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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3. 19
① 정치
대통령이 문재인에서 윤석열로 교체된다고 정치가 바뀌는 것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과거의 잘못된 관행과 과감히 결별해야 정치가 바뀐다. 이번 정권교체는 시기나 과제로 볼 때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 우선 코로나19 팬데믹이 정점기에 달해 있다.
문재인 정부가 해온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손실 보상은 윤석열 정부가 이어받아야 한다. 코로나19 방역을 마무리하면서 민생을 챙겨야 하는 일을 놓고 두 정부가 서로 협력해야 하는 것이다.
두 정부가 해법에서 이견을 보여온 부동산 정책 역시 민감한 사안이다. 문재인 정부가 시행착오 끝에 모처럼 보이는 집값 안정세를 이어나가는 게 중요하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 급변하는 신냉전 질서 속에 한반도를 둘러싸고 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북한이 4년 만에 핵·장거리미사일 실험 유예 약속을 깨고 미국을 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쏠 태세다. 한반도 위기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정권 이양기를 이용해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북한에 대응해야 한다. 윤 당선인이 최근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는데 두 정부 간 협조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
사정기능 전반적 재설계를
인수위 구성은 차기 정부가 이끌 대한민국의 명운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일이다. 특히 인수위원장은 대통령 취임식까지 대선 과정에서 쏟아진 공약의 옥석을 가려 국정 운영의 구체적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새 정부 국정과제 수립에 앞서 문재인 정부 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하겠지만 무조건 폐기가 답이 아니라 수정·보완하고 유지할 것들을 가려내는 것도 중요하다. 앞으로 두 달여 동안 ‘안철수 인수위’ 발걸음이 새 정부 통합의 초석을 다지는 데 일조하길 당부한다.
대통령실(청와대)에 민정수석비서관을 두지 않겠다는 윤석열 당선인의 의지가 확고해 보인다. 박정희 대통령이 재선 뒤 1968년 설치한 민정수석 제도는 반세기 이상 우여곡절을 거치며 존속해왔고, 정권의 사정(司正)기관 통제 수단으로도 악용됐다는 점에서, 그대로 실행된다면 한국 정치사에 남을 획기적 일이다. 정치사찰과 ‘제왕적 대통령’을 위한 장치의 해체, 나아가 국가 사정기관 정상화의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김대중 대통령도 취임 때 민정수석 직책을 없앴지만, 1년 남짓 지난 뒤 되살렸다. 따라서 민정수석 폐지는 많이 늦었지만 바람직한 일이다. 문 정권에서 폐해가 특히 심하다. 민정 라인의 특별감찰반이 민간인 첩보를 수집하고, 공직자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압수해 사생활 정보까지 캐는 등 권력을 남용해 왔다. 울산시장선거 개입 사건도 민정 라인을 통해 자료가 전달되면서 시작됐다. 국가 사정 역량을 왜곡하고 파괴하는 일과 다름없다.
따라서 민정수석 폐지는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국가 사정 기능의 전반적 재설계를 통해 반(反)부패 역량을 높이는 결과로 연결되게 해야 한다.
특검법 협상부터 시작해야
대장동 비리 사건의 실체를 규명할 특검이 대선 이후 최대 정치 쟁점으로 떠올랐다. 대장동 특검을 바라보는 여야의 속내가 달라 양쪽 주장은 구두선에 그치고 있다.
여야 모두 대선 전 말로는 특검 도입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특검 구성 방법 등 세부 내용을 놓고 정치공방을 벌이면서 시간만 끌고 있다.
대선 국면에서 여야가 각기 발의한 대장동 특검법은 국회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특검 선출방식은 물론 수사 대상이 모두 상이하기 때문에 협상 자체가 올스톱 상태다.
여야는 이견 차를 좁혀 국민적 의혹을 규명하기보다 대선 기간 내내 상대방을 대장동 프레임에 가두기 위한 네거티브 전략에만 몰두했다. 대선이 끝난 뒤에도 여야의 동상이몽은 변하지 않았다.
힘겨루기만 거듭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적으로는 특검 수사로 이재명 전 후보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국민의힘에서는 이른바 ‘윗선’ 규명을 위한 특검이 자칫 정치 보복으로 비치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상기류마저 감지되고 있다. 여야 공히 국민적 의혹을 규명할 의지가 있다면 말로만 특검을 외칠 게 아니라 당장 특검법 협상부터 시작해야 한다.
과거 14차례 특검에서는 국회, 사법부, 변호사단체 등이 다양한 조합으로 특검 후보를 추천해왔다. 특검을 할 의지가 있으면 얼마든지 중립적 특검을 추천할 길이 있다. 결국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여야 합의를 통해 특검을 출범시키는 것 외에 진상 규명을 위한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없다.
지방 살리기 출발점
제20대 대통령선거가 끝나면서 ‘6·1지방선거’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오는 6월 1일 치러질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출마할 후보들의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전국 각지 유권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선에 이어 곧바로 지방선거가 실시되는 사상 초유의 선거 일정과 맞닥뜨린 국민의 선택이 주목될 수밖에 없다.
지역의 일상 생활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는 정책을 세우고 실행할 지방정부의 역할이 증가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에서 이번 지방선거 출마 후보자들의 면면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후보의 역량과 관계없이 유력 정당의 공천을 받았다는 이유로 당락이 좌우되는 구태의 정치문화가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바람이다.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거대 양당의 네거티브 전략에 크게 실망했다. 따라서 지방선거 후보자들은 구체적인 공약과 미래 발전 비전으로 승부를 거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새로운 시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상호 보완적이고 미래 발전적인 관계를 제대로 형성하는 것이 고사 직전인 지방 살리기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보복 악습 끊어야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찬반 의견도 엇갈린다. 여론조사로는 반대 의견이 60%가 넘는다. 진정한 사과나 반성도 안 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국민들이 많다.
하지만 비슷한 경우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석 달 전 이미 특사로 풀려 나왔다. 장기 구금 중인 전직 대통령 사면의 부담을 차기 정부에 넘기지 않고 결자해지 차원에서라도 현 정부가 결론 내는 게 맞다.
일회적 사면보다 국민 화합에 더 중요한 것은 정치권이 정치보복 없는 시대를 만드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 사면은 보수층과 윤 당선인이 요구해 온 일이지만 국민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 지난해 몇 차례 여론조사에서 사면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줄곧 60% 정도였고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반대보다 많았다. 이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과 달리 100억 원 넘는 뇌물 수수와 300억 원대 비자금 횡령 등 직접 거액을 챙긴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국민 정서상 용납이 어려운데 이에 대해 반성의 뜻을 밝힌 적도 없다. 사면이 용서와 화합의 계기가 되려면 이 전 대통령이 부끄러운 범죄에 대해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안 된다.
악화한 정치 양극화가 사면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정치보복의 악습을 끊는 여야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망이 이 전 대통령의 보복성 수사에서 비롯됐고 이 전 대통령 수사가 그 되갚기로 여겨지는 것이 한국 정치의 비극적 현실이다.
바른 인사 바른 정치
'바른 정치'는 '바른 인사'에서 시작한다. 그런 점에서 '논공행상 금지' '전문성과 실력 위주 인사' '법무부 장관에 정치인 출신 배제'는 좋은 신호탄이다.
문재인 정부의 실패는 철저한 '내 편 챙기기'에서 비롯됐다. 정권 안전을 위해 임기 내내 자기편 챙기기에만 몰두했다.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해 국민 갈라치기를 자행했다.
'바른 인사'를 하고 싶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공공의 이익'을 고려하느라 선거 과정에서 수고한 진영을 챙기지 않으면 정치적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손해가 있더라도 장해를 뛰어넘으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그래서 자기 진영은 좋았고, 정권 안전도 보장받았다. 하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문 정권의 국정 운영은 국가 차원의 통치가 아니라 특정 진영의 '나와바리(なわばり·구역) 관리' 수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런 우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안보 태세 굳건히
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가 임박한 듯하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위성사진 분석을 토대로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길이 220m, 100m의 콘크리트 구조물 2개가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이 열리는 5월 10일을 전후해 핵실험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정세 판단과 대응을 놓고 신구 권력 간에 이견만 크게 부각될 경우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정권 교체기 ‘안보 틈새’는 북한이 노리는 것일 수도 있고, 북한의 오판을 초래하는 근거로 작용할 수도 있다.
지금은 서로의 시각이 부딪칠 때가 아니다. 정권교체기인 만큼 이견을 뒤로하고 북한의 어떤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한다는 한목소리가 나와야 한다. 안보 태세를 굳건히 하는 게 신구 권력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다.
② 경제
치솟는 국제 원자재 가격과 글로벌 자원패권주의가 국내 산업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심각한 건 자원 무기화의 품목이 급속히 넓어지고 이에 뛰어드는 국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자원패권주의가 일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며 공급 부족 가능성이 있는 원자재는 언제든지 무기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자원 무기화 바람은 우리에게 악몽이다. 원자재 값 급등은 수출기업의 채산성을 뿌리부터 흔드는 것은 물론 무역수지와 국내 물가에도 치명적 타격을 줄 게 뻔하다. 지난 10일까지 52억 9016만달러의 무역적자를 냈다지만 에너지값이 더 오르면 사태 악화를 피할 수 없다. 정권 교체기라고 해도 자원 외교를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는 물론 새 정부도 난국 돌파에 모든 역량과 지혜, 정보를 합쳐야 한다.
미국 금리인상과 러시아 부도사태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러시아 부도 사태 가능성이라는 두 개의 폭풍우가 동시에 몰려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정부로 교체되는 사이에 초유의 ‘더블스톰’이 닥친 것이다.
정권 교체기에 두 폭풍우가 몰려오지만 우리는 대응 방안이 거의 마련돼 있지 않다. 미래 먹거리 준비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맡겠지만 눈앞의 쇼크를 극복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몫이다. 당장 ‘3고(고유가·고환율·고금리)’로 인한 채산성 악화로 우량 기업들이 흑자 부도에 내몰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더욱 심해지는 글로벌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현 정부의 과제다.
국내 주요기업 두 곳 중 한 곳은 아직도 올해 투자계획이 없거나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뿐 아니라 외국인 투자기업도 사정은 비슷했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인 투자기업 10곳 중 9곳은 올해 투자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대내외 위험요인들이 산재해 있어 신규투자 계획을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원자재발(發) 인플레이션, 주요국의 통화긴축과 이로 인한 경기위축, 코로나19 변이 출현 가능성, 외부 자금조달 환경 악화 등이 투자 활동을 저해하는 요소로 지목됐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서방과 러시아 간 보복의 악순환으로 장기화할 경우엔 더욱 그럴 것이다. 새 정부가 규제혁신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가 뚜렷해진다. 규제는 기업 의욕을 떨어뜨리고 새로운 산업이 성장하는데 걸림돌이 된다. 규제를 혁파한다면 신규투자는 늘어나고 일자리도 만들 수 있다.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를 그대로 두면 투자는 살아나지 않는다. 새 정부는 눈치보지 말고 과감하게 규제혁신에 나서야 한다.
FTA 10년 성과 경이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 10주년을 맞았다. 그간 성과는 문자 그대로 ‘경이적’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반(反)세계화 흐름 속에 세계 교역량이 줄곧 감소하거나 정체됐지만 한·미 양국 간 교역은 이 기간에 70% 늘었다. 투자도 양쪽에서 최대 3배 가까이 확대됐다. FTA 효과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는 성과다.
전 세계가 단순한 경제동맹을 넘어 인권 보호와 민주주의 확대 등을 중심으로 급속히 경제블록화하고 있다.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 훼손된 동맹 관계를 복원하고 그 이상의 포괄적 가치 동맹으로 발전시키는 데 한시도 지체해서는 안 될 것이다.
'리쇼어링' 희망 기업이 2년 새 9배로 늘어났다고 한다. 외국으로 생산시설을 옮긴 기업이 다시 국내로 돌아오려는 것을 말한다.
전경련은 해외 생산의 4%만 유턴해도 국내 일자리가 8만6000개 더 생길 거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리쇼어링으로 10년동안 일자리 130만 개를 창출했다. 경기 침체로 일자리 하나가 소중한 때다. 규제개혁과 노동개혁으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이 돌아온다.
기업 복귀하면 일자리 부가가치 창출 막대
미국은 작년 한 해에만 1334개사가 돌아왔으나 한국은 2021년까지 5년간 78개사만 돌아왔다.
문재인정부는 기업을 옥죄는 정책을 폈다. 법인세율과 최저임금을 올리고 주52시간제를 획일적으로 도입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리쇼어링 촉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해외 환경이 나빠졌다고 해서 기업들이 무턱대고 국내로 돌아올 리는 없다.
기업들이 마음껏 투자하고 생산할 수 있도록 세금감면은 확대하고 규제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꾸고 노조의 불법행동은 엄정하게 대처해야 기업이 되돌아올 것이다.
전경련이 수출입은행의 ‘해외직접투자 경영분석 보고서’를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 해외에 진출했다가 철수를 검토 중인 기업이 복귀하면 11조4000억 원의 부가가치와 일자리 8만6000개가 창출될 수 있다.
하지만 리쇼어링을 검토하는 우리 기업들도 선뜻 국내 복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과잉 규제와 노조 편향 정책 탓이 크다. 현 정부는 기업 규제 3법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반(反)시장 규제 법안을 쏟아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발의된 규제 입법은 4100건으로 박근혜 정부 시절의 3배가 넘는다. 친(親)노조 정책과 강성 노조의 불법행위, 최저임금 과속 인상, 주 52시간제 강행 등은 기업의 해외 탈출과 일자리 증발의 주범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리쇼어링 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경영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다. 기업을 옥죄는 규제를 혁파하고 노조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어야 신명 나게 투자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연금개혁, 국민설득 나서야
정부 출범 전부터 연금개혁을 주요 국정과제에 포함시킨 건 바람직한 일이다. 국민연금 기금은 2055년이면 고갈돼 1990년생, 현재 32세 청년들 이후는 연금을 받을 수 없어 ‘세대 착취’란 말까지 나온다.
대선 과정에서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커진 만큼 새 정부는 이전 정부들보다 유리한 상황이다. 출산율, 기대수명, 성장률의 변동에 따라 지급액, 보험료율이 자동 조정되는 선진국형 연금제도 도입도 검토해 볼 만하다. 다른 연금과의 통합도 복지제도의 큰 틀 안에서 함께 다뤄져야 한다.
집권 초부터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도 성공하기 힘든 것이 연금개혁이다. 문재인 정부는 초기에 보험료율 인상을 검토하다가 저항이 예상되자 발을 빼 소중한 골든타임 5년을 허비했다. 윤 당선인은 인수위를 통해 최대한 구체적인 개혁 청사진과 시간표를 만들고, 새 정부가 출범하면 곧바로 국민 설득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인수위의 최우선 과제로 부각되고 이와 관련한 신·구 정권 간 갈등이 첨예화하면서 연금 개혁은 후순위로 밀려나 거론조차 안 되고 있다. 윤 당선인 말대로 연금 개혁은 정권 초기에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반발이 거세지고 민심을 의식하다 보면 정치적 추진동력이 약해져 흐지부지될 수 있다.
인수위 단계부터 서둘러야 한다. 적자를 국고로 보전하는 것도 결국 국민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적어도 공적연금 통합,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 등에 관한 기본 원칙은 인수위가 제시해야 한다. 더 나아가 추진 일정을 정해 공표하고 담당 조직 구성에도 착수해야 한다.
정교하고 현실적인 물가대책을
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다. 지수 자체만 놓고 보면 9년 5개월 만에 최고치다. 대(對)러시아 경제제재로 국제유가와 니켈 구리 등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광산품, 석유제품 등이 많이 오른 탓이다.
4%대 물가상승이 현실화하면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고물가)이 덮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가뜩이나 소득은 늘지 않는데 물가가 치솟으면서 서민들의 고통은 더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말로는 물가 안정을 위해 총력전을 펼친다고 하지만 기껏해야 유류세 인하에 그치고 있다.
서민과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될 물가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주먹구구식 대책이 오히려 화(禍)를 키우고 있다. 정교하고 현실적인 대책을 서둘러 내놓아 민생을 챙겨야 할 것이다.
시장현실 반영 부동산 정책 긴요
또다른 중대 민생 현안은 역시 부동산이다. 문재인 정부의 주택 정책 실패로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결과 국민 모두가 고통을 당했다. 집을 갖지 않은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벼락 거지'가 됐고, 집을 소유한 사람들은 세금 폭탄을 맞았다. 문 정부 출범 전 해인 2016년 3조9천392억 원이던 보유세가 2021년엔 10조8천756억 원으로 7조 원 가까이 폭증했다. 우리나라 보유세는 총조세 대비는 물론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보다 높은 실정이다.
꼼꼼히 따져 보면 정부 대책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보유세가 올해 늘어나지 않을 뿐이지 여전히 폭탄 수준이기 때문이다. 작년에 이미 공시가격이 20% 가까이 오른 까닭에 작년 기준으로 하더라도 올해 보유세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또한 정부의 조치는 1년짜리 한시적 조치여서 내년에 2년치 공시가격 상승분이 한꺼번에 반영될 경우 더 큰 세금 폭탄이 터질 우려도 나온다.
집값 폭등과 보유세 폭탄을 초래한 문 정부는 임기 말에 선심 쓰듯 보유세 동결로 생색을 냈다. 지방선거를 겨냥한 꼼수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보유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한다"고 공약한 바 있다. 윤 정부는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시장 현실을 반영한 합리적 정책을 내놓기 바란다.
지금 경제 비상과 코로나 폭증은 우리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급한 민생을 챙기고 국민 생명을 지키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어디 있나. 그런데도 신·구 정권은 대통령 집무실 자리와 인사 등을 놓고 정쟁만 벌이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원만한 인수인계에 협조할 뜻이 없음이 분명하다. 어차피 이제 곧 모든 국정 책임은 윤석열 정부 몫이다. 윤 당선인에겐 문 대통령과 다툴 시간도 이유도 없다. 당선인과 인수위의 초점이 민생과 위기 대응으로 옮겨져야 한다.
③ 안보
국가 안보의 사상적 이데올로기는 정치 경제 사회 등 국정 운영의 건강성을 가름한다. 그 만큼 중요하다. 윤석열 시대, 변화는 뚜렷하고 현안은 긴박하다. 文 정권이 온통 휘저어 놓은 안보 토양 위에서 완전한 시험대에 다시 올랐다. 어떤 결말로 치닫게 될 것인가.
정권교체 시기를 틈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수순에 돌입했다. 최근 ICBM급 장거리 탄도미사일 한 발을 발사했다. 우리의 정권 전환기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어수선한 시기에 허를 찌른 도발이다.
2017년 11월 '화성-15형' ICBM을 시험 발사한 지 4년 4개월 만으로, 미북 관계의 안전핀으로 여겨지던 2018년 핵실험·ICBM 발사 유예, 즉 모라토리엄을 사실상 파기했다.
북한의 ICBM 발사는 명백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규탄한 것은 당연하다. 미국은 미사일 발사 1시간 만에 북한과 러시아의 미사일 관련 기관과 인사들을 제재 명단에 추가했다. 한반도의 안보 지형이 2017년 위기 상황으로 돌아갔다.
앞으로 미국이 대북 제재에 나서면 북한은 핵실험을 재개할 공산이 크다. 현실에 빨리 눈을 떠야 한다. 북한은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 도발에 대처하는 것은 향후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윤석열 당선인 앞에 놓인 엄중한 과제다. 윤 당선인은 이미 북한의 도발에 대해 선제 타격 가능성까지 거론한 바 있다.
열쇠는 한미일 공조
보폭을 맞춰야 한다. 지금의 상황에서 우리가 쥘 수 있는 단 하나의 열쇠가 있다면 한미일 공조다.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이 지난달 27일과 지난 5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분석한 결과, 신형 ICBM의 ‘최대 사거리 발사’를 앞둔 성능 시험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고 밝혔다. 한·미가 정보판단을 공개한 것은 드문 일로 그만큼 한반도 정세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 북한이 ICBM 성능 시험을 한 데 이어 한·미 양국의 발표에 맞춰 김 위원장 행보까지 공개한 것은 조만간 ICBM 발사를 본격적으로 강행하겠다는 뜻이다.
또 북한이 2018년 폭파했다고 주장한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 주변에 최근 건물이 새로 들어서는 등 핵실험 준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게다가 북한이 김일성 생일 110주년(4월 15일·태양절)에 역대 최대 규모의 열병식을 열어 신형 ICBM을 선보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文 정부 대북정책 파산 상징
북한이 시험 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화성-17’은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일 열병식 때 처음 선보였는데 다탄두 탑재가 가능하고 최대 사거리가 1만3000~1만5000㎞에 달한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일종의 ‘레드라인’으로 삼아온 북한의 모라토리엄 폐기가 현실화 됐다고 판단하고 추가제재를 예고했다.
북한의 의도는 뻔하다. 남한의 정권 교체기를 맞아 한반도의 긴장감을 고조시켜 미국과의 협상력을 높이려는 것이다.
북한이 새 정부 출범 전후에 도발할 것이라는 점은 예상 가능했다. 북한은 2012년 대선 일주일 전에 ‘위성 발사’라며 장거리 로켓을 쏘더니 박근혜 대통령 취임 직전에 3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에는 6차 핵실험을 했다. 전문가들은 김일성 주석 생일(4월 15일)이나 새 정부 취임을 맞아 ICBM을 발사하거나 핵실험을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미 양국이 파악한 신형 ICBM은 최대 사거리가 1만5000㎞에 달해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닥친 첫 안보 시험대다.
윤석열 후보 당선 직후 김정은이 ICBM 카드를 꺼낸 것은,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의 파산을 상징한다. 지난 5년간 북한의 가짜 비핵화 쇼에 현혹돼 끌려다니는 바람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더 커진 반면, 한미동맹의 균열은 심각해졌다. 중국의 한반도 입김을 키우는 우를 범했다.
도발에는 어떤 보상도 없을 것이고 레드라인을 넘으면 파멸을 재촉하는 초강도 제재가 뒤따를 것임을 북한은 유념해야 한다. 핵보유국의 헛된 꿈을 포기하고 대화와 협상의 마당으로 나오는 것만이 살 길이다.
한미동맹, 안보지형 굳건히 해야
핵실험과 ICBM 카드를 흔드는 북한의 도발을 막을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한미 동맹을 굳건히 하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 확정 후 5시간 만에 이례적으로 일찍 통화를 한 것은 북한의 위협 상황에서 동맹 공조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다. 미 국무부는 “윤 당선인과 협력의 최우선 순위는 북핵과 탄도미사일 위협”이라는 입장을 냈고, 재무부는 ICBM 관련 대북 제재 발표를 예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 대한 위협”이라며 윤 당선인에게 취임 이후 백악관을 방문해줄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5월 대통령으로 취임한 직후 바이든 대통령과 조속히 만나 한미 동맹을 복원하고 북한의 도발을 저지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그래야 올해 들어 아홉 차례의 미사일 발사 도발도 모자라 ICBM 카드까지 꺼내 한반도 주변 지역의 안보 지형을 뒤흔들려는 북한의 망동을 막아낼 수 있다.
비핵화 압박 위한 4강 중심 전환을
이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안보 리더십을 발휘해 대북정책기조를 바로잡아야 할 때다. 미 국무부는 “윤 당선인과 협력의 최우선 순위는 북핵과 탄도미사일 위협”이라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한·미·일 3국이 한반도 사안 관련 공조를 더욱 강화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이번 위기를 계기 삼아 한·미동맹을 정상화하고 한·미·일 안보 공조도 다지기 바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최근 북한 동향과 우크라이나 사태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다. 윤 당선인이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말을 아끼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윤 당선인은 ‘힘을 통한 평화’라는 대북 원칙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북이 도발로 얻을 건 없을 것이다. 한·미 당국이 이번에 이례적으로 북한의 의도를 신속히 분석해 발표한 것은 북한에 대한 사전 경고성 메시지다.
윤석열 정부의 대외정책은 문재인 정부와 크게 다를 것이다. 사실 문 정부는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에 매몰돼 주변 4강 외교를 비롯한 모든 대외정책을 여기에 종속시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며 레드라인(금지선)을 넘는 도발까지 준비하는 상황이다. 상호주의를 내건 원칙적 접근법을 강조해온 새 정부의 외교는 비핵화 압박을 위한 4강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전환될 수밖에 없다.
윤 당선인은 문 정부가 친북(親北) 친중(親中)에 치우쳐 한미동맹이 무너졌다고 비판해왔다. 그런 만큼 외교의 우선순위도 한미 동맹과 한미일 공조 강화로 나타날 것이다.
신냉전 시대의 북한 동향 위험
미중 전략경쟁이 격화되고 러시아가 전쟁을 벌이면서 세계는 단절과 분열의 신냉전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치열하게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다 서방과 러시아의 대립까지 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러시아 제재에 나섰다. 이는 다시 미국·유럽 등과 러시아·중국 간 진영 대립으로 나타나고 있다.
거기에 북한까지 준동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가우주개발국을 찾아 “5개년 계획 기간 내에 다량의 군사 정찰위성을 배치하겠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북한이 2017년 11월 이후 중단했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재개할 것임을 대놓고 밝힌 것이나 다름없다. 정찰위성을 띄우려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게 되는데 이는 ICBM과 기술적으로 사실상 동일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조선반도와 주변 지역에서 감행되는 미 제국주의 침략 군대와 그 추종 세력들의 반공화국 적대적 군사 행동을 철저히 감시하겠다”고 주장하면서 강한 적의를 드러냈다. 북한 최고 권력자가 한국 대선 다음날 의도적으로 무력 강화를 천명하고 투지를 불태운 속내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위태로운 한반도, 통일한국 철저 대비를
우리는 이런 국제질서 혼돈기에 할 말을 하는 당당한 외교와 함께 국익을 위한 지혜로운 외교도 겸비해야 한다. 힘이 지배하는 세계 질서를 냉정하게 되돌아보고 대한민국의 안보를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한다.
한반도에서 평화의 길은 여전히 멀다.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부딪치는 곳이 한반도였다. 이는 역사가 증명하고 있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어난 우크라이나 사태가 예고하는 국제 정치적 틀의 변화를 한반도는 피해 갈 수 없다.
힘을 기르지 않으면 평화가 유지될 수 없다. 힘의 논리가 작용하는 세계 질서 속에 자국이기주의로 각종 협정이 휴지 조각이 됐던 예는 허다하다. 1938년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가 맺은 뮌헨협정이 단적이 예다. 그 협정은 제2차 세계대전을 막지 못했다. 이듬해 체결된 독소불가침조약도 나치 독일의 소련 침공으로 허사가 되고 말았다.
우리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70여년 전 6·25전쟁으로 유례가 드문 사상자를 내고도 아직도 ‘휴전' 상태에 있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미국의 기류는 대북정책을 둘러싼 동맹 갈등을 청산하고 윤석열 시대 동맹을 발전시키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런 위기를 한·미·일 안보 공조 강화 계기는 물론, 한미동맹을 정상화하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로마의 전략가 베게티우스는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는 명언을 남겼다. 지금 대한민국의 안보 상황은 위태롭다. 우리가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철저하게 대비해야만 자유와 평화를 지키고 나아가 통일 한국을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다.
이병도 주필
출처 : 시사오늘(시사ON)(http://www.sisaon.co.kr)
이병도는…
부산고·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정치부 기자로 출발한 후, 연합뉴스 정치·경제·외신부 기자·차장, YTN 차장, 평화방송(PBC) 정경부장, 가톨릭 출판사 편집주간을 지냈다. 연합뉴스 재직 중에는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으로 일했고, '홍콩 유령바이어 사기사건' 보도로 특종상을 수상했다. 일본 FOREIGN PRESS CENTER 초청으로 자민당을 연구하였고, 남북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하였다. 저서로는 <6공해제(解題)>, , <최후의 승자>, <영원한 승부사>, <대한민국 60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