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종기도는 전례가 아니기 때문에 이 기도와 관련한 규정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교회 전통 안에서 이어온 기도의 관습은 “어느 모로든 전례에서 이끌어 내고 백성을 전례로 이끌어들여 전례와 조화를 이루도록 마련되어야”(전례헌장 13항) 하므로, 이 관습에 대해 전례 규정을 바탕으로 설명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삼종기도를 바칠 때는 무릎을 꿇습니다. 무릎을 꿇는 것은 ‘무릎 절’의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며, 무릎 절은 성체께 대한 흠숭을 뜻합니다.(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274항) 성체는 주님의 몸이며, 이 몸은 ‘말씀이 사람이 되신 신비’의 결정체이므로, 육화 신비에 대해서도 같은 무릎 절로 흠숭을 드립니다. 결국, 삼종기도는 주님의 육화 사건을 기억하고 그 신비를 흠숭하며 바치는 기도입니다.
미사의 신앙고백 중 “또한 성령으로 인하여 동정 마리에게서 육신을 취하시어 사람이 되셨음을 믿나이다.”(신경), “성령으로 인하여 동정 마리아께 잉태되어 나시고”(사도신경) 대목에서 ‘깊은 절’을 하는 이유도 이와 같습니다.
그러므로 삼종기도의 “이에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부분에서 다시 절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미 육화 신비를 흠숭하며 무릎을 꿇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부활시기와 주일(주님께서 부활하신 날)에는 일어서서 기도하는데 이는 부활을 드러내는 자세입니다. 특히 부활시기에는 “하늘의 모후님, 기뻐하소서. 알렐루야.”로 시작하는 부활삼종기도를 바칩니다. 부활시기가 아닌 주일에 서서 기도하거나 건강이나 다른 이유로 서서 기도한다면 이때는 “이에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부분에 깊은 절로 흠숭을 표하는 것이 적절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