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서예[1983]白居易7율=與夢得沽酒閑飮且約後期(여몽득고주한음차약후기)
與夢得沽酒閑飮且約後期
(여몽득고주한음차약후기)
몽득(유우석)과 함께 술을 사서 한가롭게 마시며 또한 훗날을 기약하다.
-白居易(백거이)
少時猶不憂生計(소시유불우생계)
젊은 시절조차 생계를 걱정하지 않았는데
老後誰能惜酒錢(노후수능석주전)
늙어서 누가 술값을 아까워하랴?
共把十千沽一斗(공파십천고일두)
함께 만 전을 가지고 한 말 술 사서 (마시니)
相看七十欠三年(상간칠십흠삼년)
돌아보니 칠십에서 삼 년이 모자라네.
閑徵雅令窮經史(한징아령궁경사)
한가롭게 벌주로 증거하여 경전과 사서를 궁구하며
醉聽淸吟勝管絃(취청청음승관현)
취해 듣는 맑은 노랜 관현악보다 나으니
更待菊黃家醞熟(갱대국황가온숙)
또 국화가 누레지길 기다려 가양주 익으면
共君一醉一陶然(공군일취일도연)
그대와 함께 술 마시며 거나하게 취해 봄세.
<註>
惜(석) : 아끼다. 아까워하다. 가엾게 생각하다.
酒錢(주전) : 술값.
十千(십천) : 십의 천배. 곧 일만.
沽(고) : 매매하다. 술을 팔다 또 술장수. 조악하다. 여기서는 '사다'의 뜻.
欠(흠) : 하품. 부족하다. 缺(결)의 약자로 흔히 쓴다. 빚. 굽히다.
徵(징) : 부르다. 구하다. 거두다. 증거를 세우다. 밝히다. 이루다.
雅令(아령) : 고상한 주령(酒令)으로
주령은 주석(酒席)에서 술을 마시며 하는 여러 가지 유희(遊戱)의 규칙.
위반한 사람은 벌주를 마시게 됨.
淸吟(청음) : 시구를 맑게 읊음.
家醞(가온) : 집에서 빚은 술.醞=빚을 온.
香醞향온=멥쌀과 찹쌀을 쪄서 식힌 다음,
보리와 녹두로 만든 누룩을 섞어서 담근 술.
우리나라 고유의 술이다.
陶然(도연) : 술이 거나하게 취한 모양.
흐뭇하다. 편안하고 즐겁다. 느긋하다.
<작가 소개>
자가 낙천(樂天)이며 자호는 취음선생(醉吟先生)이다. 29세 때 진사에 급제하여 벼슬이 비서성교서랑(秘書省校書郞), 좌습유(左拾遺), 좌찬선대부(左贊善大夫)에 이르렀으나,
나중에 좌천되어 강주사마(江州司馬), 항주와 소주의 자사를 역임하였다.
그는 형식주의를 반대했으며, 작품의 생명력은 생활 속에서 얻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형식과 내용은 조화되어야 하며, 형식은 내용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는
새로운 문학관을 제시하였다. 백거이는 일생 동안 3,688수를 남겼으며
대표작으로는 「장한가(長恨歌)」와 「비파행(琵琶行)」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비파행(琵琶行)」은 좌천의 고뇌와 아픈 심정을 토로한 작품이다.
<역사 따라 배우는 중국문학사>
[출처] 與夢得沽酒閑飮且約後期|작성자 farhie
이하=동아일보
훈훈한 다짐[이준식의 한시 한 수]〈191〉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동아일보=입력 2022-12-16 03:00
젊어서도 생계 걱정 안 했거늘,
늙어서 그 누가 술값을 아끼랴.
만 냥 들여 산 술 한 말,
마주 보는 우리 나이 일흔에서 삼년 모자라네.
한가로이 술잔 돌리며 고전을 논하는데,
취해서 듣는 맑은 읊조림이 풍악보다 좋구나.
국화 피고 우리집 술이 익으면,
다시금 그대와 함께 느긋하게 취해 보세.
少時猶不憂生計,
老後誰能惜酒錢.
共把十千沽一斗,
相看七十欠三年.
閑征雅令窮經史,
醉聽淸吟勝管弦.
更待菊黃家醞熟,
共君一醉一陶然.
―‘유우석과 술을 사다 한가로이 마시고 후일을 기약하다
(여몽득고주한음차약후기·與夢得沽酒閑飮且約後期)’
백거이(白居易·772∼846)
백거이와 유우석(劉禹錫)은 비교적 순탄하게 관직에 올랐지만 중당의 정치적 혼란 속에서 관직 생활은 부침이 극심했다. 수차례 중앙과 지방으로 옮겨 다니는 동안 두 사람은 서로의 처지, 문학과 삶의 지향에서 의기투합했고 자주 시를 주고받으며 서로에게 위로를 건넸다. 고희를 눈앞에 둔 나이, 마침 둘은 낙양(洛陽)의 태자궁에서 같이 근무할 기회를 맞는다. 술값 따질 것 없이 두 사람이 주머니를 털어 마련한 술자리. 오랫동안 멀리 떨어져 마음으로만 교류했던 두 지기는 격정의 젊음을 보내며 파란만장한 신고(辛苦)를 치른 후에야 마침내 서로를 보듬는 시간을 갖게 된 것이다. 권주의 유희로 상대에게 술을 강권하기도 하고 불콰해진 채 목청을 돋우어 시도 읊조린다. 경전과 역사를 논하는 것은 사대부 술자리에 빠지지 않는 도락(道樂), 그 어떤 아름다운 음악도 이 재미를 능가하진 못하리라.
이런 자리가 동갑내기 친구 사이엔 다시없는 즐거움이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론 또 지난날의 광영과 열정을 반추해 보는 아련한 회한의 시간이기도 할 것이다. 그 회한을 애써 다독이려는 심사일까. 시인은 ‘국화 피고 우리집 술이 익으면, 다시금 느긋하게 취하자’는 훈훈한 다짐을 잊지 않는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