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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유명 화가들의 닭(鷄) 그림
◆ 오원 장승업(吾園 張承業, 1843~1897)
-왼쪽부터-
*닭과 맨드라미 -화조영모 10첩병풍 제4폭/ 비단에 담채/ 148.5 X35cm/ 서울대학교 박물관
*괴석 위에 선 닭 / 1896년/ 족자종이에 담채/ 140X43.5cm/ 개인 소장
*竹園養鷄(대나무와 닭)/ 1890년/ 족자비단에 담채/ 74.9X31cm/ 간송미술관
◆ 겸재 정선(謙齋 鄭敾; 1676∼1759)
등롱웅계(燈籠雄鷄-꽈리와 수탉) ; 絹本彩色
30.5X20.8cm/ 간송미술관
등롱은 燈籠草의 줄임으로 꽈리를 의미하는 말이다. 즉
꽈리의 열매 모양이 밤길을 밝히는 청사초롱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계관만추(鷄冠晩雛-맨드라미와 늦병아리); 絹本彩色
30.5X20.8cm/ 간송미술관
맨드라미꽃 밑에서 어미닭이 세 마리밖에 까지 못한 늦병아리를 데리고 놀고 있다.
맨드라미는 닭 벼슬 모양이라 '鷄冠花'라 부르며, 옛사람들은 닭과 맨드라미가 있는 그림은
입신출세를 의미하여 사대부가의 자제방에는 닭과 맨드라미 그림이 걸려 있었다고 한다.
국화와 닭이 함께 있으면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염원이 담겨져 있고...
◆ 화재 변상벽(和齋 卞相壁 1730~1775?)
모계환추(母鷄喚雛-어미닭이 병아리를 부르다): 18세기
絹本彩色/ 101X50cm/ 국립중앙박물관
母鷄領子圖 : 비단에 수묵담채/ 17~18세기 / 94.3X44.3cm/ 국립중앙박물관
자웅장추(雌雄將雛-암수탉이 병아리를 거느리다) 종이채색/ 30.3X46.0cm/ 간송미술관
그림 오른쪽에 있는 題詞에서 표암(豹菴) 강세황(姜世晃, 1713~1791)은 변상벽의 솜씨를 극찬하고 있다.
靑雄黃雌 將七八雛 : 푸른 수탉과 누런 암탉이 7~8마리 병아리를 거느렸다.
精工神妙 古人所不及 : 정묘한 솜씨 신묘하니 옛사람도 미치지 못할 바이다.
암탉 위쪽의 제사(題詞)를 남긴 이는 변상벽의 후배 화가인 마군후(馬君厚,1750代~?)라고 한다.
시 끝에 마씨(馬氏)라는 흰 글씨의 네모진 성명인과 인백(仁伯)이라는 붉은 글씨의 네모진 아호인이 낙관되어 있다.
白毛烏骨獨超群 흰털 검은 뼈로 홀로 무리 중에 우뚝하니,
氣質雖殊五德存 기질은 비록 다르다 하나 5덕(德)이 남아있다.
楣醫家修妙藥 의가(醫家)에서 방법을 듣고 신묘한 약을 다려야겠는데,
擬同蔘朮策奇勳. 아마 인삼과 백출과 함께 해야 기이한 공훈을 세우겠지.
자웅화명(雌雄和鳴-암탉과 수탉이 화답하며 울다))
오른쪽 암탉 위쪽의 제사(題詞)
司晨性也 旦滿五德 : 새벽을 알리는 것은 타고난 성품, 게다가 오덕을 두루 갖추었네
一雌一雄 和鳴 * * : 한 마리 암컷과 한 마리 수컷, 꼬꼬댁 화답하며 울음을 우네
(註) 조선후기 실학자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이 변상벽의 또다른 닭 그림을 보고 읊은 시가 있다.
* 제변상벽모계영자도(題卞相璧母鷄領子圖-변상벽이 그린 어미닭과 병아리 그림을 보고 쓰다)
변상벽을 변고양이라고 부르듯이 고양이 그림으로 유명하네
이번에 다시 닭과 병아리의 그림을 보니 마리마다 살아있는 듯하네
어미닭은 괜스레 노해있고 안색이 사나운 표정
목덜미털 곤두서 고슴도치 닮았고 건드릴까봐 꼬꼬댁거리네
방앗간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땅바닥을 후벼 파면서
낟알을 찾아내면 또 쪼는 척하는데 배고픔을 참아내는 어미 마음이야
보이는 것도 없는데 놀라는 푸닥거리 숲 끝에 얼핏 올빼미가 지나가네
정말로 자애로운 그 모성 천부적으로 타고난 것 누가 뺏으랴
옹기종기 어미를 따르는 병아리들 황갈색 연한 털 주둥이는 이제 여물은 듯 닭벼슬은 아직도 제 색을 내지 못했고
그 중에 두 병아리는 쫓고 쫓기며 황급히도 어디를 가는지
앞선 놈이 주둥이에 물려 있는 것을 뒤선 놈이 따라가서 빼앗으려는구나
두 놈의 병아리 지렁이를 서로 물고 놓으려 하지 않네
한놈은 어미 뒤에서 가려운 곳을 비비고 한 놈은 혼자 떨어져 배추 싹을 쪼고 있네
형형의 세세 묘사가 핍진하고 도도한 기운이 생동하네
후문에 듣건데 처음 그릴 때 수탉이 오인할 정도였다네
역시 그가 고양이를 그렸을 때 쥐들도 마찬가지였을까
뛰어난 솜씨 그런 경지에 이르니 떠나고 싶은 생각이 없네
못된 화가들이 산수를 그리면서 거친 필치만 보여주네.
- 정약용,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
◆ 혜원 신윤복(蕙園 申潤福 1758(영조34)~1814?)
鬪鷄(싸움닭) / 지본채색 / 23X23.8cm / 국립중앙박물관
오른쪽 위쪽의 제사(題詞)
高行若矜豪(고행약긍호) ; 고상한 행동은 교만한 허세와 같은데
側睨如伺殆(측예여사태) ; 곁눈질로 허점을 살피네.
-宋代의 시인 韓愈(한유)의 '투계'라는 시 중에서 발췌한 구절을 부설거사가 쓰다-
韓愈의 詩 '鬪鷄' 全文
大雞昂然來(대계앙연래) 큰 닭이 당당하게 오니
小雞竦而待(소계송이대) 작은 닭이 두려워 모시네.
崢嶸顛盛氣(쟁영전성기) 높은 기세가 미치니 기운이 왕성하고
洗刷凝鮮彩(세쇄응선채) 물로 씻은 듯 얼어붙은 빛이 선명하네.
高行若矜豪(고행약긍호) 고상한 행동은 교만한 허세와 같은데
側睨如伺殆(측예여사태) 곁눈질로 허점을 살피네.
精光目相射(정광목상사) 깨끗하게 빛나는 눈은 상대를 쏘아보며
劍戟心獨在(검극심독재) 창칼의 마음만 오직 있네.
既取冠為冑(기취관위주) 이미 볏으로써 눈을 내미니
復以距為鐓(복이거위대) 되돌아서 떨어지며 창을 생각하네.
天時得清寒(천시득청한) 하늘이 준 때를 얻어 맑고 차가운데
地利夾爽塏(지리협상개) 우세한 지리를 겸하니 높은 땅이 서늘하네.
◆ 심전 안중식(心田 安中植; 1861~1919)
雙鷄圖(쌍계도) ; 絹本彩色/ 181.7X64.5cm/ 국립민속박물관
벚나무와 바위를 배경으로 암수 한 쌍의 닭을 그렸다.
◆ 긍재 김득신(兢齋 金得臣; 1754∼1822)
야묘도추(野描盜雛-들고양이가 병아리를 채가다); 종이에 담채/ 22.5X27.2cm / 간송미술관
해학미가 넘친다. 담뱃대 아래로 탕건이 떨어지고, 병아리들이 놀라서 거의 기절을 하고
어미닭은 날개를 퍼득이며, 병아리를 물고 달아나는 고양이를 쫓아간다
秋收打作(추수타작); 지본담채/ 32X36cm/제작년도 미상 / 간송미술관
◆ 단원 김홍도 (檀園 金弘道; 1745∼?)
三公不換圖 ;견본수묵담채/ 1801년 / 133.7X418.4cm / 삼성미술관 리움
'삼공불환'이란 자연과 더불어 사는 평안한 삶을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의 삼정승 자리와도 바꾸지 않겠다는 뜻이다.
화면 왼쪽 절반은 평화로운 들녘과 강변 풍경이 있는 산수화로, 오른쪽 절반은 규모 있는 양반집의 넉넉한
일상적인 모습을 담은 풍속화로 그려 단원의 특기인 산수화와 풍속화가 한 폭에 집대성된 명작이다.
-화면 왼쪽의 상단에는 중국 後漢 末의 유학자 仲長統의 「낙지론樂志論」이 적혀있다-
三公不換圖 오른쪽의 사대부 주택 부분
아낙네의 베짜기, 아이들의 글공부, 딸아이의 그네뛰기, 친구와의 만남,
새참 나르는 사람, 집에서 기르는 개와 닭까지를 향토적 서정이 넘치게 담았다.
「낙지론樂志論」: 중장통(仲長統 ;179~219 )
나 사는 곳에 밭과 넓은 집이 있어 / 산을 등지고 시냇물이 앞으로 흐르고
도랑과 연못이 집을 둘러 있고 / 대나무 숲이 집을 둘러싸 울타리가 되었다.
타작마당과 채소밭이 앞에 있고 / 과수나무들이 뒤에 심어져 있다.
배나 수레로 걷거나 건너는 어려움을 충분히 대신하다.
사령이 있어 몸으로 하는 수고를 충분히 대신해 준다.
부모님을 봉양함에는 맛있는 음식이 있고
처와 자식에게는 몸을 괴롭히는 수고가 없다.
좋은 친구들이 모여오면 술과 안주를 차려서 즐기며
좋은 때 좋은 날이면 양과 돼지를 삶아 받든다.
밭이랑이나 동산을 거닐고 / 평지의 숲에서 놀며
맑은 물에 몸을 씻고 / 시원한 바람을 쏘인다.
물에 헤엄치는 잉어를 낚시질하며 / 높이 날아가는 기러기를 화살로 잡기도 한다.
기우제 제단의 아래에서 바람을 쏘이다가 / 나의 정자로 시를 읊으며 돌아온다.
조용한 방에서 정신을 평안히 하며 / 노장사상의 현묘함을 생각해보고
정기의 조화로움을 호흡하여 / 지인(至人)과 닮아지기를 구해본다.
학문에 통달한 몇몇 사람과 / 도를 논하고 책을 강술하며
하늘과 땅을 내려다보고 올려보며 / 고금의 인물을 종합하여 평가해 본다.
남풍의 전아한 가락을 타보고 / 청상곡의 미묘한 가락을 연주한다.
세상을 초월한 위에서 놀며 / 천지 사이의 사물을 곁눈질하며
세상일에 책임을 지지 않고 / 타고난 목숨의 기간을 영원히 보존한다.
이와 같이 하면 은하계를 넘어서 / 정신이 우주 밖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니
어찌 제왕의 문으로 들어감을 부러워하겠는가!
첫댓글 조선시대 유명 화가들의 닭 그림을 찾아내고, 보충 자료를 찾아내며 새해를 맞았습니다.
아쉽게도 마지막 그림의 제목을 찾지 못했습니다.
단원이 그린 그림이라는 것은 아는데 아마도 어느 그림의 부분인것 같습니다. 제목을 아는 분이 계신가요?
닭을 주제로한 조선 시대 화가들의 그림이 넘 좋아 보고 또 보고...
명화 감상, 정말 고맙고 감사합니다. 이민혜선생님^~^
닭을 주제로한 조선시대의 그림을 여기저기 뒤적여 찾아 내고 공들여 정리하며 저 자신도 많은 공부를 했습니다.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