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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멋진 날 – 사명산
1. 멀리 가운데는 화악산, 그 앞은 용화산, 앞 왼쪽은 죽엽산
눈을 뜨기 힘든 가을보다 높은
저 하늘이 기분 좋아
휴일 아침이면 나를 깨운 전화
오늘은 어디서 무얼 할까
창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은 가득한 걸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
바램은 죄가 될 테니까
(……)
살아가는 이유 꿈을 꾸는 이유
모두가 너라는 걸
네가 있는 세상 살아가는 동안
더 좋은 것은 없을 거야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 성악가 김동규가 노래한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가사 일부
주1) 가사 중 ‘너’는 나에게는 ‘산’이기도 하다.
주2) 이 노래는 원래 노르웨이 2인조 뉴에이지 밴드인 시크릿 가든(활동기간 : 1995 ~ 현재)의 “Serenade to
Spring”이라는 연주곡에 가사를 붙인 곡이다. 작사가 한경혜 씨가 이 곡에 가사를 붙였는데 가사를 쓸 당시 호주에
있었고, 그 때가 10월이었다고 한다.
▶ 산행일시 : 2023년 10월 21일(토) 맑음
▶ 산행인원 : 6명(악수, 버들, 다훤, 메아리, 하운, 해마)
▶ 산행코스 : 웅진리,선정사,△672.1m봉,문바위봉(1,004m),문바위,문바위봉,1,180m봉,사명산,용수암,선정사,
무량사,웅진리
▶ 산행거리 : 도상 15.3km
▶ 산행시간 : 7시간 25분(09 : 25 ~ 16 : 50)
▶ 갈 때 : 상봉역에서 전철 타고 춘천역으로 가서, 길 건너 버스승강장에서 양구 가는 시외버스 타고 웅진리에
서 내림
▶ 올 때 : 웅진리에서 (양구에서 춘천 가는)시외버스 타고 춘천시외버스터미널로 와서, 저녁 먹고 남춘천역에서
전철 타고 상봉역으로 옴
▶ 구간별 시간
06 : 53 – 상봉역
08 : 18 – 춘천역
08 : 48 – 양구 가는 시외버스 출발
09 : 25 – 웅진리 버스승강장, 산행시작
10 : 16 – 선정사(宣正寺)
11 : 10 - △672.1m봉
11 : 21 – 임도
12 : 12 – 점심( ~ 12 : 52)
13 : 10 – 문바위봉(1,004m)
13 : 23 – 문바위, 칠성탑
13 : 39 – 문바위봉(1,004m)
14 : 17 – 1,146m봉
14 : 46 – 사명산(四明山, △1,198.6m), 휴식( ~ 15 : 02)
15 : 10 - ┣자 갈림길, 오른쪽은 웅진리(선정사) 5.1km. 오른쪽으로 감
15 : 43 – 임도, 사명산 1.9km, 웅진리 3.3km
15 : 58 – 용수암(龍水庵), 임도
16 : 22 – 무량사(無量寺)
16 : 50 – 웅진리, 산행종료
17 : 55 – 춘천 가는 버스 탐
18 : 35 – 춘천시외버스터미널, 저녁
20 : 45 – 남춘천역
22 : 00 – 상봉역
2. 산행지도(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양구 1/25,000)
그날의 일기를 새벽하늘 샛별로 가늠하는데 오늘 새벽은 샛별이 보이지 않는다. 날이 흐리려나 보다. 그도 그럴 것
이 춘천 가는 전철 창밖의 풍경은 음울하다. 청평 가평은 비가 내린다. 그랬는데 춘천에 도착하자 날씨는 거짓말처
럼 맑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공활하고 쾌청하다.
춘천역 앞 대로를 건너 버스승강장에서 양구 가는 시외버스를 탄다. 시외버스가 예전과는 다르게 28인승 우등버스다.
버스는 춘천 시내를 벗어나자 쾌속으로 달린다. 몇 개 버스승강장을 거치지만 타고 내리는 손님이 없어 무정차로
달린다. 웅진리 버스승강장이 금방이다. 양구를 8km 앞둔 웅진2터널 입구다. 웅진리 마을은 비탈길을 내려 아프리
카 돼지열병 방지용 철조망 문을 열고 구 도로인 소양호로로 내려가야 한다. 소양호로 호반 길을 0.5km 정도 가면
웅진리 마을회관이 나온다. 사명산은 여기서 왼쪽의 대길교를 건너자마자 능선에 붙어도 갈 수 있지만 그쪽 능선 길
은 너무 멀다.
선정사(宣正寺) 쪽으로 간다. 선정사까지 대로 2.3km이다. 도로 주변의 밭두렁에 핀 산국을 구경하다 도로가에 떨
어진 사과대추를 줍다가 뒤돌아 소양호 주변 산릉을 바라보다 고개 들어 사명산 푸짐한 품을 우러르노라니 조금도
지루한 줄 모르고 간다. 사명산의 넓고 푸짐한 품은 우리더러 어서 와서 안기라고 몸짓하는 것 같다. 선정사가 고즈
넉하다. 마당에 깔린 낙엽과 뜰 돌 틈에 핀 산국, 석등, 여래입상 등이 이 가을 쓸쓸한 풍경이다. 선정사 본전은 약사
전이다.
선정사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비탈진 사면에 자리 잡은 용수암(龍水庵)이 나오고, 그 아래 왼쪽에 등산객을 위한
그리 넓지 않은 주차장이 있다. 대로는 비포장 임도로 이어진다. 임도 따라 산굽이 돈다. 그중 가장 통통한 지능선의
산모퉁이에 올라 잠시 휴식하며 숨을 가다듬고 나서 오른쪽 생사면에 달라붙는다. 내 오룩스 맵에 –지정등로가
아니라도 웬만한 인적은 표시되어 있다-없는 흐릿한 인적이 보인다. 가파르다. 발자국계단을 만들어 한 발 한 발
기어오른다.
우리가 가는 길이 흔히 그러하듯 잡목과 키 큰 풀숲이 우거졌다. 안면 블로킹하고 더킹 모션하며 헤쳐 나아간다. 한
바탕 땀나게 힘쓴다. △672.1m봉이다. 삼각점은 ‘양구 460, 2007 재설’이다. 능선 마루금 꼭 붙들고 풀숲 헤쳐 10분
정도 진행하여 임도가 지나는 야트막한 안부다. 곧바로 절개지에 올라선다. 발돋움하니 멀리 조망이 트인다. 가리
산, 가리봉, 설악산 대청봉, 신선봉이 하늘금이다. 이러니 더 높은 곳을 향하여 발걸음이 바빠진다.
방금 전 △672.1m봉을 오를 때보다 등로 상태는 한결 나아졌다. 이번에는 잡목 아닌 덕순이가 발목을 붙든다. 사명
산을 자기 집 안방인양 드나들다시피 했던 더산 님이 이곳은 미처 몰랐으리라. 덕순이가 왜 싸리나무와 친하게 지내
는지를 알 것 같다. 둘이 동시에 자라서 동시에 진다. 계절마다 잎과 줄기 색깔이 서로 비슷하다. 지금은 노랗다.
덕순이를 보려니 기꺼이 삼보일배 한다. 사명산(四明山)이 명산(名山)이다.
3. 춘천 가는 열차 차창 밖으로 본 검봉산(오른쪽)과 삼악산(왼쪽)
4. 웅진리 소양호, 멀리 왼쪽 뒤는 바위산과 매봉(왼쪽), 그 앞은 계명산
5. 사명산 연릉
6. 멀리는 가마봉, 소뿔산, 백우산 등 연봉
7. 앞은 도솔지맥과 죽엽산, 멀리 가운데는 화악산
8. 멀리 가운데는 가리산
9. 맨 왼쪽은 앞부터 종류산, 부용산, 오봉산
10. 문바위 칠성탑
11. 멀리 왼쪽이 가리산
12. 멀리 왼쪽은 가마봉, 소뿔산 연봉
13. 오른쪽 뒤 능선이 도솔지맥
사면 쓸다 능선마루에 올라 점심밥 먹는다. 어느덧 산정에는 찬바람이 일어 라면이 한층 맛 나는 계절이다. 별스런
일도 다 있다. 자리 펴고 둘러앉아 양재기에 탁주를 따르니 벌들이 떼로 몰려든다. 벌들이 술을 탐하여 잇달아 술잔
에 빠져들고 헤어나지 못한다. 익사라기보다는 취사(醉死)하기 예닐곱 마리나 된다. 만복이것다 덕순이와 아쉬운
작별을 하고 주릉 문바위봉을 향한다. 하늘 가린 숲속 가파르고 긴 오르막이다.
문바위봉. 조망은 키 큰 나무숲에 가렸다. 오늘 산행을 시작할 때 가보리라 하고 벼렸던 문바위였는데 게을러졌다.
여기서 곧장 가는 사명산 정상(2.4km)도 만만하지 않은 거리다. 문바위(0.6km)가 왠지 멀게만 느껴진다. 문바위의
조망이 사명산 정상의 그것보다 더 낫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이 우세했다. 문바위봉을 내리고 안부를 지나려니 아무
래도 마음 한 구석이 께름칙하다. 지난봄날에 그쪽을 지났는데 그때는 비가 내리고 안개가 자욱하여 아무 것도 볼
수가 없었다.
그랬던 그곳의 조망은 또 어떨까 새삼 궁금하다. 이에 더하여 하운 님이 문바위에 가지 않느냐고 부추긴다. 간다.
배낭 벗어놓고 다니러간다. 왕복 30분이면 될 것. 달음박질한다. 문바위봉을 다시 올랐다가 쏟아져 내리고 추곡약수
쪽으로 가는 ┣자 갈림길에서 오른쪽 산허리를 길게 돌아내린다. 우르르 닫는 내 발끝에 차이는 자갈은 총알처럼
사방으로 비산하고, 낙엽은 일진광풍을 만난 듯 방향 없이 흩날린다. 이때만큼은 내 기세가 아래 작자미상의 옛시조
와 같다.
대붕(大鵬)을 손으로 잡아 번갯불에 구워 먹고
곤륜산(崑崙山)을 옆에 끼고 북해를 건너뛰니
태산이 발끝에 차이어 왜각대각 하더라
문바위. 바위 사이가 깊은 협곡의 내리막이다. 문바위는 그 양쪽 절벽 위의 암반이다. 예전에는 양쪽을 연결하는 출
렁다리가 있었다. 각각의 암반에는 추락을 염려하여 난간을 둘렀다. 사명산 정상 다음 가는 경점이다. 눈이 시원하
다. 대청봉, 가리봉, 점봉산, 가리산, 가마봉, 소뿔산, 용문산(?), 오봉산, 연인산, 명지산, 화악산, 용화산, 수불무산.
왼쪽 암반에는 칠층탑인 칠성탑이 있다. 그 안내문의 일부다.
“칠성이란 표현은 우리에게 익숙한 북두칠성을 신격화한 표현으로, 칠성탑은 비를 내려 풍년을 이루게 하고, 수명을
연장해주며, 재물을 준다고 믿어졌다. 특히 칠성은 농경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물을 주관하는 신으로써, 불교 행사일
인 칠석에 기우의 대상 신으로서 기능을 지속해왔으며 더불어 문바위의 전설과 어울러져 절기마다 지성을 드리는
곳이 되었다. (…)이곳 수인리 문바위 아래 지금은 사라진 옛 절터에도 아마 칠성각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지금
은 문바위 옆에 고즈넉이 홀로 있는 칠성탑만이 아련하게 옛 정취를 떠오르게 한다.”
14. 가운데 맨 뒤는 부용산, 그 앞은 종류산
15. 용담
16. 멀리 가운데 오른쪽은 연엽산(?), 그 앞 오른쪽은 대룡산
17. 멀리 왼쪽은 화악산, 그 앞은 용화산
18. 멀리 가운데는 화악산, 그 앞은 용화산, 앞 왼쪽은 죽엽산
19. 일산(해산)
20. 오른쪽 중간은 병풍산
21. 병풍산, 그 왼쪽 뒤는 수불무산
22. 봉화산, 멀리 왼쪽은 대암산
23. 멀리 가운데는 설악산 대청봉, 그 오른쪽은 가리봉
24. 멀리 오른쪽은 화악산, 그 앞은 용화산 연릉
뒤돌아간다. 문바위봉을 오르는 길에 걸음을 늦추니 아까 급한 걸음에 보지 못했던 용담을 본다. 지난주 명지산에서
보았던 자주쓴풀도 있을까 하고 아무리 살폈지만 없다. 봉봉을 오르고 내린다. 봉봉 조망 트인 데가 나오면 꼬박 들
러 첩첩 산을 둘러보며 가쁜 숨을 고르곤 한다. 바윗길 가파른 오르막에는 핸드레일을 설치했다. 햇낙엽이 미끄럽기
도 하다. 여느 때는 손맛 버린다고 모른 채했던 핸드레일을 오늘은 꼭 움켜쥐고 오른다.
이정표가 이상하다. 사명산 정상 막판 오르막에 Y자 갈림길이 있다. 이정표에 왼쪽은 우회로 0.2km, 오른쪽은
0.5km이다. 왼쪽은 능선 길이고, 오른쪽은 사면을 돌아 오르는 길이다. 우리는 당연히 왼쪽 우회로로 간다. 그
0.2km를 올랐더니 다시 0.2km라고 한다. 숲속 벗어나고 바윗길 잠깐 올라 사명산 정상이다. 양구, 화천, 춘천 일대
와 멀리 인제군 등 4개 고을을 조망할 수 있다는 데서 사명산(四明山)이란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삼각점은 2등이다. 양구 26, 1986 재설. 사명산 이름 그대로 사방 조망이 빼어난 곳이다. 문바위에서 보지 못한 설악
산 신선봉, 일산, 재안산, 병풍산 등이 반갑다. 일산 아래 파로호는 물수제비 뜰만큼 가깝다. 홍천 가리산을 강원도
최고의 경점이라고 선전하는데 그 사람은 아마 오늘 같은 날 사명산을 오르지 않았으리라. 정상 공터에 가득한 햇볕
이 따스하다. 오늘 아침 양구는 기온이 1도였다. 사명산 북쪽 응달진 데는 약간의 눈이 보인다. 때마침 정상에 오른
다른 등산객이 있어 그분 인증사진을 찍어주고 우리 사진도 찍어달라고 부탁한다.
이 가경을 이대로 두고 내리는 게 무척 아쉽지만 다음에 올 날을 믿어 내린다. 북진한다. 완만한 숲속 길을 북쪽으로
가다가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0.5km 내리면 ┣자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이 웅진리(선정사) 5.1km다. 오른쪽으
로 간다. 급전직하하는 가파른 내리막이다. 어지럽게 지그재그로 내린다. 낙엽이 깔린 슬랩은 상당히 미끄럽다.
사면 풀숲을 들여다볼 틈이 없이 쏟아져 내린다. 임도와 만난다. 본격적인 선정사 계곡 길이다. 용수암 아래 도로까
지 0.7km. 돌길이다.
도로 바로 위가 용수암이다. 산비탈에 ‘龍水庵’이란 현판을 건 단칸의 조그만 기와집이 암자 본전이다. 거기에 다가
가려니 가는 길이 마땅치 않고 또 ‘개 조심’ 하라니 그냥 내린다. 포장한 대로다. 가을이 몰려 있는 선정사 계곡을
기웃거려 물구경하며 내린다. 사명산이 특히 가을 단풍이 이름났다고 하는데 올 가을은 그 유명세에 훨씬 미치지 못
한다. 선정사 아래 무량사에 들른다. 여기도 초라한 절이다. 당우로는 산신각과 대웅전이 있다. 한 칸 건물인 산신각
의 주련이다.
靈山昔日如來囑 그 옛날 영축산에서 부처님의 위촉을 받아
威振江山度衆生 이 강산에 위엄 떨치고 중생을 제도 하시네
옛날 부처님이 영축산에서 8년 동안 머무르며 법화경을 설법할 때 부처님으로부터 위촉받은 분이 산신이라, 산신각
에는 대개 이 주련을 건다.
다른 절의 산신각에는 다음의 주련이 이어진다. 우리가 오늘 사명산에서 노닌 정경과 아주 흡사하다.
萬里白雲靑嶂裡 만리 뻗은 흰 구름 푸른 산봉우리를
雲車鶴駕任閑情 구름수레 학을 타고 한가로이 노니시네
구 도로인 소양호로에 내려 웅진2터널 입구 버스승강장으로 올라간다. 아직 춘천 가는 버스가 올 시간이 많이 남았
다. 해거름 기온이 뚝 떨어졌다. 산에서는 만추였는데 여기서는 초동이다. 한참을 오들오들 떨다가 난방 틀어 훈훈
한 버스에 오르니 금세 기분 좋게 녹작지근해진다.
25. 왼쪽은 부용산과 오봉산, 앞 오른쪽은 죽엽산
26. 앞은 죽엽산, 그 뒤는 용화산 연릉, 그 뒤는 몽가북계
27. 멀리 가운데는 희미한 산은 용문산(?)
28. 멀리 왼쪽은 화악산
29. 일산(해산)
30. 사명산 정상에서
31. 선정사 계곡
34. 자주달개비, 무량사에서
첫댓글 벌써 가을산에 낙엽이 지는군요. 세월의 무상함을 새삼 느낍니다. 안산하시길!
가을은 애상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바쁘게 지내다 보니 어느새 가을입니다.
더산님 허락도 없이 사명산을 접수하셨네요 ㅎ
저는 사명산 안갑니다 ㅋ
더산 님이 모르시는 데 살짝 한 발 내디뎠을 뿐입니다.^^
형님 가시는 걸음걸음이 그 옛시조에 비할 만합니다. ㅎㅎㅎ
대붕(大鵬)을 손으로 잡아 번갯불에 구워 먹고
곤륜산(崑崙山)을 옆에 끼고 북해를 건너뛰니
태산이 발끝에 차이어 왜각대각 하더라
소양호 물결이 새삼 아름답습니다.
마음은 그러한데 몸이 따라주지 않습니다.^^
가을이 무르익고있습니다...사명산에서의 조망이 또한 끝내주는 가을의 맛을 보여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