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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2023 인터내셔널 부커상 수상작. 한 남성이 알츠하이머 환자들을 위해 과거를 완벽히 재현한 클리닉을 만들게 되며 일어나는 일을 다룬 장편소설이다. 미래와 현재의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타임 셸터, 즉 ‘시간 대피소’를 만든다는 일면 SF적이기도 한 설정 속에서 작가 특유의 날카로운 통찰과 시적인 문장들은 더욱 빛을 발한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시계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으로부터 이 작품이 시작되었음을 밝혔다. 브렉시트라는 충격 이후, ‘위대한 과거’를 들먹이는 보수적 포퓰리즘이 만연한 세태 속 공중에 떠다니는 불안의 냄새를 맡으며 그는 세계가 이미 과거라는 팬데믹을 겪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변화를 감지하는 이토록 날선 감각에서, 영원한 과거와 노스탤지어를 향한 그릇된 욕망이 불러올 위험에 대한 한 편의 놀랍도록 시의적인 사고실험은 시작되었다.
과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사람은 얼마만큼의 과거를 감당할 수 있나? 기억을 잃은 자의 정체성은 어디로 가는가? 시간이라는 새로운 국경이 생긴다면, 그것을 어떻게 통제하고 배치할 것인가? 『타임 셸터』는 시간과 기억, 그리고 정체성에 대해 묵직하고 중요한 질문을 던지며 사유를 촉발한다. 펀치를 날리는 문장, 비밀스럽고 매혹적인 인물, 독창적인 문학적 실험을 하나의 작품 속에 담아내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개념을 전복시키고 ‘시간’을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고찰하게 한다.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따라가면 낄낄 웃다가도 등골이 서늘해진다. “이 작품으로 그는 우리 시대의 대체 불가능한 작가이자 거장으로 자리매김했다”는 부커상 심사위원단의 평이 보여주듯,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는 『타임 셸터』를 통해 대체될 수 없는 고유한 스타일을 탄생시켰다. 태연하게 아름다운, 다시는 닫지 못할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열었다.
목차
Ⅰ 과거 요법 클리닉―13
Ⅱ 결정―177
Ⅲ 본보기로 선택된 한 나라―205
Ⅳ 과거회귀 국민투표―327
Ⅴ 신중한 괴물들―379
에필로그―447
감사의 말―453
옮긴이의 말: ‘그리운 옛날’의 아늑하고도 두려운 위안―457
저자 및 역자소개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 (Georgi Gospodinov) (지은이)
불가리아를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시인, 극작가. 유럽에서 가장 인지도 있는 불가리아 작가 중 하나로, 날카로운 통찰이 빛나는 유머와 아름다운 문장이 특징적이며 동유럽의 프루스트라고도 불린다. 1968년 불가리아 동부 얌볼에서 태어났다. 소피아대학교에서 불가리아어학을 전공했으며 시(詩)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첫 장편소설인 『자연 소설』(1999)이 전 세계 23개 언어로 번역되면서 독자와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발표한 『슬픔의 물리학』(2012)으로 불가리아 내셔널 어워드 소설 부문을 수상했으며 이탈리아와 독일에서 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세번째 장편소설인 『타임 셸터』(2020)로 2023년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하며 이 상을 수상한 최초의 불가리아 작가가 되었다. 『타임 셸터』는 미스터리한 남자 가우스틴이 알츠하이머 환자들을 위해 과거를 정교하게 재현한 클리닉을 만들게 되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 독특하고 지적인 작품이다.
민은영 (옮긴이)
고려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중이며, 옮긴 책으로 『사라진 것들』 『거지 소녀』 『사랑의 역사』 『남자가 된다는 것』 『어떤 날들』 『곰』 『칠드런 액트』 『프란츠 카프카의 그림들』 『존 치버의 편지』 『여름의 끝』 『에논』 『내 휴식과 이완의 해』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