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로인생(草露人生)
인생수명여초로人生壽命如草露
작일생거금견사昨日生居今見死
창고만금부장거倉庫萬金不將去
보시적선구빈서普施積善救貧逝
<和翁>
인생 수명이 풀잎의 이슬 같구나!
어제는 살아있던 사람 오늘 보니 죽고 없네!
창고에 쌓인 만금도 갈때는 한푼도 가져가지 못하니
베풀고 적선하고 가난한 사람 돕고 가시게나!
망팔(望八) 늙은이다, 보니, 요즘은 자고 나면 부고(訃告) 문자 메시지다. 지난 밤에 한잔 하면서 즐겁게 웃고 정담을 나누었던 벗도 자고 나니, 다시는 볼수 없는 저세상 사람이다. 옛말에 초로인생(草露人生)이라더니, 딱 맞는 말이다. 들어온 숨 나가지 못하고, 나간 숨 들어오지 못하면 인생은 끝이다. 백년 세월도 알고 보면 들숨 날숨의 한순간이다. 숨 끊어지면 이세상이 저세상이 된 것을 그것도 모르고 천년만년 살 것 같이 모질게도 도끼눈 뜨고 서로 탓하면서 산다. 그러고 보면 모질게 아등바등 살 것도 아니다. 살아생전에 베풀고 적선하면서 사는 것이 갈 때 보면 잘 살다간 인생이다. 올 때 빈손으로 왔으니, 갈 때도 빈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사다. 죽마고우(竹馬故友) 화옹의 벗이 작년에 가버렸다. 객지에서 만난 벗이지만 인정도 많던 벗인데, 작년 이맘때 전화가 왔다. 화옹아! 네 목소리 듣고 싶어서 전화했다. 목소리가 왜? 그 모양이냐? 나 폐암(肺癌) 말기(末期)란다. 나 이제 죽을 모양이다. 마지막 벗이 남긴 목소리다. 네가 평소 뭣이라 하던 담배 끊고 살아 라고 그토록 말리지 않던? 그래서 병원에 데리고 가서 금연(禁煙) 처방(處方) 약(藥)까지 권했는데, 겨우 4일 금연(禁煙)하고 습(習)을 버리지 못하고 흡연(吸煙)한 것이, 폐암 말기 인과(因果)다. 코로나 때라 문병(問病)도 가지 못하였는데, 그 후로는 문자 메시지도 통 답이 없다. 매일 문자 메시지로 안부를 묻고 정을 나누었던 벗이, 전화를, 해도 받지 않고 문자 답도 없다. 인생수명재호흡(人生壽命在呼吸)이라고 하더니, 인간 수명이 풀잎에 이슬이 아닌가? 여여법당 화옹 합장.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