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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겨울 / 파영
<1>
기차가 K시에 도착했다
K시는 바람이 불고 눈발이 흩날리고 있었다
특히 항구를 끼고 있는 K시는 바람도 세차게 불어왔다
장우는 기차역 대합실을 빠져나와 택시를 타고 부두로 향했다
연락선을 타고 강을 건너 내교리 고향에 가기위해서였다.
어머님이 임종하셨다는 누님의 부고를 전해 듣고 서울에서 불야 불야 야간열차를 타고 이곳 k시 까지 내려왔지만 날씨가 심상치 않다
선착장에 도착해서 택시에서 내렸다 강바람이 너무 세차게 불어 걷기조차 어려웠다
엄청난 바다 바림이 불어와 하마터면 모자가 벗겨질 뻔해서 모자를 잡고 대합실로 들어섰다
대합실은 이미 사람들로 발 디딜틈이 없이 꽉찮다
장우는 모자를 벋고 툭툭 털고 견장에 묻은 물방울도 털었다
대합실 창가쪽으로 가서 집채만한 파도가 밀려와 해안가에 부딫쳐 무섭게 튕겨 올라가는 파편들을 바라보면서 오늘은 배가 운행을 안할려나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 오늘도 배가 운행하기는 틀린 것 같다 야 나가자 >청년 3명이 담배를 꼬나물고 두털거리며 문 열고 나갔다
표를 파는 개찰구 창문에는 빨간 색으로 <오늘 배 운항 금지> 란 글자가 적혀 있었다
장우가 서울역에서 부터 내내 걱정했던 대로 태풍이 부는 모양이었다 걱정이었다
오늘 장레식이 있다 했는데 ....어찌 한담. 난감하여 근심이 되는데
< 장교님? 어때요 오늘 날씨> 옆에 있던 여자가 눈은 창문을 바라보며 물었다
장우는 누구한테 묻는 것인지 두리번거렸다
< 대위님 오늘 운항은 못할 것 같지요? >이제는 정면으로 장우를 쳐다보며 물었다
아까부터 옆에 서 있었던 갈색코트를 입은 눈이 예쁜 여자였다
장우는 아무 말 없이 여자를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장우는 해군 장교복을 벗고 올 것인데 괜히 입고 왔나 싶었다.
< 장교님 아니 대위님 이러지 말고 우리 저 앞 다방으로 가죠 여긴 춥내요>
우리는 덜컹거리는 창문 틈으로 바람이 들어오는 대합실을 떠나 다방에 들어갔다
진한 커피냄새가 번져왔고 마리아 에레나 음악이 잔잔하게 흐르는 다방에서 마주보고 앉았다
바깥에는 여전히 바람소리인지 파도가 우는 소린인지 윙윙 거리고 있었다.
장우는 검은 가죽장갑을 벗고 커피를 두손으로 감싸고 물었다
< 내가 대위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죠?>
장우는 여자가 군인 계급은 잘 모르는데 아는 것이 신통해서 물었다
여자는 웃으며 장호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 저는 잘 알아요. 우리 오빠가 해군 대위였거든요>
< 아 그랬군요..근데 혹시 오빠가...> 장우는 놀란 마음 감추고 오빠 이름을 물어보려다가 그만 두었다 해군 장교라면 알수 있는데...
그녀는 탁자 밑에 엎드려 아래로 내려간 검은 스타킹을 올리며 말했다
< 우리 인사해요 저는 김민효 에요 >
< 장우라고 합니다> 민효라는 아가씨 는 20살쯤 될 듯 말듯 어려 보였다
< 오늘 중으로 배가 운행 할려나요? >장우는 어리석은 질문이지만 할 말이 없어서 물었다
< 글세요 할 수도 안 할수 도 있어요 . 그전에는 못간다고 글자를 써붙여 놨어도 바람이 자지면 바로 출항을 하곤 했어요 어제는 배가 못다녔나봐요>
< 출항도 할수 있겠네요.>장우는 커피를 마시면서 다시 물었다
< 네.어쩌면.. 그런데 어디가세요? 꼭 오늘 가야하는가 보죠? > 그녀가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예. 실은 어머님 장례식에 가야합니다> 장우는 물을 들이켰다
그녀는 약간 놀란 듯 토끼 눈을 하더니
< 장례식요? 거기가 어딘데요? >
<배타고 건너가서 다시 버스타고 1시간 가야하는 먼 시골 길입니다 혹시 내교리 라고 아십니까? >
< 내교리? 아 그 마늘 생산지로 유명한 내교리에요? > 그녀가 아는 듯 했다 장우가 시계를 보았다 오후 1시를 가르키고 있다
이때 마담이 카운터에서 나와 홀안에다 큰소리로 말했다
< 손님 중에 배타는 손님은 지금 나가셔야 되겠네요 배가 곧 떠난답니다>
<2. >
우리가 밖에 나왔을 때 바닷바람은 미친 듯이 불어오고 손님들이 뜰다리를 건너 배를 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 자 빨리 갑시다 > 장우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팔를 잡고 빠른 걸음으로 배를 타러 갔다.
장우는 서울에서 급히 내려오느라고 가방이고 뭐고 빈손으로 왔기 때문에 당연히 민효 의 빨간색 트렁크를 들고 민효를 데리고 뜰다리를 향해 걸었다
밧줄에 매어놓은 배는 파도에 밀려 심하게 출렁거려 마스트가 올랐다 내렸다 했다.
자리에 앉은 장우는 배가 좌우로 심하게 흔들리며 커다란 파도가 배의 앞쪽을 부칠 때 마다 바닷물이 갑판위로 쏟아져 넘쳐 흐르는 것을 보며 웬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장우를 비롯하여 배에 탄 손님들은 모두 불안한 기색이 역력 했고 서있는 사람들은 중심 잡으려고 애를 쓰고 있엇다 .
드디어 매어 놓은 밧줄을 풀고 배가 출항했다
심하게 요동치며 앞으로 나가는데 너무 힘이 드는 것 같았다.
장우는 해군신분으로 숱하게 배를 탔지만 조그만 연락선이 심하게 흔들리자 배를 탄 것이 후회가 되었다 이런 날씨는 출항을 안해야 되는데...
장우는 그녀를 일으켜 데리고 중간에 있는 장롱에 구명구가 쌓여 있는 곳으로 가까이 가려 했으나 중간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도저히 가까이 갈 수는 없고 겨우 기둥 있는 곳까지 왔다
배는 조금씩 앞으로 전전 하는 것 같은데 아까보다 더 심하게 좌우로 요동치자 급기야 사람들도 좌우로 우르르 힙쓸리기 시작 했다
그녀는 장우의 팔을 두손으로 꼭잡고 버티고 있었다
이때 누군가 구명구가 쌓여 있는 구명장 문이 열리자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들러 서로 구명구를 차지하려다가 배가 요동치자 한쪽으로 우르르 밀려났다
< 민효씨 내 말 잘 들어요 우리 구명구를 입어야 해요 근데 사람들이 너무 몰려있어서 내가 가서 가지고 올테니 여기 기둥을 꼭 잡고 있어요 >
민효는 사람들이 이미 기둥을 붙잡고 안간 힘을 쓰고 있는 기둥에 가서 사람들을 비집고 두손으로 꼭잡고 있었다
잠시후 장우는 겨우 구명구 한 개를 가지고 와서 민효한테 입혔다. 민효는 구명구를 입으면서 물었다
< 그런데 장우씨는 왜 안입어요? >묻는 말에 대답도 않고 장우는 선창 밖으로 쏟아지는 파도의 물보라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다가 민호의 턱을 가볍게 잡고 귀에다 대고 조용히 말했다.
< 내가 이 자리로 안 돌아오면 혹시 배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면 반대쪽 창문이나 출입문 있는 곳으로 있는 힘을 다해서 가야 해요 다른 사람들도 그쪽으로 빠져 나갈 거에요 창문이나 출입문이나 무조건 나가서 바다에 빠지면 물에 뜨니까 살수있어요. 알았지요> 민효는 장우를 올려다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녀의 눈에는 이미 눈물이 고였다
장우는 팔을 꽉 붙잡고 있는 민효의 쬐그만 손을 가만히 풀어 놓고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사람들을 헤치며 귀우뚱 거리며 갔다
<3>
겨우 겨우 사람들을 헤치며 2층으로 올라갔다
2층 선장실은 배의 흔들림이 더욱 심했다
장우는 열린 문으로 들어서니 선장이 있었다. 입은 굳게 다물고 눈은 앞 만 보고 운전대를 꽉 잡고 있었다
방바닥엔 소주병이 나뒹굴고 선장은 서서 운전대를 꼭 잡고 앞을 응시 한채 배를 운전하는데 안간힘을 쏟고 있어서 장우가 옆에 왔는데도 쳐다보지도 않았다
<안녕하세요 > 장우가 인사를 하니 그제서야 옆을 돌아보다가 다시 아무 말 없이 앞만 바라보고 있다
앞쪽 창문은 파도치는 물방울이 창문까지 쏟아져 내려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선장은 이미 소주 2병이나 마셨고 눈은 빨갛게 핏발이 서있었다 술냄새가 진동 했다 장우는 운전대 옆에 있는 GPS판을 살펴보다가 감짝 놀랐다
선장은 목표지점까지 빨리 가려고 지름길로 가고 있었다
이런 때는 정상적인 항로로 가면 안된다 그 길은 풍랑이 너무세고 파도가 높아서 그길은 피해야 된다.
그런데 하물며 빨리 가려고 지름길을 택한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 없었다
그리고 배가 좌우로 너무 심하게 요동치는 것을 보니 선장이 경험 부족한 것 같았다
그런 예측을 하고 2층에 올라왔는데 역시 선장은 운전을 잘 못하고 있었다
<4>
<선장님! 운전을 어떻게 하는 거에요? > 장우는 옆에 바짝 붙어서 큰소리로 소리쳤다
< 지름길로 가면 안되요 위험한 길이예요. 그냥 파도를 정면으로 맞으며 앞으로 가야 합니다>
아무리 큰소리 말해도 선장은 입을 굳게 다물고 그대로 운전대만 붙잡고 있다.
선장의 얼굴은 땀이 비오듯 쏟아지고 목주변이 술기운으로 빨갛다
< 선장님?. 나는 해군 장교에요 배를 운전 한 경험이 있어요. 선장님이 운전하는 방식은 틀렸어요 내가 운전대를 잡아보겠습니다. > 단숨에 말하고 선장을 밀쳤더니 의외로 힘없이 옆으로 쓸어졌다
선장은 방바닥으로 쓸어졌다가 엉금엉금 기어가더니 찬장에서 소주 한병을 꺼내 입에 물고 바닥에 주저 앉았다
장우는 운전대를 지금가고 있는 방향보다 12시방향으로 꺾어 파도와 정면으로 맞섰다
배는 아까보다 죄우로 덜 움직이고 그대신 파도를 타고 높이 올랐다가 밑으로 곤두 박질 하는 듯 아슬아슬하게 운항하고 있었다 . 마치 망망 대해에 한개의 나뭇잎이 넘실대는 듯 보였다
< 곧장 앞으로 가야되 . 아무리 큰 파도라도 정면으로 부딫치면 그게 안전해> 장우의 얼굴은 비장한채 굳어 있었고 땀이 흘러 내렸다
12시 방향으로 배의 방향을 돌리려 해도 너무 힘이 들어 잘 안돌아간다
그래도 있는 힘을 다해서 오른쪽으로 돌렸다 겨우 돌렷어도 조금씩 오른쪽으로 밀린다
윗옷 단추 세개를 풀어 헤치고 앞을 쳐다보니 집채만한 파도가 선장실 창문 까지 부딫쳐 물을 쏟아놓는다
도무지 앞이 잘 보이지 않아서 앞쪽 옆에 있는 GPS 화면을 보며 그대로 앞으로 나갔다
앞으로 가는 것 같아도 조금씩 왼쪽으로 밀려서 자칫 잘못하면 배의 옆구리에 커다란 파도가 때리면 잘못하면 배가 뒤집힌다
장우는 필사적으로 오른쪽으로 방향타를 돌리고 왼쪽으로 밀리지 않도록 힘을 주었다
선장은 여전히 술병을 입에 대고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장우는 그렇게 30여분 안간힘을 쏟다보니 옆 창문으로 희미하게 선착장이 보였다
그렇지만 방향을 오른쪽으로 틀어 선착장으로 곧장 배를 돌릴 수 가 없었다
돌릴 때 옆으로 큰 파도를 맞으면 자칫 잘못하면 배가 뒤짚힌다
장우는 그대로 목표지점을 훨씬 지나쳐 한참이나 더 가다가 천천히 멀리 원을 그리면서 방향을 돌렸다. 이제 선착장을 바라보면서 가기만 하면 되었다 이제 배의 뒤쪽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속력를 줄이고 천천히 목표지점으로 갔다
장우는 깊은 한숨을 쉬며 이마의 땀을 훔쳤다
힐끈 선장을 쳐다보니 여전히 발을 쭉 뻗고 앉아서 술병을 입에 물고 있었다 무사히 접안에 성공 하고 선원이 밧줄을 육지에 던지는 것이 눈에 들어오자 장우는 비로서 선장 옆에 앉았다 장우는 선장이 물고 있는 술병을 뺏아 조금 남아있는 소주를 마셨다
그리고 모자를 쓰고 선장을 부축해서 계단으로 내려갔다
< 5 >
선실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가 선장을 보더니 박수를 치고 부라보를 외쳤다
<선장이 최고다. 운전 아주 잘했어요. 선장님 고맙습니다. 휴 백년 감수 했다. 선장이 우리목숨 살린거야> 선장한테 몰려들고 칭찬하느라 아우성이었다
장우는 그제서야 민효가 생각났다 민효가 내렸나? 두리번거리고 찾고 있는데 앞쪽 의자에 앉아있는 민효를 발견하고 가까이 다가갔다
민효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장우의 손이 어깨에 닿자 깜작 놀란 듯이 쳐다보더니 벌떡 일어나 장우의 품에 안겼다
< 어디 갔다 왔어요? 난 무서워 혼났는데..> 눈물로 얼룩진 채로 울먹였다
< 자 갑시다 미안해요 > 장우는 어깨를 감싸 안듯이 민효를 데리고 배에서 내려 대합실 쪽으로 걸어갔다. 강바람이 민효의 머리카락을 마구 헤집고 있었다
배는 여전히 파도를 타며 요동을 치고 대합실 바깥까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대합실을 빠져나온 둘은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3시가 넘고 있었고 점심을 안먹었다 < 우리 뭐라도 먹을 까 ? 점심 굶었잖아> 민효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판에 무슨 점심이야 하는 듯 했다 죽을고비를 넘겼는데 밥이 넘어 갈일이 없을 것 같았다
걷다가 장우는 상점에 들렸다. 뒤따라 민효가 들어왔다
< 뭐라도 먹어요 빵이든지> 민효는 과자 한봉지를 집고 장우는 소주 한병을 집었다 대합실은 한산 했다 10여분후에 버스가 출발한다고 했다
어디 다방이라도 갈까 하다가 그냥 의자에 앉았다
장우는 민효를 앉히고 마주보고 서서 소주를 꺼냈다 < 아니 안주도 없는데 막소주 먹어요? > 솔직히 지금도 다리가 후들거렸다
장우는 아직도 배를 타고 흔들리는 것 같아서 술을 먹고 싶엇다
민효가 펼쳐 논 과지 한 개를 안주삼아 단숨에 소주 반병을 먹고 마개를 닫아 민효 가방에 넣었다
민효는 장우가 술을 단숨에 먹는 것을 보고 뭐라고 한마디 할려다가 그냥 오물오물 과자만 먹고 있었다 민효 앞은 장우가 서서 가렸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의식 안하고 과자를 잘 먹고있엇다
< 6 >
버스를 타고 1시간 넘게 걸려서 내교리에서 내렸다
이제 바람은 좀 잔 것 같지만 눈발이 거세게 몰아쳤다
장우는 인적이 없는 마을로 들어서서 누님댁으로 갔다
파란색 대문이 있는 누님댁 마당에 들어섰다. 마침 누님이 부엌쪽에서 나오다가 장우를 보더니 반갑게 맞아주었다.
선채로 민효도 인사시키고 방안으로 들어가서 그간의 일을 누님께 말해주었다
< 그런데 매형은 오늘 출상 하고 읍네에서 술한잔 한다고 갔다지만 경숙이는 어디갔나요? >
경숙이는 누님 장녀로서 사춘 동생이다
< 응 경숙이 대전 갔어 이모댁에 >
< 아 그래요 > 장우도 경숙이를 보고 싶었다 많이 컸을텐데 2년만에 보는 얼굴인데 아쉬웠다
< 네가 온다는 것을 알면 안가고 기다였을 텐데 그런데 왜 전화하고 오지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있어서 오기가 어려웠지?> 누님이 장우가 늦게 온 것을 이해한다는 뜻으로 말햇다
< 그런 것 아닌데요 누님의 부고 소식을 듣고 곧장 이곳으로 오는 바람에 뭐하나 갖고 올틈이 없이 왔는데 태풍 때문에 기어이 어머님 출상도 못보고... >
< 별수 있냐 배가 안 다닐 줄 알았는데 그놈의 태풍 때문에... 오늘이 2월인데 무슨놈의 태풍이라니 그래도 왔으니 지금 어머님 산소 보러가자> 누님은 앞장서서 뒷산 선산에 묻힌 어머님 산소를 가고 뒤따라 민효도 나섰다
장우는 일어서 나가려다가 벽에 걸린 화장품 광고가 그려진 달력을 봤다
어머님이 돌아가신 날이 71년 2월 25일 이었다
민효가 따라 나서자 누님은 민효는 그냥 있어라고 하려다가 아무 말없이 나섰다
민효에 대해서는 궁금한 것도 있으려마는 누님은 아무 말도 묻지 안했다
선산에 가서 어머님 아버님 집안 산소를 두루두루 살펴 절을 하고 집에 돌아왔다
누님은 서둘러 저녁밥을 짓느라고 부엌으로 갔고 경숙이가 쓰던 방안에 민효하고 둘이 발을 쭉뻗고 있으니 잠이 스르르 왔다 한참 있다가 누님이 깨웠다
저녁밥을 먹고 라디오를 들으니 태풍이 좀 잠잠했다
뉴스에서 태풍은 오늘밤에 완전히 동해바다로 빠져나간다 했다 내일은 배가 다닐 수 있어서 좋았다
누님은 민효한테 말했다 민효보고 씻으라고 다뜻한 물을 받아놨다고 했다
< 어서 씻고 경숙이 방에서 둘이 자요 > 자연스럽게 말했지만 장우는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민효는 씻으러 가고 누님이 물었다
< 그렇게 둘이 자도 괜찮지? > 누님이 물었지만 장우는 그냥 웃기만 했다
< 7 >
그날 밤 민효는 장우랑 같이 누워서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민효는 어제 부여에 사시는 작은댁에 가려고 했었다 그래서 배를 기다리다 장우를 만났다
< 그런데 왜 서울를 가려고 해요? > 장우가 물었다
< 서울로 취직하려구요>
< 취직? 돈벌려고? 아니것 같은데> 장우는 의심이 갔다
< 실은 집을 나왔어요. 서울은 가려구요 작은 댁에 가서 돈좀 빌리고 내일이나 모래쯤 서울로 가려고 했어요>
< 근데 왜 부모님은 안계시나> 이상하게 민효는 여지껏 부모님 말은 안했다
< 네..없어요,> 민효는 눈을 바닥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제서야 민효는 가정사정을 죄다 말했다
생각보다 K시에 있는 민효네 집은 부자였다. 정미소도 있고 포목점도 있고 금은방도 있을 정도로 아주 부자였다
다만 민효어머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아버님이 새엄마를 얻고 부터 불행이 시작 되었다
급기야는 3년전에 민효 아버지마저 페병으로 돌아가시자 불행은 온통 민효한테로 왔다
겨우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금은방에 경리나 보라고 주저 앉힌 것도 새엄마였다
나이차이가 많은 오빠는 해군사관학교를 나와서 대위로 제대하고 지금은 저 멀리 아프리카로 무역선을 타고 다니다가 1년에 한번 정도 집에 올까말까 했다 그나마 작년에는 한번도 안왔다 오빠는 아마 영원히 안올지 모른다 .
그러니 혼자 남은 민효는 새엄마와의 갈등 때문에 고통이 심했다
가정 환경이 이거 저것 으로 점점 민효한테는 불리하게 되가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시자마자 새엄마는 외삼촌을 데려왔다
사업을 한다고 트럭을 사주자 외삼촌은 산판을 다니면서 나무를 팔고 사고 하면서 집에 돈 있는 것을 끌어다 투자했다
어느날 계곡으로 추럭이 굴러서 인부 둘이 죽고 6명이 부상당하는 참사가 일어나자 집안에 있는 돈을 몽땅 끌어다가 이리저리 메꾸었다
그러나 결국은 시골 정미소를 팔았고 포목점도 남한테 넘기고서야 외삼촌은 감옥에서 1년4개월 살다가 나왔다
그러고도 외삼촌은 또 사업한다고 새엄마한테 돈을 빌려달라고 해서 금은방을 은행에 저당 잡히고 사업자금을 빌렸다.
이런 저런 집안 돌아가는 것을 도통 민효한테는 비밀로 하고 지들끼리 다 해먹었다
그때부터 민효가 생각하는 새엄마는 웬수 같았고 외삼촌은 복수의 대상이었다
민효는 이제야 그간의 새엄마와 외삼촌이 했던 것을 상세히 알게 되었고 상의 할 사람은 작은 아버지 한분이지만 그것도 멀리 부여에서 살고 계셨다
말하자면 민효는 허울좋은 혈혈단신 으로 살고 있었다
장우는 이야기를 다 들어보니 민효가 불쌍했다
겉으로는 예쁜 얼굴에 옷차림도 화려하고 부자집 딸네미 같은데 속앓이 하며 살았을 것을 생각하니 어떻게 든지 민효를 돕고 싶었다
< 그래서 서울을 가려고 했군요. > 장우는 민효의 손을 꼭 잡으면서 물었다
< 서울에는 사촌언니가 대학 다니는데 자취하고 있어요 부여에 사시는 작은 아빠 딸이예요 그런데 이제는 내가 굳이 부여에 갈 필요가 없어졌어요 장우씨가 서울을 갈 때 따라 갈께요 그래도 되죠? > 장우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민효를 끌어다가 품안에 안아주고 등을 다독거렸다
< 8 >
이튿날 둘이는 배를 타고 되돌아서 K시로 다시 왔다 강바람은 어제보다 훨씬 잦아졌지만 함박눈이 소복소복 내렸다
택시를 타고 민효네집에 갈려다가 민효가 그냥 걷자고 해서 둘이 걸었다
민효는 장우의 팔장을 끼고 사뿐사쁜 걸었다. 민효의 머리카락에 함박눈이 내려앉았다
이렇게 해맑은 민효가 내면적으로 불행 하다니 믿기질 안했다 장우는 민효가 더욱 측은해서 외투 주머니속에 꼼지락대는 민효의 손을 꼭 쥐었다
민효가 올려다 보며 웃었다 30여분 걸어서 민효네 집에 다왔다
< 여기 잠깐 있어요 15분이나 한 20분이면 되요 > 민효는 장우를 골목길에 세워 놓고 번듯한 2층 건물 집안으로 들어갔다
잠시후 민효가 커다란 짐 2개와 어깨에는 기타를 메고 나왔다
아니 이판에 무슨 기타를 칠일이 있나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 만 민효가 서두르는 바람에 물어보지 못했다
< 장우씨 트럭 운전 할 수 있죠?> 민효는 트럭 열쇠를 장우에게 던져 주고 집안쪽 옆에 있는 창고로 데리고 갔다. 창고문을 열자 트럭 두 대가 보였다
장우는 짐을 트럭 뒷칸에 싣고 운전석에 앉았다 민효가 대문을 활짝 열고 나오라고 손짓하자 시동을 걸었다
트럭이 대문을 천천히 나오자 민효는 다시 대문을 닫고 트럭 조수석에 올라 탔다
<9 >
장우는 트럭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민효가 이리저리 말하는 대로 운전을 했다
이윽고 k시를 빠져 나와서 시골길로 들어섰다 장우는 그제서야 물었다
< 우리 어디 가지? >장우가 운전 하면서 물었다
<태소산에 있는 별장에 가요 >
< 태소산? 꽤 먼데 ?>
< 네 거기에 우리 아빠 별장이 있어요 엄마가 몸이 편찮으실 때 거기에서 살다가 돌아 가셨어요 무슨 늑막염이라나 복막염이라나. 어렸을 때 아빠 따라서 별장에 자주 갔었어요 >
길을 알고 나니 속력을 낼 수 있었다
그래도 한 시간 가량 달려서 산속을 지나고 언덕을 넘어 호수가 보이자 드디어 도착했다 장우는 트럭 뒷칸에 가서 짐을 내렸다. 그런데 상상 외로 기타가 무거웠다
<아니 기타가 이렇게 무거워? > 장우는 한손에 트렁크를 들고 어깨위에 기타를 들러 매면서 물었다
민효는 대답하려다가 살짝 미소만 지었다.
< 10 >
점심을 간단하게 먹으면서 또다시 기타케이스 속을 궁굼해 하자 민효는 키타 케이스를 열었다
케이스 열었을 때는 뜻밖에 기타가 아니라 산탄총이 들어있었다
< 어 사냥총이잖아? > 장우는 깜짝 놀라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어쨋든 놀라운 일이었다
총을 받아들고 어쩔줄 모르고 있는데
< 그총은 아빠가 사용했던 사냥총이에요 >
< 그래요. 아빠가 사냥도 했었는가 봐요? >장우의 눈은 총에서 머물러 있다
< 네. 그래요 아빠는 엄마가 아프니까 노루를 잡아서 피를 얻기 위해서 사냥을 자주 나갔어요>
< 총알도 네발이 그대로 있네요? > 장우는 개머리판을 확 꺾어서 총알을 확인 했다
< 아마 있을 거에요 탄약상자도 벽장 어딘가에 있었을 텐데 못찾고 그냥 총만 갖고 나왔어요>
민효는 침을 꿀꺽 삼키며 단숨에 말했다
민효는 그총을 가질러 안방으로 갔다가 새엄마하고 다투었나 보다 장우는 하여튼 신기한 사냥총을 만지작거리며 너무 좋아했다
아마 남자들의 본능적으로 무기 하나쯤은 갖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다.
< 저산에는 겨울이 되면 유달리 산토끼가 많아요>
< 먹을 것이 없어 내려오나요?>
< 간혹 사냥꾼들이 저기 능선 따라 올라가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지만 무슨 동물이 있나는 잘 몰라요 토기 외에는 다른 동물은 한번도 본 일이 없는데 아 노루는 봤어요 > 민효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장우는 < 아 그럼 노루도 있겠네요. 내일은 산 위쪽으로 가봐야 겠어요 >
장우는 오늘은 늦었고 내일은 사냥 나가려고 맘을 먹으니 약간은 흥분이 되었다 그래서 총을 만지작 만지작 거리며 좋아했다
그럼 모습을 민효는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총갖고 오기 잘했다 싶었다
< 11 >
그날 저녁 둘이는 장작불이 타고있는 페치카에 앞 바닥에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아까부터 긍금했었는데 정말 민효는 집에서 새엄마랑 다투고 나왔다는데 괜찮은것일까 장우는 물었다
< 집에서 물건 싸들고 나오는데 새엄마가 아무 말도 없었어요? > 장우는 민효 시선을 피하려고 장작을 한 개 더 넣었다
< 다투었어요. 심하게> 민효는 타는 불빛을 보며 무심한 듯 말은 하지만 불빛에 비친 민효의 옆얼굴은 근심의 그림자가 스치는 것 같았다.
< 많이 다투었어요? > 장우기 묻자 민효는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럼? 누가 다치기라도 했나요? > 장우는 가장 궁금한 부분이었다
민효는 다음과 같이 아까 집에서 나올 때 벌어진 상황을 천천히 말했다
- 민효가 집에 조용히 들어가 곧장 2층자기방으로 올라갔다 새엄마는 아래층 안방에서 자고 있었다 민효는 주섬주섬 가방에 물건을 담고 아래층으로 살금살금 계단을 내려가 아빠가 사용했던 방으로 갔다
조심스럽게 아빠방으로 가서 살며시 설합을 열었다 다이얼 장치가 된 철제 책상이었다
비밀 번호는 외우고 있기에 손쉽게 철제 설합을 열수있었다
설합속에 들어 있던 귀금속 중에서 금으로 된 것만 골라서 가방에 담고 벽에 걸려 있던 사냥총을 들고 2층으로 올라갔다
그때까지 새엄마는 안방에서 자는 듯 했다
산탄총을 어떻게 갖고 나갈까 하다가 방안에 있던 기타을 발견하고 케이스만 벗겨 사냥총을 그 속에 넣고 나왔다
막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새엄마가 들어왔다. 어디 가느냐고 소리쳤다
민효는 깜짝 놀랐지만 이젠 어쩔수 없이 말했다
< 나 오늘 집 떠날거에요>
< 집을 나간다고? > 새엄마는 코웃음쳤다
< 네.. 이젠 다시는 안들어와요 > 민효는 단호하게 말했다
< 흥. 들어오고 안들어 오고 네 자유겠지만 가방 속에 뭐가 들어있나 좀 봐야겠어> 새엄마가 다가오자 민효는 문쪽으로 한발 뒤로 갔다 < 상관하지 말아요> 민효가 나가려하자
새엄마는 가방을 낚아 챘다 민효는 어깨 까지 가방따라 끌려갔지만 뿌리치고 놓지 않고 문을 열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려고 계단에 발을 내려 놓으려는 순간 새엄마가 다시 가방을 잡아당겼다 2층 계단위에서 민효와 새엄마가 실랑이를 벌이다가 민효가 잡은 가방끈을 놓쳤다 그바람에 새엄마는 가방을 안은채 아래층으로 굴러 떨어졌다
민효는 순간 아찔했지만 새엄마를 살펴 볼 그럴 정황이 없었다
하루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한다는 생각에 계단 밑으로 나뒹굴었던 가방을 줏어들고 뛰쳐 나왔다 민효가 나오면서 머리가 계단 아래쪽에 쳐밖혀 있는 새엄마의 머리에는 약간 의 피가 보였다. 그게 오늘 집에서 일어난 이야기 전말이었다
이야기를 비교적 담담하게 마치자 장우는 민효에게 소주를 권했다
민효는 소주 한잔을 가볍게 마시고 다시 한잔을 청했다
장우는 자기잔에 딸고 민효한테 따라서 주면서 말했다
<괜찮아요 너무 걱정 말아요> . 뭐가 괜찮은지 모르지만 하여튼 민효를 안심시켜야 했다.
그날 저녁 둘이는 소주 3병을 마시고 새벽에서야 잠이 들었다
<12 >
10시에 깨어나자 둘이는 읍내에 가서 먹을 것을 사려고 트럭을 탔다
30여분 걸려서 읍내에 있는 상점에 들어갔다
민효는 상점안에서 이것저것 먹을 것을 고르는 동안 장우는 담배 한산도 한값을 집고 돈을 내려고 카운터로 갔다
돈을 내고 돌아서려는데 계산데 옆 가판대에 신문이 놓여 있었다
반절 접혀진 겉장에 언뜻 살인사건이라고 쓰여진 커다란 글씨가 보이고 누워서 피흘리는 여자사진이 눈에 띄 였다
신문을 집어 들고 신문 값을 내고 밖으로 나왔다
예감이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어 재빨리 살인사건 제목이 있는 부분을 펼쳐서 읽어봤다
kㆍ시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이고 사진은 분명 민효 새엄마다 기사 내용은 새엄마가 죽었다고 씌여 있었다 범인은 강도 살인 사건이라는 내용이었다
민효가 물건을 사고 상점 안에서 장우를 찾았다 장우는 보던 신문을 꾸겨서 옆에 쓰레기통에 집어넣고 안으로 들어갔다
물건을 싣고 트럭을 몰고 돌아오면서 장우는 비교적 말이 없었다
갑자기 머리속이 복잡해졌다
민효는 무얼 그리 좋은지 콧노래까지 부르면서 기분을 냈다
<우리 오늘저녁에는 바비큐 해먹어요 삽겹살 샀어요 장우씨도 좋아하지요? > 쳐다보는 민효를 보고 웃어 주었다
< 포도주도 샀지요 이봐요 > 포도주를 꺼내어 장우 코앞에 디밀었다
장우는 신문 난 것을 말해야 되나 안해야 되나 갈등이 왔지만 당분 간 말 않기로 맘 먹었다
<13 >
3일째 눈발이 내리고 있었다 장우와 민효는 산위로 올라갔다
오늘은 토기를 잡을 요량이었다 토끼는 산 위에서 아래로 몰고 내려 와야 한다
토끼는 앞발이 짧고 뒷발이 길어서 오르는 데는 잘 오르지만 내려오는 데는 힘들어 하고 나뒹굴기가 일쑤다 눈속에 허둥 댈 때 총을 쏴서 잡으면 된다
눈이 발목을 덥힐 정도로 그리 많이 오지는 안했다 다만 눈발이 날리자 앞이 흐릿흐릿 하고 잘 안보였다
둘이는 산정상으로 기를 쓰고 올랐다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성 맺혔다
장우는 총사냥 한다는 게 신이 나서 산을 오르는데 힘든지도 모르지만 민효는 힘들어 했다
장우가 민효를 안고 끌고 하면서 겨우 정상에 올랐다
정산에 올라 밑을 보니 멀리 흐릿하게 읍내 소방서 망루가 보인다
둘이 정상에서 한숨 돌리는데 민효가 외쳤다 < 어! 저기 저기 봐봐> 민효가 가리키는 쪽을 보니 토끼 두마리가 곰솔나무 밑에 있다
장우는 참으로 신기 했다 여짓껏 겨울 산에서 토끼를 본 것은 처음이었다
< 아니 장우씨 뭐해요 얼른 총 쏴야지요> 민효가 재촉하자 그때서야 장우는 총을 꺼냈다
그러나 토끼 는 펄쩍뛰어 달아났다
실제로 토끼를 보자 장우는 제대로 준비했다 둘이는 천천히 주위를 살피면서 아래로 내려오고 있었다 눈발은 아까보다 더욱 심하게 뿌렸다
<14 >
한편 이형사와 김순경 외삼촌은 찦차를 몰고 별장으로 들이 닥쳤다
차를 멀찍이 세우고 이형사는 권총을 뽑아들었다
외삼촌은 산탄총을 매고 낮은 자세로 별장을 향해 왔다 별장 주위에 와서 이형사는 문밖에서서 말했다
< 어데 간 것이 아닐까 트럭은 그대로 있는데.>
< 어디 안 갔을 겁니다 차 없이는 한발자국도 못 움직이니 아마 요 근방 어디에 있을 거에요>
외삼촌 말이 끝나자 이형사는 김순경하고 방안으로 조용히 들어갔다
칼빈총을 고쳐잡고 김순경이 먼저 들어갔지 만 방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때 총소리가 들렸다
이순경은 재빨리 나와보니 외삼촌은 나무에 의지하고 한손에 산탄총을 들고 손가락으로 산속을 가르켰다 가리키는 쪽에서 총소리가 났다는 것이었다
이형사도 나무에 의지하고 권총을 뽑아들었다
< 저들이 총이 있나? >이형사가 외삼촌을 쳐다보았다
< 사냥총 아마 산탄 총일거에요> 외삼촌 말에 모두들 총구를 산쪽으로 겨누고 움직이는 사물을 파악 하기에 신경을 곤두 세우고 있었다
<15 >
장우와 민효는 몸을 낮추고 살금 살금 내려오는데 나무가 없는 개활지가 나타났다
개활지를 건너가면 옆으로 기다란 숲이 나오고 그 아래에 별장이 나온다
이때 장우가 엎드리고 민효도 따라 없드렸다
산소 옆에 토기 한 마리가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개활지라서 눈속에서도 하얀 토기가 눈에 들어왔다
장우와 민효가 있는 곳은 숲에 가려져 있어서 토끼는 모르고 있어서 그런지 꼼짝 않고 있었다
장우는 숨을 죽이고 총을 토기에 겨누고 있다가 이때다 싶어 방아쇠를 당겼다 토기가 펄쩍 뛰어 오르다가 앞으로 나뒹굴더니 곰짝 않고 있었다 < 야 잡았다 잡았어 > 장우 옆에 있던 민효가 벌떡 일어나 개활지로 뛰어 갔다
민효는 토끼를 잡은 것이 신이 나서 뛰어가는데 어디선가 총소리가 울리고 민효가 앞으로 쓸어졌다
< 어? 민효야 ! .> 장우는 총을 팽게치고 뛰쳐 나갔다
민효는 가슴에 피를 흘리면서 눈은 하얗게 뜨고 까물어지고 있었다
< 민효야 민효야 정신 차려 ! > 장우는 민효가슴에 피가 홍건이 괴어있고 눈이 아얗게 변하는 것을 보고 어깨를 들어 마구 흔들었다
민효는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장우는 민효의 뺨을 어루만지다가 민효를 번쩍 들고 일어나 별장으로 뛰었다
장우가 숲속으로 가로질러 가려는데 갑자기 세 사람이 나타나 총을 들고 장우를 가로 막았다
세사람 모두 총구가 장우에게 향하고 있었다
외삼촌이 총구를 들이대며 다가와 민효의 얼굴을 살피더니 이형사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형사가 오더니 장우를 힐끈 쳐다보고 민효의 얼굴과 가슴의 피를 보더니 말했다
<,총을 맞았군 그러니 조심하랬잖아! > 외삼촌을 보고 말했다
< 어쩔수 없었어요 얘들도 총을 쐈으니까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장우가 토끼한테 쏜 총소리를 공격으로 착각하고 때마침 개활지로 뛰어가는 민효를 보고 외삼촌이 산탄총을 쐈다 그총에 민효는 쓸어졌다
세사람이 다가왔을 때 장우는 민효를 안은채 멍하니 할말을 잃었다
장우는 뭐가 뭔지 왜 민효가 총맞고 쓸어졌는지 판단이 안 섰다
< 저 빨리 병원에 가야지요 총을 맞은 것 같은 데 빨리 갑시다 > 김순경은 이형사에게 말하고 장우한테서 민효를 빼앗다 싶이 들러 메고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장우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앞만 보고 있었다
이형사가 수갑을 꺼내 장우 손목을 채웠다 잿빛으로 변한 하늘은 눈을 퍼붓고 있었다
< 16 >
장우는 캐나다 이민 신청을 해 놓고 서울에서 열차로 K시에 내려왔다
역광장을 가로질러 그대로 걸었다
k시는 10월의 가을이 짙어가고 손바닥 만한 포플러 잎이 떨어져 포도위를 나 뒹군다
장우는 배를 타기위해 부두를 가야하는데 택시를 안타고 걸어서 부두로 갔다
엄청난 지난 시간들이 남겨진 k시 의 모습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싶어서였다
누님집에 갈려고 연락선을 탔다
잔잔한 물결이 스쿠루가 돌자 포말을 일으키며 배를 앞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장우는 선실로 안가고 맨 뒤쪽 난간에 서서 k 시가 점점 멀어져 가는 것을 보고 있었다
10월의 바닷 바람이 차가웠다 점점 멀어져 가는 k시를 보자니 지난시간이 떠올라 장우는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린다.
갈색코트에 자그마한 민효 얼굴이 떠오르자 가슴이 메어 온다
< 같이 서울로 가자고 했는데 서울로 ...>
< 17>
민효는 죽었다 .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병원에 갔어도 소용없었다
민효는 1971년 2월 28일에 하늘 나라로 갔다
민효 산소는 작은 아버지댁 부여에 있다
장우는 현역군인 신분이었고 장교라서 죄 없음으로 풀려났다
부대에 복귀 했지만 약을 자주 먹었다 신경 쇠약이라 했다
9월에 제대를 했고 10월에 캐나다로 이민 갈 예정이었다 .
누님께 인사를 하고 부여에 들려서 민효 산소를 보고 갈 예정으로 내려 왔다
고국에서 겨울은 민효하고 마지막 보낸 것이 전부였다.
장우는 운항시간표을 적어놓은 간판이 바람에 덜컹거리는 대합실을 나와 버스 정류장으로 천천히 걸어 갔다
민효와 같이 걸었던 그길이었다.
장우는 누가 있는 듯 자꾸 뒤를 돌아보는 습관이 생겼다
민효는 죽고 없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
포플러 잎이 떨어진다 장우도 가을속으로 가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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