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리석게도 하찮은 굿나잇
키스보다는 좋은 피아노를 사주고 널 좋은 승용차에 태워 사립학교에 보내는 것이 아빠의 행복이자 능력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나는 이제서야 느낀다.사랑하는 방식의 차이가 아니라, 나의 사랑 그 자체가 부족했다는 사실을
옛날로 돌아가자.나는 그때처럼 글을 쓸 것이고 너는 엄마가 사준 레이스 달린 하얀 잠옷을 입거라.
그리고 아주 힘차게 서재 문을 열고 ' 아빠, 굿나잇!' 하고 외치는 거다. 약속한다. 이번에는 머뭇거리고 서 있지 않아도 된다.
나는 글 쓰던 펜을 내려놓고, 읽다 만 책장을 덮고, 두 팔을 활짝 편다.너는 달려와 내 가슴에 안긴다.
내 키만큼 천장에 다다를 만큼 널 높이 들어 올리고 졸음이 온 너의 눈, 상기된 너의 뺨 위에 굿나잇 키스를 하는 거다.굿나잇 민아야, 잘 자라 민아야.그리고 정말 보고 싶다._ 이어령,<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2015)
#이어령 교수의 딸 이민아씨는 암으로 인해 아버지 보다 10년 먼저 사망 하심 그리고 따님이 생전에 쓴 책에서 이런 내용이 있었는데 이게 아버지 이어령 교수의 마음에 계속 남아 후회하게 했던 모양
"자기 전에 인사를 드리기 위해 아버지가 글을 쓰고있는 서재 문을 두드렸다.오늘 따라 특별히 예쁜잠옷을 입었기에 아버지가 ' 굿나잇' 해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쳐다보지도 않고 건성으로 손을 흔들기만 했다. ' 오늘도 역시 하는 생각에 시무룩해져 돌아섰다.'
(작가 소개)이어령 1934-2022(88세).충남 아산시 출생. 평론가. 전장관.국문학자.언론인.기호학자.소설가.1956년 평론'우상의 파괴'데뷔.우봉 이씨. 췌장암 으로 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