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사회가 개방되면서 외국자본이 몰려들고 여러 가지 많은 변화가 함께하면서
이곳 사람들의 생활양식이나 경제관도 아주 빠르게 변하고 있는건 사실이다.
내가 베트남에 살기 위해 왔던 5년 전에 비해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우리 처럼 손님은 왕이다라는
자본주의 원칙에 익숙해 져 있는 사람들의 시각에서 보면 아직도 너무 부족하고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웬만한 식당에 가면 써빙하는 종업원이 손님 숫자 보다 더 많다.
그러나 사람만 많을 뿐, 우리가 기대하는 써비스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얼마 전에 한국에서 온 손님과 Pho24 라는 고급 베트남국수집에 갔는데
고추를 달라고 네번을 주문했고, 물을 달라고 여섯번을 주문했는데도 안돼서
그 써빙하는 놈을 사장한테 끌고 가서 사과를 받아 낸 적이 있을 정도다.
5년 전 12월 내가 베트남에 온지 얼마되지 않았을때의 일이다.
여기 하노이는 베트남 북쪽 끝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말하자면 열대가 아니고
아열대 기후에 속하는 지역이라서 겨울 에는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은 가죽점퍼에 털모자, 털장갑을 끼고 다닐 정도다.
우리 가족은 그 때 Russian Complex라는 아파트에 살았었는데 북극곰들이 지은 집이라 그런지
집이 너무 춥고 바닥이 차가와서 거실에 카펫을 깔아 보려고 사러 갔었다.
카펫의 크기가 너무 작아서 2장을 사고 싶었지만 마음에 드는 색깔의 카펫은 1장 밖에 없었다.
그래서 똑같은 무늬로 한 장을 더 주문할 수 있겠는가 물어 봤더니 아주 귀찮은 표정으로 계산서를 끄적이는데
그 계산법이 참으로 해괴했다.
예를 들어 내가 주인이고, 카펫 1장에 $100 인데 고객은 2장을 요구한다....
이건 거의 팔리지 않는 고가품으로 언제 팔릴지도 모르던 물건인데 이 무슨 횡재란 말인가.
아, 예 손님. 즉시 주문해서 2장을 배달해 드리겠습니다.
한장에 $100 이면 남는 것도 없지만 2장을 구입하시니 $95씩, $190 에 해 드리겠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1장 추가는 재고부담도 없고, 배달료도 절약되니...흐흐흐....한껀 했다)
그래야 되는거 아이가?
그런데 이 넘은, 아니 아가씨였다.
첫번째 한장은 $100, 또 한장 추가는 $110, 합계 $210 인데 일주일 후에 가지러 와라...그러는 거다.
너무 황당해서 이유를 물어 보니
...당신은 마음에 드는 물건을 더 이상 돌아 다니지 않고 여기서 한꺼번에 편하게 다 살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당신 때문에 물건 가지러 갔다 와야 하고 돈도 미리 내야 하니
당연히 니가 돈을 더 내는게 맞잖아..... 황당!!!
아직은 자본주의에 덜 익숙한 사람들,
이런 서툰 사람들 덕분에 내가 베트남에서 지난 5년을 잘 살 수 있었던거다.
첫댓글 홍순이의 글을 읽으니 80년대 말과 90년대 초.. 구체제 소련이 붕괴되면서 그 곳에 겪은 경험이 새록새록 다시 피어나네. 2시 문닫는 점심시간 식당을 1시에 들어가니 서빙하는데 한시간 이상 걸린다며 문전퇴짜.. 물건들이 다 팔리면 자신들 일할 것이 없어진다면서 쇼윈도우에 있는 물건들을 절대 안파는 상점들등등.. 잘 읽었다, 홍순아
외국에 나가 사는 삶이란 마치 여자가 해산하는 것과 같다고 여긴다. 홍순이는 득남한 듯 싶다.
정말 사회주의의 한 단면을 보는 것같다. 희얀한 계산법, 비싸게 팔면서도 큰 소리치는--. 과거 10여년전 중국도 이랬지. 가짜 물건을 계속 진짜라고 우기면서 사달라고 통사정하던 사람들. 지금도 하나 팔고 싶어 안달하던 그 애처러운 눈길을 잊을 수 없다. 지금은 중국 어딜가도 내 뒤를 따라다니면서, 물건 사달라고 통사정하는 사람이 없어 편하긴 한데, 그만큼 중국이 잘살게 되었다는 이야기라 할까.
허 참~ 그 아가씨 계산 한번 재밌게 하네.... 지금은 안그러겠지 ??
벌써 5년이 흘렀나? 못 본지가 이리도 오래 되었나? 자주 보내는 소식에 답장도 잘 못한것 용서를 바란다. 그저 양치질 잘하고 아프지마라..재밋는 글에 웃음 한번 씨-익,,
나도 약국에서 함 써먹어봐야쥐~~ㅋㅋ
그 아가씨는 제법 자기가 장사 수완이 있다고 생각할끼야....사실 실상을 몰라 그렇지 대한민국에서도 저런 계산법이 통하는데가 있다니까.. 영욱인 참그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