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를 주제로 “글을 써야한다.” 정확하게 글쓰기 연수를 신청하기 전까지 아이러니하게도 내 개인 블로그 일기장에 올린 첫마디는 “글이 쓰고 싶어졌다” 였다. 코로나로 인한 등교연기로 여유롭게 생각도 하고 지난 삶을 성찰해보는 시간으로 일기도 썼건만 이렇게 과제로 내라고 하니 글이 써지지 않는다. 코로나 19에 관한 과학 잡지에 실릴 정도로 글을 써야하나, 담담하게 일상생활을 말하는 것처럼 수필을 써야하나. 미루다 미루다 일단 시작해보기로 결심하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 본다.
사람들은 코로나가 무섭다고 말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5월 31일 현재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615만3천명, 누적 사망자는 37만1천명으로 집계됐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 바이러스는 치료제도 없다. 이 바이러스는 사람들의 삶도 바꾸어 놓았다.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재택근무, 온라인 개학, 결혼식, 장례식 기존에 당연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것이 되어버렸다. 나의 삶 역시 변했다. 전학교 전전학교 선생님들과 만나는 사교모임이 사라졌으며 거리두기에 동참한다는 이유로 주 3일 시댁을 방문하는 것도 줄었다. 심지어 일요일 내내 종교행사에 참여했던 나는 일요일에도 한 시간 반에 모든 것을 마치고 돌아오게 되었다. 평소 전문성 신장을 위한 원격연수에서 클릭만 하기에 바빴던 나는 모처럼 60시간의 연수를 배움에 불타올라 진지하게 들었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도 많아졌다.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캠핑을 가게 되었으며 가족과 함께 동네 뒷산에 올라가기도 했다. 동네 산책은 기본이 되었기에 덩달아 두 딸의 자전거 실력도 향상되었다. 요리에 소질이 없는 줄 알았는데 된장찌개에서부터 치킨스테이크까지 음식을 맛있게 만들 수 있는 나의 특별한 재능도 발견했다. 그래서 동학년 선생님들의 점심을 거나하게 몇 차례 책임지며 보따리에 바리바리 싸들고 출근을 하기도 했다. 아침 일찍 신랑에게 꿀이 들어간 미나리 즙까지 내주며 내조의 여왕으로 거듭나기도 했다. 확실히 예전과는 다른 나의 삶이었다. 그 삶이 나를 바꾸어 놓았을까?
코로나로 바꾸고 싶었던 것들이 있었다. 미루는 나의 습관을 바꾸고 싶었고 그래서 미루고 치우지 못한 오래된 수납장을 치우고 싶었다. 사소하게 오해가 생긴 친구와의 관계를 다시 되돌리고 싶었으며 직장일을 핑계대며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해보고 싶었다. 건강한 몸을 위해 새벽에 일찍 일어나 운동도 하고 건강한 마음을 위해 책도 읽고 싶었다. 3달이 지난 지금 코로나로 인해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내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였다. 내가 관심가지고 애정을 쏟은 대상이 바뀌었을 뿐 모든 것을 바쁘게 해야만 하는 그전에 있었던 나는 바뀌지 않았다. 많은 일을 벌이기 좋아하고 정신없이 사는 나의 모습은 변한 것이 없었다.
사람들은 코로나가 무섭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코로나도 바꾸어 놓지 못한 나의 습관과 생각이 제일 무섭다. 사람들은 코로나로 인해 모든 것이 변해버렸다고 한다. 그러나 진정한 나는 바뀌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이 제일 무서운 나와의 싸움이다. 코로나로 인해 세상이 바뀌었듯이 나의 습관과 생각으로 인해 내가 바뀌길 바래본다.
첫댓글 코로나에 색다르게 접근해서 좋아요.
그런데 '나의 습관'은 '내 습관'이어야 해요. "이거 누구 책이니?"고 물으면 "네, 나의 책이에요." 이렇게 대답하는 사람은 없어요. 글도 말하듯이 쓰면 더 쉬워진답니다. 말은 잘하면서도 글을 쓰자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말과 글을 달리 생각하기 때문인 점도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는 그냥 "코로나로"라고 하면 됩니다. 이 어색한 번역 투 말의 문제를 지적한 글은 우리 카톡에 올렸어요. 여기에 글 올린 다른 분들도 이 말을 사랑하는데 이참에 이런 습관 고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