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당뇨는 산과 막걸리가 치료해 주었어요”

227일간 100명산 완등, 오직 등산과 막걸리로 당뇨병 치료해
중증 당뇨병 환자가 오직 등산과 막걸리만으로 나았다.
경기도 성남의 이창세(54)씨가 그 주인공이다.
몸에 이상이 생긴 건 작년 여름이었다. 걷잡을 수 없이 갈증이 몰려왔고, 몸이 피로해
졌다. 물을 마시고 또 마셔도 갈증을 채울 수 없었다.
하루에 10~15리터를 기본으로 마셨으니
화장실을 50번 넘게 들락거려야 했다. 그는 “잠들 만하면 소변이 마려워, 밤새도록
화장실 다니느라 잠도 못 잘 정도였다”고 심각했던 그때를 회상했다.
85kg이던 체중이 두 달 만에 64kg으로 줄었고, 토실토실하던 얼굴이 핼쑥해져
마주치는 사람마다 심각한 상황임을 짐작해 걱정할 정도였다고 한다.
“당뇨가 그렇게 무서운 병인 줄 몰랐어요. 세상 어떤 음식도 먹고 싶은 게 없고,
무조건 물만 마시고 싶었어요. 소변으로 영양분이 다 빠져나가니,
심할 때는 이틀에 1kg씩 살이 빠졌어요.”
지난해 11월 측정한 그의 공복혈당은 348mg/dL에 달했다.
공복혈당이 100mg/dL 이상일
경우, 당뇨병이라 진단하는 걸 감안하면,
그냥 당뇨가 아닌 심각한 중증 당뇨병이었다.
병원에서는 그에게 약물 치료도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며 인슐린 투여를 권했으나
약물치료와 함께 운동을 병행하는 방법을 택했다. 젊은 시절부터 등산을 즐겼던 그는
다시 등산을 시작했다. 그렇게 등산을 시작해 산 정상에 올랐는데,
사람들이 모두 붉은색 ‘블랙야크 100명산’ 수건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알고 보니 블랙야크에서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블랙야크 명산 100’에 참여한 이들이었다.
100명산을 오를 때마다 정상에서 사진을 찍어 인증하면 매장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를 주는 등 다양한 이벤트가 있었다. 목표 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여긴 그는
곧장 ‘명산 100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창세씨는 어릴 적부터 지독한 면이 있었다고 한다.목표를 정하고 마음먹으면 의지와
열정이 엄청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독하다는 말을 숱하게 들었다.
100명산 도전에도 이런 열정적인 면모는 그대로 드러났다.
올해 3월 16일 시작해 지난 10월 29일 도전을 마무리, 227일 만에 100명산을 올랐다.
거의 하루걸러 산에 갔다. 13일 연속 산행을 한적도 있었다. 절반 이상은 안내산악회를
이용했는데, 평균 새벽 6시에 집을 나가 밤 11시에 귀가하는 생활을 반복했다.
그는 약도 끊고 병원도 가지 않은 채 오로지 등산에만 집중했다. 안내산악회 내에서도
발이 빨라 늘 선두로 치고 나가 남들보다 1시간은 일찍 하산했다.
의사는 금주하라고 했으나 그는 매일 막걸리를 마셨다.
당뇨로 인해 두 달 만에 체중이 20kg이나 줄었던 이창세씨는 등산을 통해 건강을 되찾았다.그는 아침식사도 거의 하지않고 산행중에도 과일과 물만 마셨다.남들보다 일찍 하산하면
그 지역의 막걸리를 마시는 것이 그나마 가장 큰 영양분 섭취였다. 막걸리는 2~3병을 마시는데 평소 고기를 즐기지 않아 안주도 두부나 도토리묵 등만 먹었다.
산행 후 집에 오면 시간이 늦어 씻고 바로 잠을 자니, 제대로 된 식사는 없고
막걸리가 가장 큰 에너지원인 셈이었다. 방부제가 들어간 막걸리는 쳐다보지도 않으며,
꼭 생막걸리를 고집했다. 그는 “살아 있는 효모를 발효한 술은 막걸리밖에 없다”며
“식이섬유와 단백질, 비타민이 풍부하게 함유된 영양가 만점의 술”이라 극찬한다.
독한 산행과 막걸리 덕분이었을까. 그는 약도 끊고, 병원도 끊은 상태에서
혈당수치 120mg을 기록했다.체중 74kg으로 근육과 지방이 균형잡힌 상태로 돌아왔다.
100명산 다시 타고 백두대간 도전
“제 당뇨는 산이 치료해 줬어요. 당뇨에 좋다는 음식, 일절 먹은 게 없어요.
당뇨 약도 초반 두 달 먹고 안 먹었어요. 의사가 매달 오라고 했는데 안 갔어요.”
그는 “산에가면 교만한 마음과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모두 사라지고 편안한 느낌이
든다”며 “산의 공기가 맑아서 치료가 된 것이 아니라 마음이 편해서 치료가 된 것 같다”고 말한다.
어릴 적부터 산을 좋아했던 그는 대학입학과 동시에 대학산악부에 가입했으나 얼마안가
탈퇴했다. “나는 불같은 사람”이라 말하는 그는 직선적이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 선배들과 다툼이 잦아 곧장 나왔다고 한다. 졸업후 은행원 25년을 근무한 그는
“퇴직해 업무 스트레스가 적은 여유로운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숲해설가와 문화유산해설가 등의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숲해설가답게
“혼자 산행할 때는 천천히 걸으며 야생화를 보는 것이 큰 낙”이라 말한다.
이창세씨는 명산 100 도전을 마쳤지만 블랙야크에서 주관하는 또 다른 도전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100명산 다시 타기, 섬산 50개, 백두대간 종주, 서울둘레길, 이주의 명산, 역사문화탐방 등 매일 전국을 누빌 수 있는 산행거리를 엄청 쌓아놓았다.
“상대방이 아무리 잘해줘도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사람도 있고,선의를 악의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요. 상처를 주는 사람도 있고요. 하지만 산은 질투, 시기, 거짓말을 할 줄
모르고 늘 한결 같아서 좋아요.
특히 사방으로 트인 능선을 걷는 쾌감이 너무 좋아요.”
그에게 산은 ‘은인’ 같은 존재다. 때문에 산에 가면 나뭇잎 하나도 귀하게 여기며
자연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 노력한다. 이창세씨는 “앞으로도 제대로 산에 미쳐서,
신나게 산을 타고 싶다”고 함박웃음을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