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C Y 부지의 운명은?
녹지공간이 풍부한 오픈스페이스로!
부산지역 첫 지구단위계획 사전협상 대상지인 해운대구 재송동 옛 한진CY(컨테이너 야적장) 부지 ‘해운대 웨이브시티’ 개발사업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작년 12월 말 부산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부결되고 1월 26일 예정되었던 세 번째 심의를 변성완 위원장의 사퇴로 2월로 연기했다.
당초 시의회와 1, 2차 회의에서 주변 학교시설 포화 문제, 지나친 특혜 등이 문제로 제기되었지만, 주변 초·중학교의 증축 예산을 지원키로 사업주체 측과 해운대교육청이 협의를 완료한 것으로 나타나 3차 회의에서는 통과할 것으로 낙관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도심 속 흉물로 방치된 부지를 효율적으로 개발하는 동시에 공공기여를 통한 지역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사전협상제 취지 1호인 사업이어서 관심이 집중되었지만, 일부 시민단체에서 재논의하자는 여론이 일고 있어 불과 두 달 앞둔 시장 선거를 앞두고 한진CY 부지 개발사업이 본궤도에 오를지 관심이 높다.
•해운대웨이브시티 계획
수영강변에 위치한 5만4480m²의 이 부지는 한진이 CY로 사용하다가 컨테이너 물량이 부산신항으로 옮겨가면서 2011년부터 비어 있었다. 지역 건설사인 ㈜삼미D&C가 한진으로부터 이 땅을 사들여 2018년 6월 부산시에 개발계획을 제출했다. 땅의 용도를 준공업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변경해 개발하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2018년 6월 개발계획이 접수된 이후 2년 넘게 협상조정협의회 8차례, 도시계획위원회 자문 3차례, 시민토론회 2차례 등을 거쳐 지난해 7월 최종안을 도출했다. 주변 센텀시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재송·반여 지역의 발전과 센텀2지구 배후 주거단지 조성을 위해 기존 준공업지역에서 상업지역으로 용도를 바꿔 주거와 관광, 상업 기능이 겸비된 레지던스 6동을 건립하는 것이 핵심이다. 민간사업자는 당초 아파트와 레지던스를 절반씩 건립할 예정이었으나, 건물 하부 상업시설 활성화 차원에서 전 세대 레지던스 건립으로 변경했다. 여기에 문화·집회 시설을 도입해 공공성을 강화하고, 재송역에서 수영강까지 이어지는 녹지축과 수로를 따라 쇼핑과 공연·전시시설을 갖춘 ‘커널스트리트’ 건립을 통해 새로운 관광 랜드마크를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12월 열린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잇따라 재심의 결정이 내려지면서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민간사업자 측은 거듭되는 각종 시설 요구와 금융비용 부담 가중 등의 이유로 사업 추진이 장기화될 경우 용도 변경을 포기하고 준공업지역에 지을 수 있는 오피스텔, 아파트형 공장 등으로의 방향 전환도 신중히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여금만 해운대구 예산 55%에 달하는 3,500여 억원
민간사업자의 기여금은 당초 예상보다 2배 이상 뛴 3500여 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해운대구 예산의 55%에 달하는 금액이다. 삼미D&C는 현재의 준공업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의 용도 변경을 통해 개발하는 대가로 사전협상제 방식으로 전국 최고 수준인 계획이득의 52.5%를 공공기여금으로 내놓는다. 당초 1100억 원 정도로 추정됐으나,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2600억 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여기에 수영강 에코 브리지 건립, 인근 주민 편의시설 설치, 장기 미집행 도로 개설, 녹지 등 주변 인프라 정비·확충, 학교 증축 등을 위한 추가 기여금도 900여 억 원 내놓게 된다.
•부산시가 매입하여 공원화했어야
사실 도심부적시설의 이전지는 부산시에서 매입하여 공원화하는 것이 원칙이 되어야 한다. 미군 하야리아 부대와 양정의 헌병대 부지가 공원화된 걸 제외하고 부산상고, 동아중, 53사단, 인쇄창, 정비창 등 대부분의 부산의 도심부적시설 이전적지는 호텔, 사무실, 아파트단지, 청사부지로 개발되었다.
일본 도쿄의 경우, 1945년 태평양전쟁에서 패하고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군부대, 공장 등 도심부적시설의 이전적지는 녹색이 풍부한 미래 도시를 위해 대부분 공원화되었다. 10위권에 드는 선진국이라면서 재정난 때문에 그런 발상을 할 수밖에 없는 부산의 딱한 사정이 애처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