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많은 일들이 한번에 몰아쳐서 바빴었다.
애초부터 종강식과 졸업식을 같이 하려고 계획했으나
나는 종강식을 준비하느라 정신 없었고
유준 형은 논문을 수정하느라 바빴고
마리아 쌤은 일이 많아서 우리를 봐줄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졸업식이 두 달 뒤로 미뤄지게 된 것이다.
두 달 정도 시간을 벌어서
제주살이 책자, 탁상 달력, 졸업식 책자 등
차차 진행해 나갈 수 있었다.
졸업식이 일주일 남았을 때 쯤
나와 유준형은 감기에 걸려 목소리가 안나오는 상황에 처했다.
그런 와중에 밴드 공연이 미흡하다고 주말에도 나와 연습을 한 것이다.
그래서 다음날에도 목소리가 안나와 유준형은 병원에서 링거를 맞고 와야했다.
마리아 쌤은 우리가 공연만 준비하는 거라면 모를까
졸업식을 진행해야 하는데 하루 정도는 쉬지 그랬냐고 하셨다.
맞는 말이다. 휴식을 충분히 취해야 병도 빨리 낫는 법이기 때문이다.
졸업식 전날이 되고 나는 아직 미완성인 졸업 영상을 작업하는데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선생님께 피드백 받은 만큼 좀 더 다듬어서 완성도를 올리고 싶었다.
하지만 수정이 거듭 반복되자 선생님은 기회를 줄 만큼 줬으니 다른 할일을 진행하자고 하셨다.
졸업식 당일날
유준 형은 청심환 두 병을 가져오더니 두 병 다 마시겠단다.
난 뭘 두 병씩이나 마시냐고, 오버하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사이좋게 한 병씩 나눠마셨다.
차츰차츰 과목 선생님들이 오셔서 모이기 시작했고
유준이네 아버님, 동생, 사촌누님 그리고 조카들까지도 왔다.
머리 속이 하얘져서 해야할 말을 떠오르려고 하는 와중에
현서는 옆에 와서 '저 잘할 수 있을까요?' 하며 말을 건다.
쉿! 집중해야 되니까 말 걸지마! 하고 돌아서면 또 까먹는다.
시간이 다 되고, 사람들이 자리에 다 앉자
fly 밴드 일원들은 조용히 앞으로 나와 노래를 부르며 악기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공연이 끝나고 이제 진행을 해보려고 말을 하는데
"사회자 아니 진행.. 진행이죠. 진행자 역할을 맡게 된..."
첫 멘트부터 실수가 나와버린 것이다.
아이고.. 어쨋든 진행 먼저 하자.. 하고 당황하는 마음을 가라앉혔다.
유준형과 기타 연주할 때 서로 한번씩 실수가 나오자
당당하게 실수 아닌 척 하고 무마했었는데 티가 났을는지 모르겠다.
서툴어서 노력했던 것에 비해 진가가 나오진 못했지만
유준군의 졸업을 축하하러 와준 모든 분들이 박수쳐주고 응원해준 덕분에
졸업식을 준비한 모두가 힘이 되었고, 의미있는 졸업식이 되었다.
이 자리를 빌어 유준군의 졸업을 축하한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