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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에도 새겨진 빛, 세계가 먼저 알아본 나전칠기의 보편적 아름다움
한국전쟁과 그 이후 주한미군이 주둔하던 시기, 외국 군인들이 소장했던 것으로 전해지는 나전칠기 장식 총들이 오늘날까지 간혹 소개된다. 개머리판과 총몸에는 학과 소나무, 구름 등 한국 전통 문양이 자개로 정교하게 시문되어 있다. 사진과 일부 소장 사례만으로 당시 이것이 널리 유행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전쟁이라는 가장 거친 공간 속에서도 한국 나전칠기의 아름다움은 국적과 문화를 넘어 이방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는 점이다.
이는 나전칠기가 단순한 전통공예를 넘어 인간의 감각이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보편적 심미성을 지닌 예술임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아름다움은 번역이 필요 없다.
언어와 문화, 종교와 이념은 서로 다를 수 있지만, 빛을 향해 시선이 머무는 감각은 인간에게 공통적이다.
나전칠기는 바로 그 보편적 감각에 호소한다. 빛의 방향에 따라 청색과 녹색, 자주색, 금빛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개의 오묘한 광채, 머리카락보다도 가는 패각을 끊고 이어 붙이는 극도의 정밀함, 그리고 수십 차례의 옻칠과 연마를 거쳐 완성되는 깊고 고요한 흑색의 공간은 어느 문화권에서도 쉽게 접하기 어려운 독창적인 미감이다.
보는 사람은 그것이 한국 공예인지 먼저 이해하지 않아도 된다.
먼저 감탄하고, 나중에 한국을 이해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나전칠기가 가진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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