 유지하겠다는 경영진의 경영전략에 따른 것이다. 이 회사는 현재 부채가 전혀 없는 상태다.
그리고 이 회사가 일찌감치 글로벌 기업을 지향했다는 사실도 성공비결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즉 각 국가별로 5개의 웹사이트 (Abebooks.com, Abebooks.co.uk, Abebooks.de, Abebooks.fr, Abebooks.com.au/co.nz) 를 별도로 운영하여 세계 각지의 수많은 서점들을 회원으로 끌어들이는가 하면 고객 역시 글로벌화하여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편 세계 서적 판매시장은 기존 서점 판매가 갈수록 위축되고 온라인 판매가 급성장함으로써 온라인 판매비율이 54.4%에 달하고 있다. 또 온라인 판매에 힘입어 중고 서적 시장이 급신장추세에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입소스의 출판시장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중고 서적판매는 전년 동기에 비해 5% 증가한 반면 새책 판매는 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호석 hsju@canad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