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쉰아홉이다. 늘상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캐나다 국적의 할리우드 영화배우 키아누 리브스가 23일(현지시간) 첫 소설 '어디 딴 곳에 관한 책'(The book of elsewhere)을 펭귄 출판사에서 펴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그는 죽음에 대해 늘 생각하는 일이 좋은 일이라고 덧붙이며 "소름끼치는 일이 아니었으면 하고 바라지만 우리가 숨쉴 수 있다는 것과 우리가 잠재적으로 가질 수 있는 관계에 고마워한다는 점에서 합당한 얘기였으면 하고 바란다"고 덧붙였다."
혼자 집필한 것은 아니다. 영국 공상과학 작가 차이나 미에빌(China Miéville)과 협업했으며, 죽을 수 있기를 원하는 불멸의 전사 얘기다.
BBC 기자와 리브스, 미에빌이 만난 곳은 런던 중심부 한 호텔의 흐릿한 조명이 드라운 바 구석이었다. 리브스는 그곳에서 자신의 밴드 '도그스타'와 연주하는 틈을 내 기자와 30분 인터뷰했다. 전날은 맨체스터에서 연주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약간 피곤해 보였다.
하지만 소설 얘기가 나오자 열정이 살아난 듯했다. 이 소설은 그가 줄거리를 쓴 만화책 'BRZRKR'이 엄청난 성공을 거둔 데 힘입은 것이었다. 2021년 출간된 이 책 제목은 '버서커'(berserker)라고 읽으면 되는데 리브스가 주연하는 실사 넷플릭스 영화로 각색되고, 또 애니메이션 시리즈로도 만들어질 예정이다.
리브스에게 만화책은 특별하게 어필됐다. "나는 그 이미지들을 사랑한다. 나는 말들을 사랑하고 스토리텔링을 사랑하고 우리가 이런 간여를 할 수 있는 방식을 사랑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예술을 들여다 보고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게 된다."
리브스는 협업 과정에 있어 자신의 역할을 낮게 봐달라며 "난 소설을 쓰지 않았다. 치나가 소설을 썼다"고 말했다. 미에빌은 "너무 나아가지 않았으면 한다"면서 "키아누와 많은 것을 깊이 생각하고 주의깊게 작업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형태로 존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설의 중심 인물은 "B"로만 알려져 있는데 긴 검정 머리로 리브스와 닮았다. 만화책이 처음 나왔을 때 팬들은 고달픈 인생사 등 닮은 면모를 화제로 삼았다. 리브스는 사랑하는 이들, 여자친구와 뱃속의 딸, 가장 친한 친구 등을 잃었다. 어쩌면 닮은 점은 거기까지다.
B는 8만년을 살았으며, 절반은 불멸이며 반인반신이다. 폭력에 대한 저주를 받은 점도 리브스와 완전 다른 것처럼 보인다.
이 배우는 점잖고 온화한 매너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으며 흔히 할리우드에서 가장 멋진 남성으로 묘사되곤 한다. 이에 반해 B는 리브스의 표현에 따르면 "가슴팍에 주먹을 꽂고 팔을 비틀며 머리를 뽑을 수 있는" 흉포한 사내다. 그러면 이런 과격함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영화 '스피드'와 '존 윅' 프랜차이즈를 주연한 리브스는 "내 생각에 내가 해낸 액션 영화의 몇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단언했다.
만화책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이어서 리브스와 미에빌은 그 성공이 되풀이되길 희망할 것이다. '플리커링 미스'(Flickering Myth)의 캘럼 페트리에는 별 10개 만점에 7개를 매기며 "즐길 만하지만 많은 만화책에서 익숙하게 봐온 것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AIPT 코믹스의 저스틴 해리슨은 별 9.5개를 선사하며 "빼어나고 폭력을 꺼림칙하게 여기는 독자들을 납득시킬 만하다"고 찬사를 늘어놓았다.
물론 이 책이 폭력적이란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책을 펼치자마자 총격 장면이 나오고, 그 뒤 "거친 피칠갑 청소업" 묘사가 따른다.
BBC 기자는 영화와 책들, 그리고 현실세계의 폭력 연관성에 대해 리브스에게 질문했다. 잠시 그는 방어적인 태도를 내비쳤다. "그들이 BRZRKR를 읽었길 바란다, 그랬다면 그들은 밖에 나가 사람들 팔을 비틀거나 머리를 잘라 버리지 않을 것이다. 거기에는 사랑 이야기도 있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그 책을 읽는다면, 여러분이 그것을 갖고 있지 않다면 난 여러분이 사랑을 찾길 바란다."
미에빌은 "어떻게 이런 물음이 나오는지 많이 분개하는 편"이라며 "분명히 일종의 문화적 희생양 찾기다. 비디오 게임과 영화 등등을 찾는 그런 발상은 폭력으로 정말 재미를 보는 사람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그런 식"이라고 못마땅해 했다.
우리가 판타지 세계를 창출해 놓고 리브스가 현실로부터 탈출하려고 하는지 궁금해 한다고 볼 수 있겠다. 그는 "다른 세계를 건설한다는 판타지가 몇몇의 방식으로 어떤 종류의 위안을 가져다준다는 것은 아마도 절대적으로 맞는 말"이라고 인정한 뒤 "어떤 창의적인 제스처는 절대적으로 고통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뭔가를 창조한다는 것은 위대하다. 창조해 공유하고 바라건대 우리가 하는 얘기를 좋아하게 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렇게 해 책이 성공한다면 리브스는 그 다음 어떤 일을 하게 될까? 이 배우는 관대함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가 소유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쓴 글도 아주 많다. 그런데 인터뷰를 마칠 시간이 가까워오자 리브스는 "난 물건들을 소유하는 일을 좋아한다. 난 갖는 것을 좋아한다"면서도 "모든 것을 주기만 하는 사람으로 내 스스로를 표현하고 싶지 않은 것도 명백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