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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여성시대* 차분한 20대들의 알흠다운 공간 원문보기 글쓴이: 흥미돋이야기해주는여시
출처 : 여성시대 흥미돋이야기해주는여시
ㅎㅇ 여시들
오늘은 이집트 상형문자의 역사와 해독 과정에 대해 알아보고, 자기 이름을 상형문자로 쓰는 법을 가르쳐주겠음. 일단 역사부터 알아보도록 하자. 이집트 상형문자는 매우 복잡한 문자라 어려울 수 있음. 최대한 쉽게 설명하도록 노력해보겠음.
태초에 히에로글리프가 있었음.
고대 이집트 왕조에서 쓰던 문자로, 기원전 3천년 정도에 처음 만들어짐. 고로 5천년 전의 문자인 거임.
히에로글리프는 빠르게 발전했고, 기원전 2700년 쯤부터는 문장을 표기하게 됨. 이후 히에로글리프는 3500년 정도 사용되다가
이집트가 그리스의 영향을 받기 시작한 4-5세기 경부터 콥트어로 대체됨. 이게 콥트어 문자인데 보다시피 알파벳의 영향을 많이 받음.
이후 12세기 들어 이슬람이 이집트를 정복하면서 아랍어로 대체됨. 이리하여 콥트어도 사어, 즉 죽은 언어가 됐다가 요새 들어 부활 중임.
엥? 언어가 어케 부활해? 할 수 있음. 여기서 막간 지식 보충 차원에서 언어학과 사어에 대해 짧게 이야기하겠음. 존나 어려운 학문이고 나여시 이과니까 세밀한 지식은 기대하지 않는게 좋음.
일단 언어학은 학문이기 때문에 분야가 다양함. 예를 들어 물리학에 핵 물리학, 광학, 입자물리학이 있다시피 언어학에도 여러 분야가 있음. 우리는 오늘 언어학의 한 분야인 비교언어학을 찍먹할 거임.
<언어들 사이의 친족 관계를 증명하고 계통을 분류하는 학문> 이게 비교언어학의 사전적 정의고 비교언어학에서 언어를 분류하는 가장 큰 단위가 어족임.
쉽게 말해 생물학에서 호랑이를 동물계->포유강->고양이목->고양이과로 세밀하게 분류하듯 언어를 분류하는 거임. 생물학에서는 계가 가장 큰 단위고, 비교언어학에서는 어족이 가장 큰 단위란 소리임. 아직 어려울 수 있으니 한 가지 예시를 들어보겠음.
여기 인도유럽어족이 있음. 이름 그대로 인도~유럽에서 쓰이는 어족임. 태초에 원시 인도유럽어가 있었고, 여기서 켄툼제어와 사템제어로 나뉨. 시간이 흐르며 또 나뉘고, 나뉘길 반복하며
대충 이런 그림이 나옴. 발글씨 ㅈㅅ
내가 적은건 대표적인 어군과 어파고 저 외에도 여러가지가 있음. 이중 대표적인 언어를 적자면
로망스어군 -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등등
서게르만어군 - 영어, 독일어 등등
북게르만어군 - 노르웨이어, 덴마크어 등등
슬라브어파 -> 동슬라브어군 = 러시아어, 우크라이나어 등등
슬라브어파 -> 남슬라브어군 = 불가리아어 등등
슬라브어파 -> 서슬라브어군 = 체코어, 폴란드어 등등
(북부)인도아리아어군 - 네팔어
(중부)인도아리아어군 - 힌디어
(서부)인도아리아어군 - 롬어 (집시들의 언어)
저 언어들을 한데 묶은 가장 큰 단위가 인도유럽어족인 거임. 하나의 어족에서는 수십 수백가지 언어가 나옴. 같은 어파에 속하는 언어끼리는 유사성이 있음. 대표적으로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는 거의 비슷해서 스페인어 할 줄 알면 열에 아홉 포르투갈어도 쉽게 배움. 유럽애들 중에 여러 언어를 구사하는 애들이 많은 이유도 비슷한 어파라 배우기 쉽기 때문임.
참고로 아무 어족에도 속하지 않는 고립어도 드물게 존재함. 일본 북부에 사는 아이누 족이 사는 아이누어가 비교언어학상 고립어에 속함. 대부분 부족어라 고립어는 모어 사용자가 몇만명 정도임. 딱 하나, 7000만명이 사용하는 고립어가 있음. 여시들이 사용하는 한국어임 ㅇㅇ 세종대왕 만세 ㅇㅇ
자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당연히 사용자가 사라져 아무도 쓰지 않는 언어, 즉 사어도 나오게 됨. 하지만 아주 드물게 사어를 부활시키기도 함. 부활한 사어의 대표가
히브리어임. 히브리어는 기원전의 유대인들이 쓰던 언어로 아프리카아시아어족 중 셈어파에 속함.
길가메시 서사시 편에서 말했듯 기원전 6세기에 바빌론이 유대의 왕국을 멸망 시키고 유대인들을 바빌론의 포로로 잡아가는 바빌론 유수가 발생함. 유대인들은 같은 셈어파에 속하는 아람어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히브리어는 종교적으로만 사용하게 됨.
이후 유대-로마 전쟁을 거쳐 유대 왕국이 완전히 멸망하면서 유대인들은 2천년간 전세계 곳곳에 퍼져 살았고, 자기가 사는 지역의 언어를 쓰게 됨. 그러다 20세기에 유럽에 민족주의 열풍이 불었음. 이 시기 유럽에서는 제1언어, 즉 모어로 민족을 구분함. 홀로코스트를 겪고 이스라엘을 세워 2천년만에 그들의 나라를 만든 유대인들은 결속을 위해 자기들만의 언어를 정립하기로 결심하고 히브리어를 부활 시키게 됨.
물론 사어 부활이 뿅~ 한다고 되는 일은 아님. 수천년 전에 죽은 언어라 남은 히브리어라곤 성경 같은 문헌자료 밖에 없었고, 고대 언어들은 대체로 모음 표기법이 없음. 하지만 유대인들은 같은 셈어파에 속하는 아랍어에서 단어를 빌려가며 히브리어를 부활 시켰고 현재는 이스라엘의 공용어가 됨.
현재 이집트 내에서도 콥트 정교회 신자들을 중심으로 콥트어 부활 운동을 하고 있음. 막간 언어학 지식 교실 끝.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히에로글리프를 해독하는 건 많은 학자들의 꿈이었음. 왜냐면 히에로글리프는 기원전 3천년부터 콥트어의 등장까지 약 3500년간 쓰였기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사용된 문자였음.
여담으로 히에로글리프는 대부분 문자의 조상이기도 함.
히에로글리프의 시작은 상형문자였음. 말 그대로 새를 본딴 그림을 그리고 그걸 새를 뜻하는 문자로 사용하는 거임. 하지만 상형문자에는 한계가 있음. 문명이 발전되면 그림 수가 너무 많아지고, 그림으로 표현하기 힘든 추상적인 개념도 하나둘 생김.
예를 들어 새는 이렇게 새 그림 그리면 됨. 숟가락은 숟가락 그림 그리면 됨. 그치만 기쁨은? 슬픔, 분노, 영광 같은 추상적인 개념을 그림으로 그리기는 힘듬. 따라서 히에로글리프도 점점 발전해서 문자가 소리를 뜻하는 표음문자의 형태를 띄게 됨.
이 단어를 뭐라고 읽을까?
앞의 두 문자는 단어의 발음을 결정함. 앞은 R, 뒤에 팔 모양은 A.
뒤에오는 원판 모양 글자가 단어의 뜻을 결정함. 저 원판은 태양을 뜻함.
즉 저 단어는 RA, 라라고 발음하며 태양이란 뜻을 가짐. 태양신 라의 이름임.
이렇듯 이집트 상형문자는 표음문자의 체계를 갖췄고, 히에로글리프가 여러 지역으로 전파되면서 많은 문자가 영향을 받음. 히에로글리프를 기원으로 두지 않는 표음문자는 일본의 히가라나, 한국의 한글, 저 멀리 멕시코 마야 문명에서 쓰던 마야 문자 정도밖에 없음.
자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히에로글리프를 해독하는 건 학자로서 평생의 목표 같은 일이었음. 근데 그게 쉬울 리가 없음. 히에로글리프가 표음문자의 형태로 발전했단 걸 아무도 몰랐기 때문에 상형문자로 보고 뜻을 이입해서 풀려고 했음. 해석 방법 자체가 틀렸으니 당연히 안 풀림. 중세 이슬람 학자들이 존나 매달렸지만 아무도 해석하지 못함. 그러던 중 한 천재가 나타남.
장 프랑수아 샹폴리옹은 프랑스에서 태어났는데 걍 존나 천재였음. 프랑스어는 당연히 하는 거고 라틴어, 그리스어, 히브리어, 아랍어, 중국어, 콥트어 등 12개 언어를 16살 때 마스터함. 하늘이 언어학을 위해 내려준 인재임.
샹폴리옹은 이집트학에 관심이 많았고, 로제타석의 복사본을 입수해 해독에 착수하게 됨. 로제타석이 무엇이냐 하면
얘임.
1799년, 나폴레옹은 이집트 원정을 감. 로제타라는 이집트 항구 도시에 진지를 치던 프랑스 육군 중위가 요새에 쓸 주춧돌을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저 돌을 발견함.
중위 : 오...이거 괜찮네. 주춧돌로 써야지 히히
고고학자 : 님 도랏멘?????? 내놔!!!!!!!
당시 프랑스군과 함께 이집트에 갔던 고고학자들은 한눈에 로제타석의 가치를 알아봤고, 식겁하며 로제타석을 가져감. 그러다 1802년 이집트 원정이 실패하고 프랑스군은 이집트에 고립 당하게 됨.
영국군 : 야 집에 가고 싶냐?
프랑스군 : ㅇㅇㅠㅠ
영국군 : 도와주랴?
프랑스군 : ㅇㅇㅠㅠ
영국군 : 로제타석 내놔
프랑스군 : ㅅㅂ놈이?
영국군 : 어? 집에 가기 싫어?
프랑스군 : ㅠㅠㅠ가져가ㅠㅠㅠ
이렇게 하여 로제타석은 영국군의 손에 들어갔고, 현재 대영박물관에 가면 볼 수 있음. 하지만 프랑스 고고학자들이 멍청이는 아니었음.
위에 말했듯 프랑스 고고학자들은 로제타석의 가치를 알아봤고, 이미 탁본과 복사본을 떠놨음. 이리하여 샹폴리옹은 로제타석 연구를 할 수 있게 됨.
로제타석은 같은 내용이 히에로글리프 / 민중 문자 / 그리스어 세 가지로 적혀있었음. (민중 문자는 백성들도 문자를 쓸 수 있도록 히에로글리프을 간소화한 거임. 중국이 한자를 간소화해 간체자를 만든 것처럼)
그리스어 번역본을 읽어보니 멤피스의 사제들이 '파라오 프톨레마이오스 5세님이 사원에 은혜를 베풀어주셨습니다 ㄱㅅㄱㅅ' 하며 파라오를 찬양해놓은 내용이었음. 하지만 위에 말했다시피 당시에는 이집트 상형문자의 체계를 몰랐기 때문에 로제타석이 있어도 해독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음.
처음에는 토마스 영이라는 영국 천재가 로제타석을 연구함. 영은 의사였지만 10개 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천재이기도 했음. 1814년, 영은 휴가를 가며 로제타석 복사본을 가져가서 연구하기 시작함.
영은 이렇게 특정 글자만 테두리 안에 적힌 거에 의문을 품게 됨. (이 테두리를 카르투슈라고 부름. 소총의 탄환이란 뜻인데 저 타원형 테두리가 소총 탄환이랑 비슷하게 생겨서 글케 부름)
흠...왜 저 단어만 카르투슈 안에 적어놨을까? 무슨 큰 의미가 있는 걸까? 하고 고심하던 영은 한가지 가설을 내리게 되는데
<파라오의 이름을 카르투슈 안에 적은 게 아닐까?!?!?!> 였음.
로제타석은 성직자들이 프톨레마이오스 5세를 찬양하는 내용이니까 로제타석의 카르투슈 안에 있는 저 글자는 프톨레마이오스의 이름일 게 분명했음.
다른 유적에서 발굴한 히에로글리프의 카르투슈와 자신의 가설을 비교해본 영은 카르투슈 안에 적힌 게 파라오의 이름이 맞다는 걸 확인했고, 이렇게 히에로글리프 해독에 한 걸음 가까워지는데
질렸음 ㅇㅇ
ㅇㅖ....? 할 수 있는데 진짜 질려서 그만둠. 영의 본업은 의사 겸 물리학자였고, 히에로글리프 해독은 휴가 가는 김에 해본 오락이었음. 흥미를 잃은 영은 로제타석 연구를 때려치고 물리학 연구를 했고, 히에로글리프 해독을 마치지 못한 대신 빛에 파동의 성질이 있단 걸 발견함.
샹폴리옹은 영보다 한참 어린 1790년 생이었고, 로제타석이 발견됐을 때 초딩이었음. 1822년, 서른 세살의 샹폴리옹은 영이 팽개쳐둔 로제타석 연구에 착수하게 됨.
당시 다른 고고학자가 이집트의 필레라는 곳에서 히에로글리프가 새겨진 오벨리스크를 발견했었음. 샹폴리옹은 이 오벨리스크의 탁본을 받아 로제타석과 비교하게 되고
몇 가지 글자를 더 해독하게 됨. 근데 여기까지 하고 난 다음이 다시 막힘. 그리스 문자랑 대조해서 글자 발음을 알아낸 것까진 좋았는데 아직 풀리지 않는 글자가 더 많은 거임.
그러던 중 어떤 고고학자가 아부심벨 신전에서 나온 다른 조각품을 샹폴리옹한테 줌.
맨 마지막 문자는 프톨레마이오스의 이름을 해독하면서 S란 걸 알아냈음. 하지만 이전 두 글자는 뭔지 모르겠는 거임. 즉 ? - ? - SS 임.
고민하던 샹폴리옹은 문득 맨 앞에 있는 원판이 태양의 형태를 하고 있단 걸 깨닫고 혹시 저 글자가 이집트에서 숭배라던 태양신 라를 뜻하는 건 아닐까?!?!?! 라고 생각함. 중간 글자는 M을 뜻한다고 가정하고 읽어봤더니
RA - M - SS, 이집트의 전설적인 파라오인 람세스의 이름이었음.
샹폴리옹은 헉헉거리며 다음 유물도 봄. 다음 카르투슈는 중간 글자와 마지막 글자는 똑같은데 첫 글자가 원판이 아닌 따오기였음.
따오기는 달의 신이자 학문의 신인 토트를 뜻했음. 샹폴리옹은 람세스의 이름을 읽었던 것처럼 맨 앞글자를 토트라고 읽어봄.
Thot - M - SS, 토트메스, 즉 이집트의 정복자였던 투트모세였음.
이렇게 히에로글리프 해독 방법을 깨달은 샹폴리옹은
히에로글리프가 상형문자+표의문자+표음문자의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단 걸 정리해서 논문을 발표함.
이렇게 해서 고고학계는 히에로글리프를 읽을 수 있게 됐다는 이야기.
이대로 쓰면 자기 이름을 히에로글리프로 쓸 수 있음. 귀찮다면
https://penn.museum/cgi/hieroglyphsreal.php
여기 들어가서 내 이름을 입력하면 히에로글리프로 바꿔줌. 세상이 좋아져서 인터넷으로 뭐든 할 수 있음 ㅇㅇ
여담으로 로제타석은 고고학계에서 아주 큰 의미를 지님. 따라서 이집트는 계속 로제타석 내놓으라고 하고 있지만 영국이 아직 무시하는 중. 로제타석이 이집트에 얼마나 큰 의미냐면 카이로 국립박물관의 전시품은 전부 진품인데 딱 하나 유일한 모조품이 로제타석임. 영국에 항의하는 의미. 참고로 프랑스는 지들이 발굴했고 해독했으니까 로제타석 내놓으라고 영국한테 여러번 항의함. (이집트둥절)
글구 1999년에 영국이랑 프랑스가 로제타석 발굴 200주년 행사를 했음. 이집트가 불참 의사를 표했는데도 강행하니까 빡친 이집트가 영국과 프랑스 학자들한테서 1년간 이집트 유물 조사권한을 박탈 시켜버림. 이후 이집트 연구 권위자인 자히 하와스 박사의 주도 하에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총 6만점 가량의 유물을 돌려받았지만 (이집트 유물은 아직도 연구 가치가 크기 때문에 조사권을 얻어야하는 외국들은 이집트 당국 심기를 함부로 거드릴 수 없음)
로제타석은 아직 대영박물관에 있음.
오늘의 재밌는 이야기
- 끗 -
첫댓글 존잼
지난학기에 이거 배웠는데 흥미롭다
근데 이게 히에로글리프 1자음 문자만 있는게 아니어가지고 2자음 이상 문자 외울라면 머리깨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