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이가 돋아날 때
입 안 구석진 자리
볼록하게 도드라졌다
점
점
아파오고
부풀어 오르고
결국 잇몸을 터트리고 말았다
씨앗도 새싹을 틔우고
흙을 밀어낼 때
나처럼 아팠겠지
입안에서 하얗게 나오는
새싹이
삐죽 웃는다
# 이불 속에서 / 고향심
할머니, 동생, 나
셋이서 나란히 누웠다
노랑 꽃이불 속에
팔이 여섯
다리도 여섯
동생 장난기에
발가락 서른 개가 꼼질댄다
킥킥킥 발바닥이 웃으며
이불이 춤춘다
# 웃는 눈사람 / 고향심
하얀 눈 소복이 쌓인 날
동생과 눈사람을 만들었다
나를 닮고 동생 닮은
나란히 눈사람 둘
까만 왕포도로 순한 눈을 만들고
빨간 딸기는 동그랗고 예쁜 코
노란 바나나 길게 웃는 입
나뭇가지로 팔을 만들고
동생 모자 내 모자
눈사람에게 빌려 주었다
햐!
아무리 봐도 근사하고 멋진 눈사람
카메라에 담아둘까
하나 둘 셋, 찰칵!
눈을 깜박이지 않아
단번에 찍을 수 있어서 좋아!
사진 속에서 '김치'하고 웃고 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