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동·회현 거리를 지나가다 보면 현대적인 건물 사이에 자리한 르네상스 양식의 석조 건물이 눈에 띈다. 1907년 일본 제일은행이 사용하기 위해 공사를 시작했었고, 1912년 건물이 완공된 뒤에는 조선은행 본점 건물로 이용되었다가 1950년 6월 12일 한국은행이 대한민국의 중앙은행으로 창립되면서 한국은행 본점 건물이 되었다.
한국전쟁 때 내부가 파괴되었지만 1958년 복구되었지만 원형과 다르게 복구되었다. 1981년에는 국가중요문화재 사적 제280호로 지정되었고, 1987년에는 해당 건물 뒤편에 한국은행 신관(현 본관)이 준공되면서 원형복원 공사에 착수했다. 1989년 완공되었고 이후 2001년 6월 12일 한국은행 창립 50주년을 기념하여 현재의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이 개관했다.
입장료는 무료인 만큼 평소 화폐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었다면 부담 없이 방문해보자. 평일에는 예약 없이도 방문할 수 있었다.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의 상설전시장은 총 2층과 13개의 전시실로 구성되어 있다. 1층에서는 우리의 중앙은행, 화폐의 일생, 돈과 나라, 화폐광장, 상평통보 갤러리를 만나볼 수 있다. MF에서는 옛 총재실, 화폐박물관 건축실, 옛금융통화위원회 회의실을 재현해 놓았으며 2층에는 모형금고, 한은갤러리, 세계의 화폐실, 체험학습실, 기획전시실이 있다.
전시 규모가 큰 만큼 다 둘러보려면 시간이 꽤 걸린다. 아이와 함께 방문했다면 모든 걸 다 보려고 하기보다는 테마를 미리 정하고 해당 전시실 위주로 둘러보는 걸 추천한다. 그리고 사용하고 있는 휴대폰 기종에 따라 애플 앱스토어 또는 구글 플레이에서 BOK 화폐박물관을 검색하면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전시안내 앱을 무료로 다운로드 할 수 있다.
1층 1. 우리의 중앙은행 About the Bank of Korea
처음 만나게 되는 전시실로 중앙은행의 탄생과 한국은행이 하는 일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
중앙은행은 화폐의 변천과정에서 탄생했다고 볼 수 있다. 2천 년이 넘는 기간 동안 금이나 은으로 만든 금속 화폐가 사용되었고,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는 금속 화폐 대신 어음을 발행하고 예탁증서를 받아 돈 대신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어음과 예탁증서를 많이 취급하게 되면서 은행을 세워 경영하게 되었고 점차 지폐로 전환되었다.
경제 전반에 큰 혼란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지폐를 발행할 수 있는 은행의 자격을 제한할 필요가 생겼고, 왕이나 정부에 대출하고 세금을 관리해주며 지폐를 독점적으로 발행할 수 있는 특별히 허가된 상업은행이 설립되었다.
19세기 정부의 은행으로 설립된 초기 중앙은행은 상업은행의 기능을 줄이는 대신 다른 은행들로부터 여유자금을 예탁받고 지폐를 독점적으로 발행할 수 있는 권한을 토대로 다른 은행들에 부족한 자금을 대출해주는 기능을 수행하면서 현대의 중앙은행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최초의 한국은행권 천원권, 백원권.
한국은행법에서 정한 한국은행이 하는 일은 다음과 같다. 물가안정을 목적으로 설립되었으며, 화폐를 발행하고, 통화신용정책을 수립·집행하며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도모한다. 은행의 은행과 정부의 은행 역할을 수행하고 지급결제제도를 운영·감시한다. 외환정책을 수행하고 외환보유액을 관리하며 경제에 관해 조사·연구하고 통계를 작성한다.
1층 2. 화폐의 일생 Life of Currency
우리의 중앙은행에서 화폐의 일생 전시실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곳에서는 화폐의 제조·순환과정, 위·변조 화폐의 식별법 등을 살펴볼 수 있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화폐를 발행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다. 새로운 화폐를 발행할 경우 여론을 기초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한국은행법에 따라 정부의 승인을 거쳐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발행내용을 의결한다. 한국은행은 해당 발행내용을 바탕으로 그해에 필요한 화폐량을 예측해서 한국조폐공사에 제조를 의뢰한다. 한국조폐공사에서 제조한 화폐는 한국은행에 납품되어 보관, 발행, 환수, 정사, 폐기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을 화폐의 순환이라고 한다.
지폐에는 여러 가지 위조방지장치가 들어있다. 빛에 비추어 보면 은행권의 인물 초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한국은행, Bank of Korea 은행권의 액면 숫자가 보인다. 오만원권은 5, 나머지 은행권은 액면 숫자가 보이며 원 속의 무늬를 보면 앞면과 뒷면의 이미지가 합쳐서 태극무늬가 완성된다.
그리고 비스듬히 기울여 보면 감추어져 있던 숫자 또는 문자가 나타나며 특히 오만원권을 좌우(상하)로 기울이면 입체형 부분 노출은선에 있는 태극무늬가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특수잉크를 사용하면 인쇄한 액면 숫자가 보는 각도에 따라 색이 다르게 보인다.
화폐의 일생과 돈과 나라 전시실 사이에 한국은행 포토존이 있다.
1층 3. 돈과 나라 Money & the National Economy
한국은행 포토존을 지나면 돈과 나라 전시실로 이어진다. 이곳은 경제통화정책을 비롯하여 우리경제 전반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화폐를 발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중앙은행이 다양한 정책수단을 활용해 통화량이나 금리가 적정한 수준에 머물도록 하는 정책이다. 가계나 기업의 경제활동,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최우선의 목표는 물가안정이다.
자료 안내실에는 유아용 도서, 어린이 과학, 어린이 경제 책이 비치되어 있어 열람할 수 있다.
1층 4. 화폐광장 Currency Gallery
우리나라·중국·일본의 시대별 화폐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진귀한 화폐가 전시되어 있다. 크게 우리나라의 화폐와 세계의 화폐로 나누어져 있다.
우리나라의 화폐를 고대부터 고려시대, 조선시대, 개항기, 대한제국, 1950년 한국은행을 거쳐 1960년, 1980년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대순으로 만나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현용화폐는 은행권 4종 오만원권, 만원권, 오천원권, 천원권 주화 6종 오백원화, 백원화, 오십원화, 십원화, 오원화, 일원화이다.
소은병(小銀甁). 숙종 6년(1101) 고액 거래를 위해 은병이 발행되었다가 가치 하락으로 인해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충혜왕 원년(1331)에는 이보다 작은 소은병이 발행되었지만, 구리 함유량이 점점 높아지면서 사실상 동(銅)병에 가깝게 되었다. 소은병 사용 말기에 나타난 동병일 것으로 추정되는 전시품을 만날 수 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기념 2000원권. 우리나라 최초의 기념은행권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서명이 있다. 앞면에는 스피드 스케이팅, 뒷면에는 김홍도의 송하맹호도를 소재로 사용했다.
물품화폐의 등장부터 동양 화폐의 발생과 전파, 중국의 고화폐, 일본의 고화폐, 아프리카와 오세아니아의 고화폐, 세계의 기념화폐등을 소개하고 있다.
중국의 별전. 한(漢)대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노장(老莊)철학을 주제로 한 내용이 많다.
만연대판. 일본 막부에서 가신에게 상을 내리거나 조정에 증정하는 용도 등으로 특별히 주조한 화폐를 대판이라고 한다. 하지만 19세기에 발행된 만연대판은 이전과 달리 화폐로 유통되었다. 해당 만연대판은 1861년에서 1862년 사이에 발행된 것이다.
1층 5. 상평통보 갤러리 Sangpyeongtongbo Gallery
1678년(숙종 4년)에 발행되어 고종 때 근대 화폐가 발행되기 전까지 200여 년간 전국에서 사용되었던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법화 상평통보(常平通寶)와 관련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상평(常平)은 상시평준(常時平準)의 준말로 유통가치에 항상 등가(等價)를 유지, 물가 안정의 의미를 담고 있다. 현재 중앙은행의 주요 역할과 같다.
열쇠패. 조선 후기 여러 개의 별전(상평통보를 주조할 때 사용되는 재료의 품질, 무게 등을 시험하기 위해 만든 시주화이다. 특별한 행사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을 엮어 열쇠패 모양으로 만든 것으로 별전패(別錢牌) 또는 개금패(開金牌)라고도 한다. 우리나라만의 독특하고 희귀한 별전으로 양가의 규수가 시집을 갈 때 친정어머니가 딸의 혼수 상자에 넣어주었다. 가구에 장식용으로 걸어두고 집안에 오복이 들어오길 기원했다.
* 해당 기사는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이야기 Ⅱ로 이어집니다.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이야기 Ⅱ - 화폐 그리고 우크라이나 보러 가기
<해당 기사는 2022년 7월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