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
8759병실의 실패
고훈실
악어가 발 밑에 사는지
가끔씩 발바닥이 따가워요
히터를 껐는데도 이곳은 너무 더워요
크리스마스가 금방인데
내 목덜미 어딘가에 악성 종양이
올해의 선물로 먼저 도착했어요
스테로이드 주사가 내 꿈 속을 압정처럼 누르면
불행보다 더 크게
원뿔같은 울음이 먼 저편에서
웅웅웅
레고 한 상자면
하늘까지 다리도 놓을 수 있는
난 이십 하고도 팔 개월을 살아 낸 멋진 목수에요
너무 더운 이곳에서
너무 익숙해지지 않는 더위는
늪처럼 날마다 자라나
악어의 눈물처럼 나를 읽어요 기저귀 안의
분홍 똥꼬까지
아니, 링거줄로 가득 찬 병실의 요의尿意까지
아침마다 다른 얼굴로
나를 독파하는 간호사는 눈코입이
지그재그로 커져요
그 큰 이빨로 내 팔을 덥석 물 때
방금 자란 싱싱한 더위가
비명의 목차를 서 너 칸씩 휘넘기고
난 더운 이 방에서 빙하기를 생각하는 엄마와 날마다 열람되어요
코드블루 코드블루
시원한 바다가 발아래로 펼쳐질 것만 같은
저 소리에
난 뛰어들고 싶은데
숨 막히는 더위는
내 발 아래 쭈그리고 앉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내 머리카락에서 종이 냄새가 더 이상 나지 않는다면
창 밖 시소가 궁금해 할까요
타투
고훈실
첫 바늘의 감각은 완성도 높은
죽음의 맛이죠
내 손목에 장미를 그려 주세요
결코 어두운 흔적의 파편이 아니에요
알 수 없는 무기와 가시를 구비한
내 안의 무늬들
목욕탕 흐릿한 거울 앞에서
나를 제거하는 의식이 거행되던 순간
타인들로 만들어진 내가
나를 멀뚱히 바라봤죠
붉은 방울이 칸나처럼 피어나는
흰 욕조, 타락한 창밖으로
아래층 담배연기가 지나가고
난 오래 전진한 의자처럼 낡아갔죠
입묵(入墨)의 어루만짐,
선명한 자해흔 위로 방울방울
터지는 흥겨운 장례식
검고 푸른 꽃들이
예고도 없이 들이 닥치네요
잉크를 고르고 도안을 오려내
내 현기증 뒤에
앉아 있어 줄래요
마지막 바늘이
질문을 지울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