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에이저로 들어설 무렵의 어느 가을날
국화꽃은 교정에 만발하여 피어 있는데
수업시간에 도통 공부는 하지 않고
창밖만 내다보고 있을 때
수학선생님은 열심 내어 인수분해를 설명하실 때
어떤 친구로부터 편지 한 통을 건네 받았다.
이름하여 '1st love letter'
이크~ 드뎌 내게도 올게 왔구나!!
가슴엔 설렘이 있었고 먼저 받은 다른 친구들에게
속으로 부러움도 가졌기에 너무 반가울 일이었지만
겉으론 냉정한 척 해야만 했다
그날 어찌 하루가 지났는지도 모른다
복도에서 나를 반기시는 선생님을 못 알아봐
머리를 꽁~한 대 얻어맞기도 하고
아무튼 짙게 풍겨오는 국화꽃향기 말고는 기억되는 게 없다.
누구 나가 그랬듯이
정성스럽게 보내온 편지는 한 쪽에 팽개치듯 해야했다
지금 젊은이들에겐 이해 가지 않겠지만
그 당시의 풍속도 라고나 할까?
그리하여
큰 용기 내어 내게 편지 보낸 그 소년은
무참하게 자존심이 구겨져야만 했다
얼굴이 둥글고 시골에서 보기 드문 하얀 피부에
수줍음인지 두 볼엔 항상 붉은 기가 도는 듯한
그런 남학생 이었다
그 뒤로도 몇 통의 편지를 보내왔지만
난 새침데기 여학생이 결코 아니었을텐데도
답을 보내주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왔다
난 그 소년으로부터 기막힌 크리스마스카드를 받았다
그 애는 나를 처음 알고 혼자서 애달다가 편지 보내고...
꿈에 부풀어 다가 올 크리스마스에 보낼 카드까지 정성스럽게 만들어
내게 전할 날만 기대하고 있었는데
무반응의 소녀에게 그만 화가 나고 말았다
카드 만든 공들임이 아까워 그냥 버릴 수는 없고
그래서 우리집 앞에 지키고 있다가
내가 나타나자 구깃구깃 구겨서 내게 던지고 도망가는 것이었다
구겨진 카드를 받고 그 소년의 마음을 헤아리긴 했지만
난 어쩔 수 없이 그를 몰라라 해야 했다.
겨울이 깊어가고 유난히 눈이 많이 쌓였던 날!
친구들과 함께 그 애 집 앞을 지났을 때
그는 멀리서 내게 한 웅큼의 눈덩이를 던졌었다
아주 원망스러운 모습을 하고...
눈 뭉치를 던지던 그날 이후 그 애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그 애가 다시는 내 앞에서 서성이지 않았으니까.
-젊은태양-
**이 가을이 가기 전에 일기를 쓰고 싶어
**퀘퀘묵은 옛날로 돌아가 보았답니다
**정말로 **그 소년과(??) 연락 할 수 있다면
**미안하단 짧은 엽서라도 보내고 싶은
**그런 마음이 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