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ㆍ의대ㆍ약대 없어져 상위권 `지각변동'
영문ㆍ컴퓨터ㆍ전자공학 `지고', 자유전공ㆍ생명과학 `뜨고'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대학입시에서 상위권 인기학과의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학문에 대한 선호도가 바뀌고 의학, 법학전문대학원의 도입으로 법대, 의대, 약대가 잇따라 폐지되거나 축소되면서 각 대학의 `간판'이 뒤바뀌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 자유전공학부 `강세' = 23일 각 대학과 입시기관들에 따르면 현재 진행중인 2009학년도 입시에서 인문사회계열의 경우 신설학부인 `자유전공학부'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한국외대 등이 2009학년도에 처음 도입한 자유전공학부는 로스쿨 도입으로 법대가 폐지되면서 생기는 잉여 정원을 흡수하기 위해 만든 학부다.
학교에 따라 운영 방법이 조금씩 다르지만 `자유전공'이라는 말 그대로 정해진 전공 없이 입학해 융합 학문을 공부하거나 2, 3학년 때 원하는 전공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특히 일부 대학의 경우 자유전공학부가 로스쿨 입학을 위한 일종의 `프리(Pre) 로스쿨' 형태로 운영되는 것으로 여겨지면서 로스쿨 진학을 염두에 둔 수험생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번 수시 2학기 모집에서 연세대 자유전공학부에 2천760명의 수험생이 지원해 55.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고려대 43.63대 1, 서울대 11.90대 1 등 대부분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대성학원 이영덕 평가이사는 "서울대 법대, 고대 법대 등 간판 학과들이 없어지면서 자유전공학부가 이를 대체하는 학부로 떠오를지가 관심"이라며 "예년의 법대만큼은 못하지만 경영, 정경대학 수준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전통적 인기학과 `시들' = 수험생들의 학과, 학문 선호도가 바뀌면서 과거 `최고'로 여겨지던 학과의 인기가 떨어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인문계의 경우 영문학과 또는 영어과, 자연계는 컴퓨터공학과, 전자공학과, 한의학과 등이 대표적.
종로학원 김용근 평가이사는 "10년 전만 해도 법대나 의대를 제외하면 영문과, 컴퓨터, 전자공학과가 최고로 여겨졌으나 요즘은 영어, 컴퓨터 등이 일반화되면서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며 "한의학과 역시 예전에는 의대보다도 오히려 인기가 높았으나 지금은 역전 현상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자연계에서는 기존의 생물학과 계열인 생명과학을 비롯해 바이오, 생명공학 등 자연과학부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들 학과가 의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위한 발판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의학전문대학원 지원자를 대상으로 실시되는 입문시험인 `MEET'에 화학, 물리학 등의 과목이 포함돼 있어 물리, 화학, 지구과학 등 순수 자연과학 관련 학과들의 인기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2011년부터 약대가 6년제(일반학부 2년+약학전공 4년)로 바뀌면서 이번 2009학년도 입시에서부터는 약대 신입생도 뽑지 않기 때문에 상위권 학생들의 자연과학부 쏠림 현상이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