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 / 홍속렬
눈 내리는 겨울밤 등잔불을 켜고 엎드려 베개를 가슴에 받히고 책을 읽는다
책 구하기가 어려웠던 시절 책 한 권 구하면 보물을 얻는 것처럼 아주 귀하게 읽어 나갔다
책 속엔 모든 세상의 이치와 세계를 소개하는 내용이 들어 있어 지식이 넓혀져 가고 모든 세계의 지식이 곧 내 지식으로 되는 느낌을 갖게 된다
문고판으로된 2700 원짜리 A4용지 반쪽짜리 책이지만 키다리 아저씨와 이젠 마음(나쓰메 쏘세끼)을 읽고 있다.
선교지 책 구하기가 매우 귀한 곳 그래서 책을 산 이유는 자라나는 한국 아이들 읽히기 위해 사 왔지만 아무도 안 읽어 내가 읽고 있다
요즘 책 읽는 사람 보기 힘들고 책 이야기할 사람도 없다.
책을 읽고 함께 토론도 하며 책에 대한이야기 속에서 사로 책을 빌려주고 받는 풍토에서 살아야 재미있을 텐데 이곳엔 나 홀로 이곳 말로는 쏠로라서 혼자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밤새도록 읽다 보면 등잔불에서 나온 끄림이 콧구멍을 새까맣게 기차 화통처럼 만들어 코를 풀면 시꺼먼 끄림이 덩어리로 나왔다.
수복지구 천막 치고 공부를 하던 때 선생님이 가르칠 것이 없으면 내 이름을 부르고 나와서 책 읽은 이야기를 하라 권 한다
그래 어제 밤 읽은 책 이야기를 구성지게 해대다 보니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기술을 터득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시절에 25時를 읽었고 서정주 시인의 국화꽃 옆에서를 줄줄이 암기했다.
국화꽃 옆에서는 담임 선생님이 좋다고 말씀하셔서 외우기 시작해서 아직도 잘 왜 운다.
당시는 아래로 내려쓴 글들이었고 익숙하니 옆으로 쓴 책이 나왔을 땐 조금 불편했지만 세월이 지나니 오히려 편하고 읽기 좋았다
내 일생 중 책 읽는 습관을 갖게 된 것이 날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어줄 줄은 몰랐다.
누가 지도해주는 것도 아닌 무조건 구하는 대로 읽어 나갔다
청년 시절엔 1주 한 권의 책을 읽기로 목표를 세우고 읽어 나갔다
열아홉살 되던 때 5.16군사혁명이 나고 이듬해 봄 나는 이등병을 달고 전방 파주 지역의 한 연대에서 사단 축구선수로 민가에 나가 합숙을 하고있었다.
그때 새벽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면 라디오에서 양주동 선생님과 김형석 선생님의 라디오 칼럼이 방송되었다.
씻지도 않고 그 방송을 열심히 경청하고 김형석 선생님의 저서 “영원과 사랑의 대화” 책을 구해 읽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나는 김형석 선생님의 저서는 거의 다 구해 읽기 시작했다
“영원과 사랑의 대화” 는 여물지 못한 나의 연애관을 플라토닉 러브로 바꿔놓는데 큰역할을 했다.
그렇게 책을 읽어 나가며 체계적인 독서가 아니라 손에 잡히는 대로 읽어 나가니 다독은 되었지만 전문적인 독서는 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읽기 시작한 독서가 오늘도 계속 이어져 나가고 있다.
책을 읽는 민족은 망하지 않는다. 고한다.
나는 축구를 지도하며 어딜 가든지 책 읽기를 권한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책보다 더 구하기 편한 휴대폰을 선호한다
책을 읽자 대화방법도 어휘도 사고력도 길러주는 책을 읽자고 권한다
책 읽은 힘으로 시도 쓰고 수필도 쓰는 재주를 갖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