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떤 글을 보았다.
'无所有'라는 단어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내가 아는 '無所有' 단어와는 다른 한자이기에.
나는 법정스님(박재철)이 쓴 책 '무소유(無所有)'를 아마도 40여 번이나 읽었을 것 같다.
작은 책을 손가방에 넣고는 시간이 나는대로 읽었으니까.
그런데 무소유를 한자로 '无所有'로도 쓰는가 보다. 나는 이 한자를 읽지도 못한다.
한자옥편으로 확인했더니만 '없을 무(无)'이라고 한다.
없을 무는 한자로는 두 개인가? 無, 无.
글자 모양새가 다른 한자는 뜻이 똑같은가? 아니면 조금은 다른가?
똑같다면 하나를 없애도 될 게다. 뜻이 중복하는 것에 불과하기에.
현행 한자의 낱자는 무려 80,000개에 거의 가깝다고 한다. 이 많은 한자 가운데에 내가 뜻을 정확히 알고, 또 내가 한자 제대로 쓸 수 있는 글자 숫자가 몇 개나 됄까?
한자에 약한 나는 벌써부터 고개를 가로세로 내젖는다. 자신이 거의 없기에.
나는 법정스님이 지은 책 가운데에 20권 쯤 가까이나 가졌다.
그 가운데 '무소유' 산문집이 가장 마음에 든다. 책 두께도 적당하고, 작은 손가방에 넣고서는 틈이 나는대로, 아무 쪽(페이지)이나 펼쳐서 그냥 읽으면 되니까. 어려운 한자말도 별로 없고, 삶에서 건져낸 글이기에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법정은 스님인데도 중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그만큼 많은 사람한테서 사랑을 받는다는 뜻이다.
무소유 책은 아마도 1,000만 권이나 인쇄되었을 것 같다. 1,000만 권이나 발간되었다니 상상을 초월할 만큼 사랑을 받는다는 뜻.
법정(1932 ~ 2010년)이 돌아가신 지도 제법 오래되지만 그 분의 책, 특히나 무소유는 아직도 인기이다.
無所有
아무 것도 소유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닐 게다. 필요한 것 이외에는 덜 갖자는 뜻일 게다.
꼭 필요한 만큼만, 최소한 만큼만 갖되 그 나머지는 다른 이들이 나눠 가져야 한다는 깊은 뜻을 지녔을 게다.
'아무 것도 필요하지 않다'. 또는 '아무 것도 갖지 않는다' 는 것은 곧 죽은 자한테나 해당될 터.
산 사람(동식물 모두 포함)은 최소한의 물질을 가져야만 생명을 보존할 수 있고, 생명을 보존해야만 움직이어서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다.
1.
사흘 전인 9월 5일 오후.
재경 고교 동창모임에 가려고 송파구 잠실새내역 지하전철역으로 내려갔다.
얼마 전, 주민등록증을 새로 갱신하려고 잠실5동사무소에 반납하고는 종이에 복사해 준 약식 주민등록증을 가졌기에 주민등록증이 없이는 노인용 지하전철표를 가질 수도 없었다.
역 안 사무실에 들러서 사정 이야기를 한 뒤에 역 직원에 뽑아 준 지하철표를 가지고 양재동 가는 전철을 탔다.
노인석이 비어 있기에 막 앉았을 때다.
곁에 서 있는 30대 여자를 얼핏 보았다. 옷이 세련된 것이 아니라 편안한 모양새. 임신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기 앉으세요.'
젊은 여자가 나한테 고개를 까딱하고는 그 자리에 앉으려고 다가설 때다.
곁에 서 있던 70대 후반의 늙은 할머니가 손을 내저어서 30대 여자를 앉지 못하게 했다.
순간 나는 말했다.
'애기 가졌어요.'
곁에 있던 또다른 30대 여자가 덧붙였다.
'임산부여요.'
'... ...'
'여기 앉아요'
자리를 양보했던 내가 재차 30대 여성한테 자리를 재차 권했다.
30대 여자가 내 자리에 앉았다. 가지런히 두 손을 올려놓은 작은 가방(핸드빽)에 매달린 줄에는 '임산부'라는 글자가 박힌 메달이 보였다.
내 눈이 정확했다는 뜻이다.
내가 양보한 자리를 가로채려고 했던 70대 후반의 할머니한테는 할아버지 한 분이 일어선 뒤에 자리를 양보했다.
70대 할머니는 앉은 뒤에 모르는 사람들한테 엄청나게 수다를 떨었다.
나는 이 추악한 할머니를 내려다보고는 이내 전철에서 내렸다.
뻔뻔스럽고 가증스럽게 욕심 사나웠기에 나는 고개를 내흔들었다.
노약자석은 나이 많은 노인만이 앉는 자리는 아니다.
몸이 불편한 젊은이, 애기를 가진 임산부, 어린아이 등이 앉아야 하는 자리이다.
나이 많은 게 무슨 큰 벼슬을 한 것은 전혀 아니다. 65세 이상의 노인은 전철을 무료로 탄다. 즉 공짜로 타는데도 이게 무슨 큰 벼슬인 양 행세해서는 안된다. 공짜로 타는 주제에 왜그리 또 욕심을 부려?
나는 주민등록지가 서울이 아닌 서해안 촌 지역이다.
서울에서 전철을 타려면 주민등록증을 기계에 올려놓고는 동전 500원을 투입해서야 전철표를 받는다. 물론 전철을 타고 난 뒤에는 전철표를 기계 안에 넣으면 딸가닥 소리와 함께 500원 동전이 도로 나온다. 즉 공짜로 전철을 탔다는 뜻이다.
제도를 개선했으면 싶다.
노인도 지하전철을 탈 때에는 돈 내고 탔으면 싶다.
이 세상 그 어디에도 공짜는 없다고 해석한다. 그에 상응하는 가치(보상)를 제공해야만 얻는 권리라고 본다.
서초구 양재역에서 내린 뒤 '오선채' 한정식당으로 갔다.
지하 한정식당에서는 한식요리를 먹었다.
회비는 10,000원. 턱없이 부족한 식대이다.
동창생 회장은 회비에서 충당하겠다며 말했으며, 또 한 동창생이 부족한 식대비를 자진해서 함께 부담했다.
가진 자의 양보는 아름다운 德이 된다. 우리사회가 더욱 밝아질 터.
첫댓글 최선생님 자리 양보하는 모습이 당당하고 자랑스럽
습니다.
얌체 할머니가 미워집니다.
어른이 그렇게 하면 체면이
손상될 것입니다.
나이가 인격을 이야기하도
않을 것이고 마땅히 대우를
받아야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도 몇 달만 있으면 곧 지하철을 공짜로 탈 수가
있습니다.
1955년생은 2020년에 만
65세가 되기 때문입니다.
저 같은 사람이나 임산부는
마땅히 경로석을 앉을 권리
와 타당성이 있습니다.
심장수술을 한 후 회복이 덜 된 심신미약자이기 때문
입니다.
최선생님 저도 몇 달 후엔
무임승차가 가능합니다.
65세 노인이기도 하고 공
공부조가 필요한 가난한 기
층 빈민이기 때문입니다.
수술한 후 1년이
지나면 장애급여도 받을 수
있다고 하니까 곧 국가의 공적부조를 받아 볼 생각입니다.
사회의 구심점이나 원로로
활동할 엄두도 못 내고 국
가의 부조나 받는 노인으로
변한 처지가 참 자괴감을 절절하게 느낍니다.
이런 말을 댓글이라고 달아서 죄송합니다.
행복한 하루가 되세요.
예...
저는 재산 많이 가진 바는 아니로되 공직자로 퇴직했기에 연금생활자이지요.
저는 국가의 공적부조제도가 무엇인지를 모르지요.
오래 전 읍사무소에 들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더니만 담당자는 '어르신은 해당이 전혀 안 돼요'라고 말하대요.
덜 가진 사람, 아직도 부족한 사람한테 국가공적부조제도가 더욱 확산되었으면 합니다.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이니까요.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사람은 태어나서 일생동안 받은 혜택보다도 훨씬 더 많이 일을 해서 국가와 사회에 기여한다고 하대요.
김 선생님도 그러하셨을 겁니다.
이제는 국가 사회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많이 있을 터.
젊은날 국가를 위해서 일 열심히 했기에...
@최윤환 최선생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송구스럽기도 합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