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수업은 산야초 발효액과 발효액을 이용한 고추장 담그기였다. 우리는 외대 숲과 살리 텃밭을 오가며 제비꽃 샘과 함께 발효액에 들어갈 산야초를 자세히 알아보았다. 잎을 떼어먹어야 알 수 있다는 입안 가득한 향이 났던 감태잎, 여린 순을 나물로 먹었던 좀깨잎나무, 어린 순을 백차로 만들었던 국수나무, 화살나무와 유사한 모습을 가진 회잎나무, 잎을 쌈으로 먹었던 생강나무, 물고기의 비린 향을 가진 어성초, 세어진 잎이 무성한 땅 두릅. 이외에도 청미래 덩굴, 뱀딸기, 쑥, 토끼풀, 쇠무릎, 개망초, 달개비, 가막사리, 도깨비바늘도 같이 채취하였다.
우리는 살리로 이동해 산야초 발효액을 담그기 위해 풀과 나무를 손질하여 씻고 물기를 제거한 후 칼과 가위로 내용물을 잘랐는데 그 이유는 설탕에 내용물이 잘 용매 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선생님께서 당류에 대해 말씀해주셨는데 당 종류에는 우리 몸으로 곧장 흡수되어 소화되는 포도당인 단당류, 당이 2개 모인 이당류(설탕), 당이 여러 개 모인 다당류가 있다고 하셨다.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발효액의 비율은 설탕인 이당류가 단당류인 포도당으로 변하지 못하고 이당류로 계속 존재했겠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게되었다. 발효액이란 산야초의 내용물이 설탕에 잘 용매 되고, 그 액체를 도왔던 이당류인 설탕까지도 다시 단당류로 더 작게 분해되어야 그래야 효소라고 말할 수 있겠다 싶었다. 많은 사람이 나와 같은 오류를 범하고 있을 테다. 발효액을 과실과 설탕 또는 산야초와 설탕의 비율을 1대 1로 잡는데, 1대1 비율에서는 과실(산야초)이 설탕에 의해 용출만 될 뿐 이후 미생물이나 균류들이 만들어내는 발효의 과정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발효는 설탕과의 비율이 내용물의 50~80%가 될 때 가능하다고 한다. 우리는 실전으로 넓은 볼에 준비된 산야초 내용물과 발효가 일어나는 조건인 80%의 마스코바도를 넣고 골고루 섞어 소독한 유리병에 병입 했다. 나한테는 오늘 우리가 손수 담아보았던 산야초 발효액이 내가 기존에 과하게 설탕을 넣은 것에 대한 잘못된 관점을 수정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참 좋았었다. 발효가 그냥 되는 게 아니었구나! 산야초 발효액이 여러 미생물 번식으로 잘 만들어지길. 잘 되어라 효소야~
두 번째 주제는 샘께서 미리 준비해 오신 발효액(5,500g)에 한살림 고춧가루(1,900g), 메줏가루(500g), 소금(물양의 20%, 1,200g), 마지막으로 청주(500g)를 넣고 고루 섞어 고추장을 만들었다. 고추장의 비율은 발효액(2배로 책정, 효소 물로 만들었을 때 발효가 일어나기 때문이다)이나 조청(3배)과 같은 물 상태의 것은 2, 3배로 한다. 오늘은 조청물 대신 발효액 물을 사용했기 때문에 발효액 양을 2배로 잡았다. 가루는 고춧가루, 메줏가루, 보릿가루 등등 가루가 되는 모든 양이 1배가 되면 된다. 즉 물양과 가루 양 비율이 2대 1이고, 소금양은 물양의 20%이다.
오늘 산야초 수업에서 배운 기본 비율만 잘 알고 기억한다면, 내가 어떤 내용의 고추장을 만들든 뭐든 가능할 듯하다. 발효액과 고추장 만들기에서 중요한 개념은 내용물의 용출과 함께 발효가 일어나도록 돕는 조건과 비율이었다. 기존의 생각대로 담는 게 아닌 이당류인 설탕을 80%만 넣는 것, 그래서 단당류인 포도당으로 만들어질 때 효소가 되고 우리 몸으로 바로 흡수됨을 알게되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