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도 더 된 오래된 책을 찾았다. 도서관 직원에게 부탁했다. 도서관 서고에서 찾아 주셨다. 아무나 출입할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오래된 책을 보관하고 있는 곳인 것 같다. 오래되었다는 기준은 잘 모르겠다. 서고에 고이 잠들고 있는 책들 '서고 붙임 딱지'가 붙어 있다. 누가 봐도 오래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명이 다하기 전에 읽고 싶었다. 폐기되는 절차를 밟기 전에.
최근에 우연찮게 황선미 작가의 『뒤뜰에 골칫거리가 산다』를 만났다. 그 이후에 황선미 작가의 책들을 찾아내 읽고 있다. 이번에 어렵게 만난 『바람이 사는 꺽다리 집』도 어른이 읽는 장편소설이다. 작가의 자서전적 소설이라고 한다. 참 어렵게 어린 시절을 보내신 것 같다.
읽는 내내 나도 어릴 적 시절이 생각났다.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집에 살았었다. 연탄 한 장이 없어 차가운 겨울에 이불에 의지해서 지냈다. 찬 밥에 물을 말아 식사를 대신했다. 하나밖에 없는 자식을 배불리 먹이지 못한 어머니는 일흔이 넘은 연세에도 그때 그 시절을 상기하며 안타까워하신다. 그때 잘 못 먹여서 삐쩍 말랐다고 미안해하신다. 사실 그때 그 시절에는 우리 집만 그런 게 아니라 대부분 그렇게 살았다. 다만 어머니와 단둘이 살았던 우리 집은 더 가난했다.
바람이 지나갈 정도로 엉성하게 지은 집을 꺽다리 집이라고 부른 것 같다. 초가집이 강제로 철거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판자때기로 지은 꺽다리 집에서 육 남매를 키워야 했던 부모의 심정은 어땠을까.
춥고 배고팠던 시절을 다시 생각해 보는 소설이다. 애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추억이지만 소설을 읽으며 생생하게 장면 장면들이 선명하게 기억난다. 소설의 힘이다. 뜨거운 무언가가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온다. 메말랐던 감정이 촉촉해진다.
요즘 살기 어렵다고 말하지만 그때 그 시절과 비교하면 참 부유하고 편안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소설이 말한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이 꺽다리 집보다 백배 천배 좋은 집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