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근무했던 학교 근처에 보육원이 있었다. 학교 후문에서 제법 가까운 거리에 있었던 보육원은 길가에 인접해 있어서 지나가는 사람들 눈에 잘 띄었다. 보육원 건물은 꽤 많았다. 몇 동은 되어 보였다. 그런데 아이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모두 안에 들어가서 밖에 안 나오는 건지 조용해 보였다.
6학년 담임을 맡았던 때에 우리 반 아이 중에 보육원에서 온 여자아이가 있었다. 보육원에 다닌다는 것은 담임인 나만 알고 있지 반 아이들은 모른다. 그 친구는 수업 시간에도 쉬는 시간에도 늘 조용하다. 좀처럼 말을 하지 않았다. 친구들과도 교류가 거의 없었다. 그러던 중에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고 마음이 열렸는지 자신의 삶의 스토리를 쭉 이야기해 주었다. 듣던 중에 약간 의문이 드는 부분이 있긴 했다. 과연 사실 그대로 이야기하는 건지 바람을 이야기하는 건지.
그 친구는 그 해를 다 마무리를 하지 못하고 어디론가 전학을 가버렸다. 아마도 입양을 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황선미 작가의 『빛나는 그림자가』도 보육원에 있던 두 아이가 입양되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겉으로 보기에는 행복하게 살아가는 듯하지만 어느 순간에 그들의 약한 점을 알고 있는 그림자가 발목을 붙잡는 순간이 다가온다. 사랑에 목마르고 정에 약한 이들은 친구들과 관계에 있어서도 쉽게 이별을 하지 못한다. 고집을 부리는 이유도 자신의 그림자를 밟히지 않기 위함일 수 있다.
작가는 이들이 가지고 있는 그림자를 빛나는 그림자로 해석한다. 지금 당장 성장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살아왔던 상처와 아픔이 도드라지게 나타나지만 이 또한 살이 되고 피가 되어 빛이 나는 그림자가 될 것이라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그림자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빛나는 그림자가 될 수 있음을 위로와 격려의 눈으로 바라본다.
보육원에 다니는 친구를 담임했을 때 조금 더 친구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내가 해 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그 친구는 지금 어떻게 생활할까? 이제 30대 중반의 성인이 되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