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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철학책을 함께 읽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독서 모임에 초대하는 거부할 수 없는 제안
‘철학’ 하면 떠오르는 것은? 영원한 진리, 지혜나 위로, 까다로운 텍스트…… 이런 어제의 철학에서 벗어나 오늘의 철학을 읽어 보자는 제안. 철학책 편집자인 박동수는 출판 현장에서 동료들과 읽은 열 권의 철학책을 소개한다. 철학사의 고전이나 포스트모던 이론과는 완전히 다른 2020년대 한국에 도착한 신간은 지금의 우리를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민음사의 인문 시리즈 ‘탐구’의 첫 번째 권이다.
이 책에서 ‘철학책’이란 오늘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사유를 담은 저서를 말한다. 좁은 범위의 철학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학, 정치학, 인류학, 생태학 등을 넘나들면서 다양한 이슈에 근본적으로 개입하고 도전하는 책이다. 한국 사회는 젠더를 둘러싼 갈등, 문화 충돌, 세대·경제 격차와 같은 오래된 문제에서 극히 최근에 인식되기 시작한 기후변화까지 다층적인 위기를 겪고 있다. 2019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편집자 독서회를 통해 저자가 가려 뽑은 열 권의 철학책은 인간 내면의 위기를 들여다보는 존재론적 탐구에서 인간과 인간 사이의 문제를 탐구하는 사회철학, 인간과 물질의 얽힘을 탐구하는 신유물론이라는 새로운 철학적 접근까지 포괄한다. 요즘 철학이 어떤지 궁금하다면 반드시 참고해야 할 목록이다.
🏫 저자 소개
박동수
철학책 편집자. 경주에서 태어나 자랐다. 고려대학교 언어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출판예비학교 출판편집자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사월의책 출판사에서 편집장으로 재직 중이다. 인문학과 사회과학, 과학기술학과 현대사상의 새로운 조류에 관심이 많으며, 동료 편집자들과 함께 ‘편집자를 위한 철학 독서회’를 수년간 진행하고 있다. 서평지 《교차》의 기획위원이기도 하다. 기획하고 편집한 책으로 악셀 호네트의 『인정투쟁』과 후속 저작들, 안토니오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의 『공통체』, 알랭 바디우의 『비트겐슈타인의 반철학』,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리처드 로티의 『우연성, 아이러니, 연대』, 에두아르도 콘의 『숲은 생각한다』, 최훈의 『동물을 위한 윤리학』, 남기호의 『헤겔과 그 적들』, 박승일의 『기계, 권력, 사회』 등이 있다. 함께 옮긴 책으로 데이비드 건켈의 『리믹솔로지에 대하여』가 있으며 『장뤽 낭시 강의실』을 작업 중이다.
📜 목차
들어가며 철학책을 함께 읽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1부 타자들과 함께하는 삶
1장 정체성의 편집자들 - 『나와 타자들』(2019)
2장 친구도 적도 아닌 - 『관광객의 철학』(2020)
3장 21세기의 우리 - 『우연성, 아이러니, 연대』(2020)
2부 느긋하게 이어 가는 대화
4장 이 모든 것의 기원 - 『낭만주의의 뿌리』(2021)
5장 허무와 무기력의 시대 건너기 - 『모든 것은 빛난다』(2013)
6장 환대의 한계 지점 - 『사람, 장소, 환대』(2015)
3부 새로운 연결을 만드는 방법
7장 어색한 관계의 생산성 - 『부분적인 연결들』(2019), 『해러웨이 선언문』(2019)
8장 우리 너머의 우리 - 『숲은 생각한다』(2018)
9장 온몸으로 후퇴하기 - 『지구와 충돌하지 않고 착륙하는 방법』(2021)
감사의 말
참고 문헌
📖 책 속으로
우리는 누구도 가치를 주입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철학자 이졸데 카림에 따르면 우리는 다원화 시대를 살고 있다. 모두가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기에 어떤 것이 맞고 어떤 입장이 옳은지를 두고 끝없이 다투는 시대, 다양한 정체성들이 서로 경합하는 시대, 동질적이고 통일적인 사회를 찾을 수 없는 시대다. 생활양식의 다원화, 인구의 다원화, 정체성의 다원화를 되돌릴 길은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함께 풀어야 할 첫 번째 문제란 바로 ‘우리란 무엇인가’다. 세대, 젠더, 계급, 인종, 민족, 장애 등으로 이토록 분열된 풍경 속에서 우리는 대체 무엇을 공유하고 있을까? 누구의 편을 들어야 할까? 이런 상황에서 철학이 기여할 수 있는 바가 있을까?
- 「들어가며」
모든 것에 비판적이고 회의적인 자율성의 상태로는 의미 있게 살아갈 수가 없다. 세계와의 공명을 놓치는 허무주의적 상태로 들어가 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로 공동체와의 공명에만 집중하면, 그 공명이 어떤 구조 위에 놓여 있는지에 대해 무감해지기 쉽다. 요컨대 우리에게 남은 문제는 감사하는 인간과 비판하는 인간 사이의 균형 잡기다.
오늘날 우리가 일상에서 처하는 아주 흔하고 피부에 와 닿는 사례로 이를 더 자세히 이야기해 보자. 윗세대가 저지른 잘못을 어떻게 비판할 것인가? 사람에게 큰 영향을 미친 작가나 정치인이 죽었을 때 그의 과오와 성취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것인가? 상사나 클라이언트와 의견이 부딪칠 때 얼마나 감사를 전하고 어떻게 적절하게 대응할 것인가? 이 각각의 경우들마다 우리가 혼란스러워지는 것은 일반화되기 어려운, 미묘하고 복잡한 사태들이기 때문이다. …… 과거에는 감사의 과도함이 정당한 비판과 문제제기를 사전에 막았다면, 오늘날에는 비판의 과도함이 상황도 맥락도 고려하지 않은 채 증오와 혐오의 연쇄를 불러오고 있는 셈이다. - 5장 허무와 무기력의 시대 건너기: 『모든 것은 빛난다』
새삼 고백하자면 한국에서 최신 인류학 책을 읽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여기에서 소개한 두 사상가들은 통상적 의미의 인류학을 행하고 있지도 않기에 더더욱 읽기가 쉽지 않다. …… 2022년에 들어와 ‘편집자를 위한 철학 독서회’ 모임에서 다른 편집자 동료들과 함께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나는 이 책을 그저 하나의 인류학 이론으로가 아니라 내 삶과 연결된 것으로 읽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4년 만에 다시 본 『부분적인 연결들』은 다른 무엇보다 인류학자 자신이 행하는 현장 연구 작업을 하나의 완결된 글로,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로 쓰는 일의 어려움을 고민하는 책으로 달리 보였다.
동료 편집자들이 솔직하게 나누어 준 독해 경험 속에서 나는 이 책이 현장에 있는 연구자들과 편집자들에게, 그리고 타인과 함께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그것을 글로 쓰려는 모든 사람들에게 더없이 유용한 책일 수 있음을 비로소 깨달았다.
- 7장 어색한 관계의 생산성: 『부분적인 연결들』(2019), 『해러웨이 선언문』(2019)
팬데믹은 우리가 공통 세계의 이상을 포기했을 때조차도 공통의 바이러스를 공유할 수밖에 없는 공동적 존재임을 드러냈다. 격리와 봉쇄라는 고통스러운 시련이 신기후체제에 적응할 수 있게 도와준 계기가 된 셈이다. 라투르 자신이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내가 줄곧 제안해 왔던 이것을 갑자기 모든 사람이 온몸으로 이해하기 시작했다.”
시인 김수영은 시를 쓰는 일이 “온몸으로 동시에 밀고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는데, 어쩌면 기후변화와 인류세라는 거대한 문제에 대처하는 일도 그와 같은 것인지 모른다. 그것이 생사가 걸린 문제, 온몸으로 싸워야 하는 문제가 될 때 우리의 세계관, 우리의 우주론, 우리의 생활양식, 결국 우리의 미래상 자체가 달라진다. 그렇다면 ‘온몸으로 후퇴하기’가 우리의 새로운 구호가 될 수 있을까?
- 9장 온몸으로 후퇴하기: 『지구와 충돌하지 않고 착륙하는 방법』
🖋 출판사 서평
우리는 여전히 철학책을 읽어야만 하는 것일까? 갈등과 혐오로 점철된 시대, 현란한 인공지능의 시대에 박동수는 이 질문과 정직하게 마주한다. 관조하기보다는 질문을 끌어안고 함께 뒹굴면서, 철학함의 가능성과 필요성을 끈질기게 되묻는다. 그러한 사유의 과정에서 반짝이는 것은 우리가 당면한 현재적 쟁점들에 철학적으로 개입하려는 의지다. 이 책은 그 의지가 바로 철학책을 통한 타자와의 ‘만남’으로 실현되는 현장을 보여 준다. 독자들 또한 그러한 만남에 동참하기를, 그럼으로써 사유의 비가역적인 소용돌이 속으로 함께 빠져들기를 자신의 경험을 근거 삼아 진솔하게 설득해 나간다. 철학책 독서 모임에 함께하자는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다.
- 박승일(『기계, 권력, 사회』 저자)
『나와 타자들』, 『관광객의 철학』에서
『지구와 충돌하지 않고 착륙하는 방법』까지
꼭 한번 읽어 볼 만한 철학책 열 권의 이야기
이 책에서 ‘철학책’이란 오늘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사유를 담은 저서를 말한다. 좁은 범위의 철학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학, 정치학, 인류학, 생태학 등을 넘나들면서 다양한 이슈에 근본적으로 개입하고 도전하는 책이다.
한국 사회는 젠더를 둘러싼 갈등, 문화 충돌, 세대·경제 격차와 같은 오래된 문제에서 극히 최근에 인식되기 시작한 기후변화까지 다층적인 위기를 겪고 있다. 2019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편집자 독서회를 통해 저자가 가려 뽑은 열 권의 철학책은 인간 내면의 위기를 들여다보는 존재론적 탐구에서 인간과 인간 사이의 문제를 탐구하는 사회철학, 인간과 물질의 얽힘을 탐구하는 신유물론이라는 새로운 철학적 접근까지 포괄한다. 요즘 철학이 어떤지 궁금하다면 반드시 참고해야 할 목록이다.
“우리란 무엇인가?”
오늘날 우리가 처한 곤경을 탐구하는
어색하고 생산적인 독서 모임의 시간
오늘의 철학책이 제공하는 중요한 시점은 세대, 젠더, 계급, 인종, 민족이 서로 다른 타자들 사이에서 우리 모두가 정체성 혼란을 겪는다는 것이다. ‘우리 안에는 우리가 너무도 많은’ 불안에서 비롯된 혐오가 현실 정치와 인터넷 세계를 뒤덮고, 소통의 자리는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이다. 『철학책 독서 모임』은 이에 ‘우리란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함께 고민하자는 제안을 던진다. ‘타자를 환대하라’는 식의 현대철학이 다원화사회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때 ‘나와 타자들’이 공존하는 우리의 의미는 모든 논의가 시작되는 출발점이다.
대학의 세미나실에서 업계인 모임까지 10년에 걸쳐 다양한 독서회에 참여한 저자 박동수는 개념 자체에 질문을 던지는 철학적 대화의 즐거움과 난감함을 정확히 알고 있다. 말문을 열기 번거로워서 고개만 끄덕거리거나, 이상한 얘기를 들었지만 모른 체하거나, 끝나지 않는 독백 아니면 침묵이 오가는 자리. 특히 철학책을 둘러싼 대화에서는 서로의 언어와 체험 자체가 의문시되기에 어색함이 극대화된다. 하지만 이 어색한 과정이 바로 소통의 실마리다. “그래도 계속 만난다. 그곳에서 뭔가 새로운 사유가 꿈틀대기 시작한다. 이때 철학책 독서 모임은 우리가 과거 경험을 넘어서 다른 경험들과 접속하는 일종의 만남 구역이자 지적인 교차로가 된다.”(16쪽)
새로운 세계를 보는
새로운 세대의 시각
공부와 삶을 잇는
인문 시리즈 ‘탐구’
민음사의 새로운 시리즈 ‘탐구’는 오늘날 한국 인문사회과학의 성과를 한눈에 보는 기획이다. 지금 주목해야 할 젊은 저자들이 자기 삶에서 나온 문제의식을 솔직하게 꺼내 놓고, 이론과 실천을 연결하는 제안을 독자에게 건넨다. 낯선 학문이 이곳에서 다시 해석되고, 각자의 현실이 새로운 길로 연결된다. 기존 인문학의 한계로 지적되었던 서양 학문 의존에서 벗어나 동료 학자와 또래 저자를 참조하고, 어려운 이론은 가까운 사례를 통해 풀어서 설명한다. 이는 학술서와 대중서로 양분된 독서 시장에 다리를 놓는 시도다. 철학, 과학, 문화 연구의 성과는 삶 속에서 공부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정당한 소유물이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나 함께!
손에 잡히는 판형으로
독자와 만나는 디자인
탐구 시리즈는 2020년 1월 창간해 2030 독자의 강력한 지지를 얻고 있는 인문잡지 《한편》 편집진이 만든다. 첫선으로 보이는 『철학책 독서 모임』, 『뭔가 배 속에서 부글거리는 기분』,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 3종과 나란히 정치철학, 도시정책학, 문화연구, 동물복지학 등의 분야를 아우르는 전체 10종 목록을 공개한다.
북디자인은 《한편》을 디자인한 유진아 디자이너의 작품이다. 민음사 로고에 쓰이는 서체 ‘산돌 60’으로 시리즈명을, 독립 활자디자이너 박진현의 ‘지백’으로 저자명과 책명을 나타냈는데, 이는 한국 문헌을 읽으며 한국어로 사유한다는 시리즈의 핵심 개념을 두 한글 활자로 표현한 것이다. 1세대 글꼴디자이너 최정호의 활자 디자인으로부터 만들어진 ‘지백’의 단단한 힘이 표지와 본문을 일관한다. 파격적인 판형의 빨간색 양장 제본과 감각적인 레이아웃에 집에서나 외출길에서나 일상 속에서 함께하려는 바람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