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646) - 한반도를 관통한 태풍 솔릭
어제(8월 23일)는 24절기 중 14번째 절기인 처서로, 여름이 지나 더위가 가시고 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는 날이다. 아내는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속담을 인용하며 모기와 함께 무더웠던 여름 물러가고 서늘한 바람 불어오기를 축수한다.
때에 맞춰 제19호 태풍 ‘솔릭’이 이날 새벽부터 제주지역에 강풍과 함께 많은 비를 쏟아 부었다. 한라산 진달래밭(해발 1500m)에는 초속 62m의 기록적인 강풍이 몰아쳤고, 제주도를 비롯한 곳곳에 300mm 내외의 폭우가 쏟아졌다. 이와 함께 항공기와 여객선 운항이 중단돼 수 만 명의 발이 묶였다. 제주도에서는 젊은 여성이 파도에 휩쓸려 실종되고 담양에서는 빗길 교통사고로 두 명이 목숨을 잃기도.
태풍 솔릭이 근접하자 빛고을노인건강타운은 23일 오후부터 휴관에 들어갔다. ‘태풍으로 인하여 어르신들의 안전을 위해 부득이하게 휴관하게 되었습니다. 1. 오늘 8월 23일(목) 1시부터 휴관합니다. 2.내일 8월 24일(금)도 휴관합니다. 모든 프로그램, 셔틀버스, 식당 운영 안합니다.’

태풍 직전의 먹구름 속에 건강체조하는 빛고을 어른들
이와 관련 대통령은 교육청과 일선 학교를 포함한 전국의 모든 교육기관이 임시휴교와 등하교 시간 조정 등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방법을 적극적으로 강구해 달라고 당부했다. 행정안전부와 광주광역시에서도 문자가 날아든다. ‘오늘 15시 20분, 광주⸱전남 태풍경보. 위험지역 접근금지, 논밭관리행위 자제, 낙하물 주의 등 안전에 유의바랍니다. 행정안전부’ ‘태풍 솔릭 23일 자정 광주와 가장 근접한 해상 지날 예정, 안전을 위해 열린 창문 없도록 주의하고 외출 자제 바랍니다. 광주광역시’
광주⸱전남에서는 강풍으로 가로수 100여 그루가 쓰러지는가 하면 6,200여 가구가 정전으로 불편을 겪었다. 우리 아파트도 그 중 하나, 24일 이른 아침에 전등을 켜니 불이 안 들어온다. 경비실에 물어보니 새벽 4시경 아파트 인근 변압기가 강풍 때문에 폭발하여 정전이라는 대답, 다행히 두 시간여 만에 복구되어 큰 불편을 덜었다. 신속 복구한 한전과 관계자들의 대처에 감사.
태풍 솔릭을 겪으며 이에 관한 흥미로운 정보도 접하였다. 기상청에 따르면 솔릭은 23일 오후 9시 현재 전남 목포 남서쪽 약 70km 부근 해상에서 북동쪽으로 이동 중. 중심기압 975hPa, 최대풍속 초속 32m, 강풍 반경 290km로 크기가 소형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강한 위력을 지니고 있다. 솔릭은 22일 밤까지만 해도 충남 서해안에 상륙해 수도권을 관통할 것으로 예측하였으나 23일 밤 전남 진도를 거쳐 오후 11시 전남 목포에 상륙했고 24일 오전 7시 대전 동남방을 지나 오전 11시 경 동해로 빠져나갔다. 23일 오전 한때 이동속도가 시속 4km까지 느려지기도 했지만 방향을 북동쪽으로 튼 뒤 속도가 빨라졌다. 한반도 상공을 지날 때는 시속 30km 안팎에 이르기도. 기상청은 한반도 주변을 둘러싼 기압계가 흔들리면서 경로가 바뀐 것으로 보고 있다. 솔릭은 당초 한반도 동쪽에 자리 잡은 고기압에 의해 서쪽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20호 태풍 시마론이 일본과 동해를 향해 빠르게 북상하며 고기압을 약화시켰고, 고기압에 밀려 있던 솔릭이 다시 동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인접한 두 개의 태풍이 서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후지와라 효과에 의해 경로가 틀어졌다는 해석도 있다. 한 기상 전문가는 같은 성질을 가진 기압은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며 두 태풍이 상호 작용을 일으켜 솔릭을 동쪽으로 끌어당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19호 태풍 솔릭 예상경로
몇 십 년 후에는 한반도의 태풍이 두 배로 증가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 내용은 이렇다.
‘어느 날 인터넷 게시판에서 이런 글을 본 기억이 있다. “일본은 고마운 나라다. 자연재해는 모두 다 막아주기 때문이다.” 반일감정을 희화적으로 표현한 것이겠지만, 말 자체는 과학적으로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일본열도는 한국을 감싸고 있어 해일과 지진을 적잖게 막아준다. 태풍도 마찬가지다. 한반도를 향하던 태풍이 일본을 지나면서 진로가 바뀌거나 위력이 크게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일본의 비호(?)를 기대하긴 어렵게 됐다. 앞으로 더 강력한 태풍이, 더 천천히 이동하면서, 더 자주 한반도를 찾을 것으로 보여, 한반도도 일본처럼 태풍의 길목에 놓일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태풍은 적도 부근의 뜨거운 공기를 순환시키는 지구의 자정적 시스템이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로 최근엔 양상이 달라졌다. 더 뜨거워진 바다는 크고 강력한 태풍을 만드는데, 이미 극지조차 더워져 태풍의 이동 속도가 느려졌다. 강해진 태풍이 더 긴 시간 동안 큰 피해를 낳는다는 뜻이다. 지금 한반도를 할퀴고 있는 19호 태풍 솔릭도 이런 온난화형 태풍의 대표적인 사례다. 온난화형 태풍의 등장은 과학자들에 의해 이미 예견돼 왔다. 얼마 전 미국 해양대기청 연구진은 세계적으로 태풍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으며, 속도도 계속 느려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한반도 인근에서 태풍이 특히 자주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슷한 연구 결과를 국내 연구진도 내놓은 적이 있다. 2016년 서울대, 부산대, 한국해양대, 극지연구소 등이 홍콩시립대 등 해외 연구진과 공동으로 아시아의 태풍 발생빈도를 분석한 결과 2100년에는 한반도를 찾는 태풍의 수가 지금보다 2배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면 언제든 제2의 솔릭이 찾아와도 놀랍지 않다.‘(동아일보 2018. 8. 24 전승민의 ’2100년 한반도, 태풍이 2배 증가한다는데,,,‘에서)
태풍 솔릭을 통하여 ‘태풍 전야’와 ‘태풍 일과 후’를 실감하였다. 며칠 전부터 태풍 솔릭이 상륙한다는 예보가 이어졌는데 큰 바람이 불기 전까지 고요한 상태가 오래 지속되었고 정작 태풍이 지나면서 예상보다 큰 피해를 주지 않고 빠져나가 한시름 놓았다. 이를 감사하며 느긋한 마음으로 아내와 커피 잔을 부딪쳤다. 불의의 변을 당한 이들에게 애석의 뜻을 표하며.
첫댓글 태풍 솔릭의 영향에도 살아남은 장독대입니다!
ㅋㅋ벽돌이 참 야물어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