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수 KOTRA 다롄무역관 과장
개인적으로 그동안 중국을 수천 년에 걸쳐 지리적,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면서 각기 다른 문화가 꽃피운 신문물의 집성지로 인식하고 있었다. 한중수교 이후 연해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한국 투자기업이 중국에 진출했던 모습이 인상적이라 그렇게 다가왔던 것 같다. 하지만 나의 첫 해외근무지인 다롄을 중국의 어느 한 도시로만 치부할 수 없어 이번 기회에 아직은 다롄이 낯선 이들에게 다롄시 소개와 함께 다롄시의 잠재력을 살펴보고 싶다.
다롄은 동북3성을 대표하는 항구도시로 한국인에게는 랴오둥반도(遼東半島)에 위치한 도시로도 잘 알려져 있다. 다롄이 위치한 동북지역은 예전부터 한반도에서 중국으로 진출하기 위해 거쳐야만 했던 관문으로 우리나라와 사회·문화·경제적으로 많은 영향을 주고받아 한국인에게는 여러모로 친숙한 지역이다.
먼저 다롄의 산업구조를 살펴보면 조선, 장비제조, 석유화학 등 중공업 위주의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이곳에 위치한 다롄조선소에서는 우크라이나 항공모함을 개수해 중국 최초의 항공모함인 랴오닝함(辽宁舰)을 완성했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는 중국의 첫 자국산 항공모함 건조에도 성공했다.
최근에는 IT 서비스업의 발전도 눈여겨 볼만 하다. 국가급 산업단지인 소프트웨어파크(大连高新区, 대련고신구)에는 인텔, 소프트뱅크 등 해외 유수의 IT기업이 입주해 IT 아웃소싱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다롄시의 소프트웨어 수출액은 32억 9천만 달러(2016년 기준)로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한다. 일본의 IT기업인 라쿠텐(Rakuten)도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기술개발과 중국사업 확장을 위해 베이징, 상하이에 이어 이곳에 입주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직원 채용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또한 다롄은 동쪽으로는 황하이(黄海) 서쪽으로는 보하이(渤海)를 바라보고 있는 해안지역의 특성과 역사 유적지를 바탕으로 관광 서비스업도 함께 발달한 도시이다. 도시 내에는 고전적 양식과 서양 현대식 건물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이국적인 느낌도 든다. 유원지, 해수욕장, 공원 등 관광시설이 잘 정비되어 있어 무더운 여름철 많은 관광객이 다롄을 찾는다.
다롄시의 자랑거리는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일찍이 도로, 항만, 지하철, 주거환경, 학교, 병원 등 SOC(사회간접자본)를 확충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했다. 1990년대부터 도시 곳곳에 광장과 공원을 조성하는 녹화사업을 추진한 결과 오늘의 현대적인 다롄의 모습이 갖춰졌다. 많은 지원 덕분에 동북3성 도시 중 가장 먼저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었고, 2017년 다롄시의 총 GDP는 7363억 위안, 월 평균급여는 6446 위안으로 동북3성 내 1위를 유지하며 오랫동안 동북3성의 경제중심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랴오닝성 정부와 다롄시는 국가정책인 ‘중국제조2025’ 제조업 육성정책에 따라 다롄지역 자역무역시범구 내 입주한 둥펑닛산(东风日产) 체리자동차(奇瑞汽车) 등 완성차 제조기업과 자동차부품기업의 입주 및 생산을 지원하고 있으며 창싱다오(시중다오 포함)에는 석유화학산업단지(大连长兴岛(西中岛)石化产业基地)가 들어서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다롄시를 대표할 수 있는 산업단지가 조성되면, 산업의 기반이 제조업이기 때문에 우선 고용이 늘어나고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증가한다. 이후에는 가계 소득의 일부가 소비·지출로 이어져 지역 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그렇다면 생산과 소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줄 다롄시의 신성장동력은 무엇일까? 난 문화·서비스업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요즘 중국에는 자기계발, 자기관리를 위해 소비하는 개성 넘치는 소비자가 늘면서 신소비(新消费), 품질소비(品质消费)가 화두인데 다롄인의 특성에 맞는 잠재 소비시장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길을 걷다보면 유독 키가 크고 멋진 옷맵시와 균형 잡힌 몸매를 뽐내는 사람들을 자주 마주친다. 중국 전역에서 활동하는 왕홍(网红) 중 30%가 동북3성에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또 활동적이고 사회성이 높아 야외활동을 좋아하는 이가 많다. 주말이면 시내 광장에 모여 배드민턴, 농구 등 다양한 운동을 즐기거나 관광도시의 이름에 걸맞게 가족 단위로 나들이 가는 풍경을 자주 본다. 자신만의 개성을 패션 또는 스포츠 등 자기 스타일로 표출하는 다롄인의 특성을 잘 파악하면 중국의 신트랜드를 선도하는 소비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다.
인구밀도가 낮은 다롄은 여유롭고 조용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곳이고 오염이 없고 도시환경이 우수해 아이를 키우기에도 좋은 곳이다. 중국 내에서도 오염이 없고, 도시환경이 우수한 도시로 알려져 있다. 최근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서비스, 사회복지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의료기기, 헬스케어(Health Care) 시장이 커지고 있다. 다롄시 정부도 다롄이공대학교를 중심으로 의료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민간 영역에서는 노인층을 타깃해 중의학과 양로서비스를 결합한 의료서비스를 내놓고 있어 관련 소비시장도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들어 출산율은 저조 하지만 자녀를 위해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부모도 늘고 있다. 2017년 다롄시의 출생아는 6만 26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보다 9279명 줄어든 수치지만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아동산업의 규모는 커지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 어느 백화점에 가더라도 한층 전체를 아동복 매장, 놀이방, 문화센터 등 아동전문관으로 꾸민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아동산업이 빠르게 발전하는 이유는 우선 부모의 육아부담을 덜어줄 수 있고, 아이의 사회성 발달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마음이 넓고 인정미가 넘치는 다롄인들에게 자녀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은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이밖에도 랴오닝성자유무역시범구(中国(辽宁)自由贸易试验区) 출범을 계기로 전자상거래 활성화가 예상되고 중국 동북지역의 물류허브로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편리한 교통과 물류 인프라를 갖춘 다롄은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인접해 국가간전자상거래(跨境电商,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를 활용한 교역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전부터 많은 산동인(山东人, 산동지역 사람)이 다롄으로 이주해 오면서 다롄은 개방적인 도시로 알려져 있고, 일본기업이 많이 진출하면서 일본과 문화교류도 활발하지만 더 많은 지역과 교류를 늘려야 한다. 다롄에는 이미 경제성장을 위한 기반 시설이 갖춰져 있다. 지역의 특색에 맞게 새로운 수요를 찾아 나서면 도시 발전의 새로운 추진동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다롄에서 한번 더 기업의 뜨거운 관심과 신소비시장의 열기가 일어나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